여자프로농구에서 7년간 이어진 신한은행 독주 체제가 막을 내렸다.
신한은행은 11일 경기도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3전2승제)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68-72로 져 탈락했다.
2007년 겨울리그부터 지난 시즌까지 6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휩쓸었던 신한은행은 올해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피언전 진출 실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많은 전문가는 신한은행이 정상을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하은주(202㎝)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있었고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들인 최윤아, 김단비, 강영숙, 이연화 등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전체 7라운드 가운데 외국인 선수가 뛰기 전인 2라운드까지 신한은행은 춘천 우리은행과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캐서린 크레에벨드가 외곽을 겉돌며 공수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낸 반면 우리은행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통산 득점 1위의 베테랑 티나 톰슨을 데려오면서 두 팀의 전력 차이가 조금씩 벌어졌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센터 강영숙도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시즌 도중 팀의 주축인 강영숙, 이연화에 캐서린을 얹어 구리 KDB생명으로 넘기고 곽주영, 조은주, 애슐리 로빈슨을 받는 대형 트레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트레이드 직후에는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정규리그를 7연승으로 마무리해 저력을 과시했다.
비록 정규리그에서는 우리은행과 동률을 이루고도 상대 전적에서 밀려 2위로 마쳤으나 플레이오프 이후를 기약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하은주가 무릎 부상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거의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새로 영입한 곽주영과 조은주도 큰 경기 경험에서 강영숙, 이연화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우지 못했다.
11일 3차전에서도 선수들이 탈락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듯 1쿼터 초반 0-9까지 끌려가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것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신한은행의 독주는 일단 막을 내렸지만 곧바로 다음 시즌부터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윤아와 김단비가 여전히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조은주, 곽주영이 비시즌 기간에 팀 조직력에 더 녹아든다면 얼마든지 정상 탈환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 신한은행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이유가 된 외국인 선수 재도입에 시간을 갖고 차분히 대비한다면 '신한 왕조'의 재건은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올해 시즌 도중 트레이드까지 하면서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1차전에 아쉽게 패한 것이 머리에 많이 남는다"고 아쉬워했다.
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팀간 전력이 평준화됐다"며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에 더 신경을 써서 다시 정상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