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년 만에 여자 프로배구 정상에 오른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이런 기분이라면 밤새도록 맞아도 좋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감독은 2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4차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3승1패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자회견에서 "발로 걷어차이기도 했는데 하나도 안 아프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챔프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우승하면 쇠몽둥이로 맞아도 좋다'고 말했다던 이 감독은 이날 우승을 확정하고는 선수들의 '구타 세례'를 듬뿍 받았다.
이 감독은 "뒤풀이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면서 "나 떨고 있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창단 2년 만에 우승한 원동력을 묻자 이 감독의 표정은 이내 진지해졌다.
그는 "1년 만에 남지연과 윤혜숙이 들어오는 등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그동안 준비한 것이 잘 맞아떨어졌고 운도 따라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힘든 과정을 잘 견뎌줬고 좋지 않은 여건에도 남들보다 1∼2시간 더 운동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효희, 윤혜숙, 남지연, 알레시아, 박정아, 김희진, 유희옥 등 주축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16명이 모두 고생했는데, 그 대가를 얻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치만 14년을 하면서 모시는 감독님들이 상을 받곤 할 때 '나는 저런 기회가 올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프로 출범 후 공백이 있었음에도 감독으로 선임해 준 구단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우승까지 딱 1점을 남겨놓고 역전당한 3차전의 충격은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이 감독은 "내색을 할 수가 없어서 선수들 앞에서는 대범하게 보이도록 하고 방에 들어가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원래 경기 전날 늘 맥주 한잔씩을 마시는데, 이번에는 먹지 않았다"고 고심한 과정을 전했다.
이 감독은 "오늘도 고비가 있었는데 신연경을 투입한 것이 분위기를 바꿨다. 김희진이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고 박정아가 체력이 떨어진 가운데서도 열심히 뛰었다"면서 "어떻게든 이뤄내겠다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다음 시즌 전망을 묻는 말에 "당연히 또 도전하겠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