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주포 알레시아 리귤릭(26·우크라이나)이 2012-2013시즌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떠올랐다.
알레시아는 2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이끈 뒤 기자단 투표에서 27표 중 19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알레시아는 IBK기업은행 화력을 책임지는 '트리플 타워'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주포다.
김희진이 센터 역할을 하면서 이동 공격이나 속공 등에 집중했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박정아가 다소 기복을 보인 만큼 해결사의 역할은 알레시아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
기대대로 알레시아는 올 시즌 득점(825점) 2위, 공격종합(50.73%) 1위에 오르는 등 공격의 중심을 지켜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다소 게으른 성격 탓에 IBK기업은행의 강도 높은 훈련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정철 감독의 적극적인 조련으로 2년째 팀에 잘 녹아들었다.
챔프전에서도 알레시아는 4경기에서 140득점을 올려 상대 주포 베띠 데라크루즈(139점)에 앞섰고, 블로킹도 양 팀에서 가장 많은 세트당 0.765개를 잡아내는 등 맹활약했다.
그러나 이번 챔프전은 알레시아에게 '악몽'을 안긴 시리즈이기도 했다.
알레시아가 필요한 순간 해결해주지 못한 탓에 3차전 충격적인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세트 스코어 2-1로 맞이한 4세트에서 24-21로 앞서 우승까지 단 한 점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알레시아의 백어택이 연달아 배유나의 디그에 걸려 동점을 허용했고, 24-24에서 때린 후위 공격은 코트를 벗어나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4세트를 내주고 충격에 빠진 알레시아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당연히 5세트의 활약도 저조해 그대로 경기를 빼앗기고 말았다.
알레시아는 숙소로 돌아가 펑펑 울었다.
공교롭게도 이날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세트 스코어 2-1로 맞이한 4세트에 IBK기업은행은 23-16으로 앞서다가 23-20까지 추격당했다.
마침 이효희의 토스가 오른쪽으로 높이 올라갔고, 알레시아는 펄쩍 뛰어올라 깊숙이 대각선 강타를 때려넣어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이어진 공격에서도 똑같이 오른쪽에서 솟구친 알레시아는 이번에는 터치아웃을 만들어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 번 실수는 저지르지 않은 셈이다.
알레시아는 "지난 경기를 마치고 이틀 밤을 새웠는데, 이제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똑같은 스코어에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하고 준비했다"고 웃었다.
500만원의 상금을 챙긴 알레시아는 "경기 전에는 MVP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약속한대로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다시 함박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