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잊은 야구 9단들 ‘노장 살아있네’

입력 2013.06.10 (11:10)

수정 2013.06.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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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거스르는 노장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영건'들의 패기 넘친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도 즐겁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의 투혼은 야구의 깊은맛을 더해주고 있다.

막내구단 NC 다이노스가 우려와 달리 선전을 이어가는 데는 맏형이자 주장인 이호준(37)의 힘이 크다.

1996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호준은 2000년부터 SK에서만 12년을 뛰면서 2007~2008년, 2010년 등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베테랑이다.

신인들로 가득한 NC에 경험 많고 솔선수범하는 이호준은 살아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호준은 1군 무대 진입을 앞둔 NC의 유니폼을 선택, '새내기들의 리더'라는 새로운 도전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 NC가 치른 50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75에 9홈런, 4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은 9개 구단 선수를 통틀어 1위다. 홈런도 공동 5위에 올라 있을 만큼 팀의 해결사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특유의 '신바람 야구'가 되살아나며 11년 만의 가을 야구 꿈을 키워가는 LG트윈스에도 주장 이병규(39·등번호 9번)와 불펜투수인 류택현(42), 이상열(36) 등 베테랑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들은 오지환, 문선재, 김용의 등 젊은 선수들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지만 LG에는 소금 같은 존재다.

이병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을 거쳐 지난달 7일에서야 1군에 합류했다. 이후 25경기에서 타율 0.348(92타수 32안타), 13타점으로 LG의 상승세에 앞장섰다. '역도 세리머니'처럼 종종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몸짓으로 분위기를 바꿔놓는 등 팀을 하나로 엮는데 이병규는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G 마운드에서는 안정감 있는 좌완 불펜 투수 류택현과 이상열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는 이들의 주임무는 팀의 리드를 이어가 마무리 봉중근에게 무사히 마운드를 넘기는 원포인트 릴리프다.

류택현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5홀드를 기록했다. 사4구는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이상열도 25경기 나와 1패 4홀드의 성적을 냈다.

류택현은 프로 통산 861경기에 출전, 투수로는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매번 새로 써내려 가고 있다. 이상열도 투수로는 역대 5번째로 700경기(701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했다.

최근 팀의 부진으로 빛이 다소 가렸지만 롯데에서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한 홍성흔(36)도 고참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홍성흔은 올 시즌 52경기에서 타율 0.289에 6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FA 모범생'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반가운 스타 두 명이 부활을 알렸다.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38·NC)과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안방마님' 박경완(41·SK)이 그 주인공이다.

손민한은 5일 SK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2009년 7월29일 KIA전 이후 1천407일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이날 경기는 손민한으로서는 1천378일 만에 치른 마운드 복귀전이었다.

2005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던 손민한은 2009년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11년 11월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그는 지난 4월 계약금 없이 연봉 5천만원에 신고선수 신분으로 NC와 계약하며 재기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결국 3년 10개월여 만에 감격스런 승리로 팬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박경완도 최근 부상 등으로 하락세가 뚜렷했다. SK가 2012시즌을 앞두고 조인성을 영입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1군 무대에서 오르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고작 8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뒤늦게 1군에 복귀한 뒤로 존재감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다.

그는 333일 만의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30일 삼성전에서 교체 투입돼 포수 최고령(40세 10개월 19일)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7일 한화전에서는 1천21일 만에 홈런 맛을 봤고, 이튿날 다시 한화와 경기에서는 연장 12회까지 뛰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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