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1기 이구동성 “책임감 느껴져”

입력 2013.07.17 (10:53)

수정 2013.07.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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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號) 1기'의 첫 소집훈련 소집은 전례없이 무겁고 결의에 찬 분위기로 이뤄졌다.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를 앞두고 실시되는 소집훈련 첫날인 17일 선수들은 하나같이 짙은 색 정장을 갖춰입고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정문으로 들어섰다.

홍명보 감독은 소집 시간인 정오보다 2시간이나 빠른 오전 10시께 입소하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감독으로서 남은 기간을 선수들과 어떻게 준비할까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축구대표팀 수장으로 갖는 첫 소집훈련 계획을 밝혔다.

이어 "2001년 NFC가 생기고 대표팀 소집 때 정문부터 걸어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이 걸으면서) 국가대표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대표팀 소집 때 선수들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NFC 숙소동까지 이동했지만 홍 감독은 이번 소집부터는 정문에서 하차해 걸어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흐트러진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고 그의 축구 철학인 '원팀(One Team)'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의도다.

홍 감독은 현역 시절 처음으로 대표팀에 소집됐을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그는 "당시 훈련장이었던 진해 선수촌까지 5∼6시간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잠을 못이뤘다.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TV에서만 보던 선배들을 모시게 돼 긴장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최근 불거진 대표팀을 둘러싼 잡음을 의식한 듯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믹스트존부터 선수동까지 거리는 100여m.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인 만큼 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되새기겠다고 하나같이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 중 가장 먼저 NFC에 도착한 서동현(28·제주 유나이티드)은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다"며 '1등'으로 들어온 이유를 설명한 뒤 "좋은 선수들과 경쟁해 기회가 된다면 골도 넣겠다"고 투지를 불살랐다.

이어 정문을 통과한 염기훈(30·경찰)은 "(정장 입소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면서 "최고참으로서 하나 되는 모습의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선수들은 넥타이까지 매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입소를 앞두고 작은 소동도 벌였다고 털어놨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 원정길에 입었다는 회색 정장을 입고 나타난 박종우(24·부산 아이파크)는 "홍정호(24·제주)가 넥타이가 없다며 하나 챙겨달라고 하더라. 있다가 홍정호가 들어오면 내 넥타이라서 잘 안어울릴 것"이라며 슬쩍 웃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명주(23) 와 고무열(23)은 넥타이 착용법을 몰라 전날 묵은 호텔 직원에게 대신 매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고무열은 "축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독님에게 절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이를 악물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입소한 김영권(23·광저우)은 "충분히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꼴찌를 했다"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란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내준 그는 "한때 많이 자책했지만 중국에서 경기를 뛰면서 다 잊었다"면서 새 대표팀에서도 주전 수비수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소집에는 J리거를 제외한 16명이 응했다. J리거 7명은 이날 저녁 리그 경기를 뛰고 다음날 소집훈련에 합류한다.

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 열리는 호주 대표팀과의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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