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부상 악몽 그만 ‘감격의 선발승’

입력 2013.07.25 (22:38)

수정 2013.07.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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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투수 이재우(33)가 긴 부상의 터널을 뚫고 감격적인 선발승을 거뒀다.

이재우는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3점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4개와 볼넷 4개를 내주고 4실점했으나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승리투수가 됐다.

5이닝 4실점이면 결코 좋은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굴곡져 은퇴까지 고려하던 이재우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춰 보자면 결코 무게감이 적지 않은 승리다.

이재우는 한때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하며 막강 불펜진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2005년에는 홀드왕(28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4∼2005년, 2008∼2009년 4시즌 연속(2006∼2007년 공익근무요원 복무)으로 90이닝 내외를 꾸준히 던지자 약속된 손님처럼 시련이 찾아왔다.

부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은 생각보다 더 끈질기게 이재우의 오른쪽 팔꿈치에 달라붙었다.

2010년 8월 4일 미국 조브 클리닉에서 한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재우는 재기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듬해 7월 다시 국내에서 같은 부위에 메스를 들이대야 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이재우를 1군 마운드에서 볼 수 있는 날은 고작 다섯 번뿐이었다. 2011년엔 아예 한 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마저 갉아먹는다는 부상과 수술을 두 번이나 견딘 이재우는 올 시즌 모처럼 1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구원승을 거둬 2010년 이후 1천99일 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영영 떠나보낸 줄 알았던 부상은 여전히 이재우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감격의 승리로부터 꼭 한 달이 지난 5월 7일 문학 SK전. 이날은 이재우가 3년여 만에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은 날이었다.

하지만 1회부터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2회 첫 타자에게 볼 3개를 연달아 던지고는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이재우는 고글과 모자를 의자에 집어던지는 등 실의에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히 이번 통증은 예전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경미한 인대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이재우는 착실히 몸을 만들어 두 달여 만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긴 했지만, 통증 없이 93개의 공을 던졌다는 경험만으로도 큰 희망을 얻었다.

이에 비하면 2010년 4월 4일 문학 SK전 이후 1천208일 만에 선발승을 따냈다는 것은 차라리 덤이다.

이재우는 "오랜만에 5회까지 던져 마지막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5이닝 후에도 팔꿈치가 괜찮더라"면서 "다음 등판이 기대된다"고 모처럼 희망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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