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주루플레이 때문에 ‘울고 웃다’

입력 2013.08.11 (22:06)

수정 2013.08.11 (22:29)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주루플레이 때문에 울고 웃는 장면을 연출했다.

LG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견제사를 두 번 당해 기회를 날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뛰어난 홈 스틸로 선취점을 올려 결국 3-1로 승리를 가져갔다.

전날 '사인 훔치기' 소동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은 양팀은 이날 선발 신재웅(LG)과 노경은(두산)의 호투가 이어지며 6회말까지 0-0의 균형을 이뤘다.

앞서 5회초 무사 2루에서 2루 주자 권용관이 견제사로 잡힌 뒤 6회 2사 1루의 기회마저 1루 주자 손주인의 견제사로 날려버린 LG는 7회초 다시 찾아온 1사 1루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1루 주자 정의윤 대신 '대도' 이대형을 투입했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이대형은 타격감이 떨어져 올 시즌 타석에는 자주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빠른 발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아 주로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다.

다음 타자인 이병규(배번 9)가 좌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날리자 이대형은 재빨리 3루를 파고들었다.

김 감독은 이병규 또한 발빠른 김용의로 교체했고, 권용관의 타석에서 노경은은 이들이 신경쓰이는 듯 계속해서 1루와 3루로 견제구를 던져댔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노경은이 권용관에게 변화구를 던지자 1루 주자 김용의가 먼저 2루로 뛰었다.

포수 양의지가 2루수 오재원에게 재빨리 송구, 미처 2루로 가지 못한 김용의가 1,2루 사이에서 꼼짝없이 런다운에 걸리는 듯했다.

그때 눈치를 보던 3루 주자 이대형이 홈으로 쇄도했고, 1루수 최준석이 재빨리 볼을 홈으로 던졌으나 양의지의 태그보다 이대형의 발이 빨랐다.

이대형은 홈에서 몸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양의지가 볼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고 양의지는 먼저 볼을 잡고 글러브가 몸에 닿은 뒤 볼을 더듬었다고 어필했다.

김진욱 감독까지 그라운드로 나와 판정에 항의했지만 중계에 의하면 이대형의 발이 양의지의 태그보다 빨랐고, 점수는 그대로 인정됐다.

이대형의 시즌 12번째, 통산 378번째 도루다.

김기태 감독의 대주자 작전에서 비롯한 이중 도루가 성공하면서 결국 점수로 연결된 것이다.

한편 김용의는 무사히 2루에 도달했고 실점하며 흔들린 노경은은 권용관에게도 좌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맞아 한점을 더 내준 뒤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올 시즌 프로야구계에는 투수들을 뒤흔들 수 있는 과감하고 예상을 뒤엎는 도루를 무기로 한 '빠른 야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무더위가 시작돼 체력적으로 힘겨운 시기가 찾아왔지만, 지치지 않고 뛰어준 주자들 덕분에 LG는 두산과의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이대형은 경기 후 "김용의가 도루 사인을 받고 뛰다 걸리는 것을 보고 홈으로 달렸는데 타이밍을 잘 잡은 듯하다"며 "전지훈련에서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 훈련을 많이 했는데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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