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멕시코를 설득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뒤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국은 5일(현지시간) 브라질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열린 FIFA 집행위원회에서 2017년 U-20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올해 1월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정몽규 회장은 이 대회 유치를 위해 15차례나 해외 출장길에 올라 약 20개 나라를 방문, FIFA 집행위원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각 회원국 협회장들을 두루 만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지지를 부탁하는 등 이번 대회 유치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특히 FIFA 제프 블래터 회장과 제롬 발케 사무총장과도 별도로 수차례 만나 한국 개최의 당위성을 설명해왔다.
정 회장은 대회 유치가 확정된 후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5년 만에 다시 FIFA가 주관하는 큰 대회를 개최하게 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며 "2002년 대회 이후 국제 축구계에서 한국 축구 외교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대회 유치를 계기로 그런 부분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정 회장은 "유치전에 일찍 뛰어들어 집행위원들을 두루 만났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공식 유치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웃으며 "영국과 멕시코의 양보를 받아낸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우리가 FIFA 총회도 유치하려고 했다가 멕시코에 FIFA 총회를 양보하면서 이 대회 유치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고 영국은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까지 만나 다음 대회를 노리는 쪽으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힘들었던 유치전의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촌형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2005년에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을 국내에 유치했고 이번엔 정몽규 회장이 20세 이하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한국 축구의 FIFA 주관 대회 그랜드슬램 개최가 완성됐다.
정몽규 회장은 "2002년 월드컵은 일본과 함께 공동 개최를 했지만 그다음으로 큰 대회인 20세 이하는 이번에 우리가 단독으로 개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