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서보라미 “장애인들의 롤모델 꿈”

입력 2014.03.11 (07:50)

수정 2014.03.11 (10:45)

KBS 뉴스 이미지
"다른 장애인이 저를 봤을 때 '저 사람처럼 살아야 하겠다'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좌식스키에 나서는 서보라미(28)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기록 단축, 메달 획득도 물론 목표이지만 일상에서 늘 다른 장애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일상에서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지금까지도 고수하는 그의 지론이었다.

2009년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무대인 월드컵에 서보라미에게는 남몰래 충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뷔페식 선수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다가 참기 어려운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장애인이니까 선수단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게 많았어요. 식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나를 제외한 다른 장애인 선수들은 음식을 가지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었어요. 도움을 받을 줄만 아는 내 모습을 깨닫자 되게 창피했어요."

서보라미는 식당에서 다른 장애인 선수들이 자신을 변화시켰듯이 자신도 다른 장애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내가 몸이 많이 불편하지만 크로스컨트리를 하고 있지 않느냐"며 "'저 사람은 이런저런 할 것을 다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서보라미는 아직도 패럴림픽에 오면 다른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적지 않은 힘을 얻는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이미 그는 동료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만큼 국내 동계 장애인 스포츠계에서는 이름난 스타다.

서보라미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국가대표가 됐다.

동계 패럴림픽에 두 차례 연속으로 출전했고 소치 패럴림픽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서보라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 2004년 계단에서 넘어져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2006년 재활을 위해 좌식스키를 배웠고 장애인스키협회의 권유로 전문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서보라미는 넘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지만 좌식스키는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쉽게 넘어지는 종목이다.

그는 넘어질 만한 일을 시도하지 않기보다 넘어질 때마다 스스로 일어나는 쪽을 선택했다.

서보라미는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매일 되풀이한 끝에 2009년 장애인 동계체전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는 이번 소치 패럴림픽에서 12일 1㎞ 스프린트, 16일 5㎞에 나서지만 메달 획득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보라미는 "기록은 나날이 향상되는데 실력이 좋은 신인선수들이 자꾸 들어오면서 좀처럼 메달과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