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서 꼴찌로’ 썰매하키, 2%가 부족해!

입력 2014.03.11 (19:09)

수정 2014.03.11 (22:43)

KBS 뉴스 이미지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썰매하키) 대표팀이 개막전의 영웅에서 조별리그 최하위로 전락했다.

한국은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샤이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B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에 1-2로 졌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꺾고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가 약체 이탈리아에 석패해 조 최하위로 입상권 진입이 좌절됐다.

한국은 이탈리아에 전반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하필 이날 체질적으로 잠복한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져 거사를 그르쳤다.

이탈리아전 석패의 표면적 원인으로는 체력고갈·부상에 따른 골 결정력 난조, 마인드 컨트롤 실패, 자만 등이 꼽힌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개막전, 미국과의 2차전에서 주축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기용돼 기진맥진한 채로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 나섰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이 많았고, 특히 간판 골잡이 정승환도 늑골을 다쳐 3피리어드에만 원하는 만큼 뛰었다.

한국은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힘이나 예리한 각도가 보이지 않는 슈팅은 번번이 골리에 막히거나 골문을 벗어났다.

정승환이 3피리어드에 1-1 동점골을 터뜨린 뒤 45초 만에 수비 조직력이 무너져 결승골을 얻어 맞은 부분에서도 문제가 노출됐다.

자만, 흥분, 평정심 부족 등 전반적인 심리의 불안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이탈리아전에서 불거진 표면적 문제의 뿌리는 한국의 아이스슬레지하키 환경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국내에는 현재 아이스슬레지하키 실업팀이 강원도청 한 군데밖에 없어 동호인 클럽 4군데와 경쟁하고 있다.

패럴림픽에서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의 엔트리는 17명으로 구성되지만 강원도청에서 활동하는 직업선수는 11명이다.

강원도청 선수들을 주축으로 기용하는 대표팀은 이번 소치 패럴림픽에서도 체력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정승환은 "부상자, 체력이 떨어진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는 바로 대표팀의 전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팀 선수의 수가 패럴림픽 엔트리보다 적다는 점은 대표팀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점, 자만심을 품은 점들도 강원도청의 독주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강원도청이 무적이라서 고도의 긴장이나 흥분을 일상적으로 통제하면서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베테랑 수비수 한민수는 "강원도청이 2006년 창단한 뒤 전문선수들이 집중 지원을 받아 한국의 전력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민수는 "그러나 실업팀이 한 군데밖에 없는 데다가 독보적 존재라서 생기는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팀 한 곳이 더 생겨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