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후 크림 사태 어떻게 될까?

입력 2014.03.17 (06:12)

수정 2014.03.17 (17:12)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을 결정할 주민투표가 16일(현지시간) 특별한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을 찾아 투표율은 사상 최고치인 80%를 넘어섰다.

러시아 귀속에 대한 지지율도 93%에 이른 것으로 출구 조사 결과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곧 발표될 공식 주민투표 결과도 출구 조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절대 다수가 러시아 귀속을 지지한 데는 친서방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친러사아 성향 크림 공화국을 정치적으로 탄압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러시아 편입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큰 기대가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크림이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기로 한 1992년 이후 20여 년 동안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의 냉대를 받아왔다는 피해의식이 강하게 퍼져 있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주민은 "중앙 정부는 크림이 벌어들이는 돈을 세금으로 거둬만 갔지 크림 개발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으며 이 때문에 크림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 편입이 경제적 부흥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가 크림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편입 찬성을 지지하게 한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편입 확정 공식 투표 결과가 나오면 크림 의회는 러시아 측에 곧바로 병합 절차 개시를 요청할 계획이다.

러시아 하원과 상원 승인을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병합 절차가 완료된다.

러시아 하원은 오는 21일 크림 병합을 심의할 예정이다. 상원 심의도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크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포함한 모든 병합 절차가 이달 안에 마무리되길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 상·하원은 크림 병합을 승인할 공산이 크다. 의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투표 자체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올 것이 뻔하다.

그러면서 투표 결과를 무산시키기 위해 크림 공화국과 러시아에 다양한 외교·경제적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러시아가 맞대응하며 양측 간에 최악의 대결 국면이 빚어질 수 있다.

크림의 러시아 귀속 결정에 자극받은 도네츠크, 하리코프 등 친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들이 분리·독립 대열에 합류하면서 혼란 사태가 확산할 수도 있다.

도네츠크의 친러시아 시위대는 벌써 지역의 지위를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종 결정은 결국 푸틴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의 주민투표가 합법적이란 주장을 계속해왔다. 그는 이날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크림 주민투표는 국제법의 규범에 부합하며 러시아는 크림 주민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크림을 러시아로 받아들이는 무리수를 둘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물론 러시아의 크림 사태 개입에 강하게 반발하는 미국 및 유럽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크림 병합을 감행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에게도 지나치게 큰 정치·외교적 부담이란 분석이 많다.

크림을 병합할 경우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의 추가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크림을 되찾아 오라는 국내 여론에 밀려 러시아와 전면적 대결에 나설 것이고 러시아가 이에 대응하면서 긴장의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이 친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부추겨 러시아와 접경한 이 지역을 대규모 혼란 사태로 몰아넣고 우크라이나 동남부와 중서부 지역 간 내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같은 접경 국가의 혼란은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에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벌써부터 각종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한 서방은 러시아가 우려하는 대규모 경제 제재를 단행하며 응징에 나설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가 보복 조치를 벌이면 서방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지만 크림 합병을 2차대전 전후 세계 질서에 대한 중대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서방으로선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식 게임'이 불가피한 것이다. 흔들리는 국제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빠져들어 가는 대공황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푸틴 대통령이 크게 실익이 없는 크림 병합을 강행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푸틴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병합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 및 서방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최종 협상에 앞서 '판돈'을 키우기 위한 푸틴의 위기 고조 행보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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