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시신’ 피의자 월세방 혈흔 피해 여성 것으로 확인

입력 2014.12.12 (13:34)

수정 2014.12.12 (18:55)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의 월세방에서 발견된 혈흔은 피해여성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피의자인 50대 중국동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제2의 오원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잔혹했던 범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 토막살인 혐의 중국동포 긴급체포

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1일 오후 11시 30분께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한 모텔 카운터에서 박모(56·중국 국적)씨를 긴급체포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낮 팔달구 한 주민으로부터 '지난달 하순께 월세방 가계약을 한 박씨가 보름가량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 방 내부를 감식해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인혈(사람의 피) 반응을 찾아냈다.

또 방 안에서 토막시신과 살점 등이 담겨 있던 비닐봉지와 똑같은 비닐봉지 뭉치도 발견했다.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은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을 통해 박씨가 고등동 일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 탐문하던 중 한 중년여성과 모텔로 들어가던 박씨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격투는 없었으며 박씨는 경찰의 체포에 순순히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12일 박씨가 임시 기거하던 월세방에서 찾아낸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피해여성 유전자(DNA)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통보받았다.

주변인 탐문 수사를 거쳐 박씨가 이 집에 잠시 거주하다가 잠적한 인물이 맞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박씨는 경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자백이 없더라도 관련 증거를 토대로 조만간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 박씨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 나머지 시신 확인, 범행동기 규명…향후 수사 방향

경찰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시신의 나머지 부분을 버린 장소이다.

경찰은 전날 야간 수색에서 비닐봉지 2개를 추가로 발견, 총 7개의 비닐봉지를 수거했다.

이 중 처음 발견된 1개에는 장기 없는 상반신이 들어 있었고, 나머지 6개에는 뼈 없이 살점과 피부만 들어 있었다.

경찰은 아직 나머지 유기장소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나 박씨 거주지 주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시신 발견 9일째를 맞은 이날도 기동대 4개 중대 등 330여명과 수색견 4마리를 동원해 수색에 나선 경찰은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범행 동기도 중요한 수사대상이다.

경찰은 박씨가 동거녀였던 김모(48·중국 국적)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유기한 점으로 미뤄 치정 또는 금전 문제로 다투다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전 오원춘 사건에 버금갈 정도로 잔혹했던 범행 수법도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박씨가 묵비권을 고수하고 있어 수사는 순조롭지 않다.

현재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 자백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박씨 검거 직후에도 한동안 본명이나 국적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박씨 지문 10개를 채취, 법무부 외국인등록시스템에 입력해 조회한 결과 박씨의 본명과 중국국적을 밝혀냈다.

피해여성 김씨의 신원은 지난 8일 밤 딸의 미귀가 신고를 하러 경찰 파출소를 찾아온 김씨의 어머니 DNA와 대조작업을 통해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 '오원춘' 악몽 현실로…주민 불안

박씨의 범행장소로 알려진 팔달구 교동 주택가는 2년 전 중국동포 오원춘(44)이 자신이 머물던 반지하 방에서 20대 여성을 토막살해한 지동 현장에서 2㎞도 떨어지지 않아 주민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박씨가 살던 단독주택은 반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로 박씨 역시 오원춘과 같은 7㎡ 남짓한 반지하 방에서 살았다.

경찰은 박씨가 이곳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1㎞가량 떨어진 경기도청 뒤편 팔달산 등산로에 김씨의 상반신 시신을, 300여m 떨어진 매세교 주변 나무들 사이에 살점 등을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여성과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집중해서 순찰하도록 지정된 '경찰 특별순찰구역'이지만 박씨가 김씨를 살해할 당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씨와 같은 단독주택에 세들어 사는 박모(71·여)씨는 "(박씨를) 몇 번 마주친 것 같긴 한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워낙 자주 바뀌어 잘 모르겠다"면서도 "어젯밤에 흰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몰려와 또 무슨 일이 일어났나 겁이 나긴 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에 사는 한 주민은 "넘어지면 코닿을만한 곳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며 "평소 밤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꺼림칙했는데 이젠 정말 무서워서 어두워지면 집 밖을 나서지 못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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