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멘트>
최근 이른바 '삼단봉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한 운전자가 차선 끼어들기 문제로 벌인 시비 끝에, 삼단봉을 들고와 상대 차량을 파손한 건데요,
이렇게 도로 위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보복운전과 폭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위험천만한 도로 위 폭력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과 서울을 잇는 고속도로입니다.
지난 17일 저녁, 고속도로 순찰대에 한 운전자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석균실(경위/고속도로 순찰대) : “피해자의 상태는 조금 불안한 감이 있었고, 제가 그 피해자하고 얘기하면서 진정을 시켰습니다."
운전자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고 당시 피해 차량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
오른쪽 갓길로 달리던 소방차와 지휘차가 본차로로 진입합니다.
화면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때 소방차를 뒤따르던 검정색 승용차가 좁은 틈 사이로 함께 들어오려다 포기를 하고 마는데요,
그런데 이 운전자,, 자신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다며 화가 났는지, 거친 말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녹취> “×××이 돌아서. ××××가 죽으려고.“
<녹취> “사고 나신 거예요? 아니. 아니, 그럼 비상 깜빡이를 켜셔야죠. 무작정 들어오니까 몰라서 그랬어요.“
<녹취> “××야. 운전해.”
<녹취> “아저씨나 운전 조심히 하세요. 반말하지 말고”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
검정색 차량은 급기야 주행 중인 차량 앞을 가로 막아 섭니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려 다가오더니, 운전자를 향해 심한 욕설을 합니다.
<녹취> “내려, ×××아. 아씨. 야. 죽 고 싶으냐? 야. 죽을래 ×××아.“
위협을 느낀 운전자는 곧바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 네. 도로에서요. 어떤 차가 (제) 차를 막고 유리창을 부수려고 그래요.“
<녹취> “×××야. 어?”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 운전대를 잡는가 싶던 남성.
그런데,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차를 멈춰 세웁니다.
그리고, 이번엔 손에 들고 있던 삼단 봉으로 뒷 차량을 내려치기 시작하는데요,
<녹취> “지금 앞 유리창 깨졌고요. 지금 빨리 좀 와주세요. 네 빨리 좀 와주세요.“ "내려. 내려! ×××야. 내리라고 ×××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건 사건이 일어난지 20여 분 뒤.
이미 가해 차량 운전자는 현장을 떠난 뒤였습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피해자는 자신을 조사한 경찰관의 다소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나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이렇게 해명을 했는데요,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를) 잡았으면 거기서처리를 했겠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피고소인은 현장에서 도망간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를 했겠죠."
경찰은 현재, 가해 운전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출석 요구서를 보낸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삼단 봉으로 때릴 듯이 위협한 것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차량을 파손시킨 행위는 재물 손괴죄로 해서 일반 재물손괴가 아니라 위험한 물건으로 파손한 것이기 때문에 형법상 특수 손괴죄라고 있어요.”
도로 위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폭력과 보복운전.
직장인 이 모 씨 역시 몇 달 전, 차를 몰고 가다 아찔한 일을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이◯◯ (음성변조) : “깜빡이 안 켜고 갑자기 차를 들이대니까 저로서는 놀랐기 때문에 클랙슨을 눌렀죠.”
당시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차선을 무시하고 방향등도 켜지 않은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끼어듭니다.
경적을 울리자, 갑자기 급정거를 해대는 앞 차량.
이 씨는 심한 위협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이◯◯ (음성변조) : “제가 안 좋았던 것은 고의 급정거를 두 번씩이나 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처음에 했을 때 놀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치는데, 한 번 더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건 (문제가 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달리는 차량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진로를 계속해서 방해하는가 하면, 속도를 급격히 줄여 추돌 사고를 유발시키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실제 이런 위협운전은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교통문화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운전자 10명 가운데 3명이 운전 중 욕설을 듣거나 고의적인 급정거와 같은 ‘도로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박용훈 대표(교통문화운동본부) : “보복운전을 하게 되면 일단 그 흥분되고 분노조절이 안 된 상태가 되면 이성을 잃게 되죠.그렇게 되면 안전 수칙이나 일반적인 운전에 대한 상식을 벗어나서 위험운전을 하게 되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공포심을 느끼게 되고 또 당황하게 돼서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겠고요.”
법률 전문가들은 도로위에서 벌어지는 보복 운전은 중형을 선고 받을 수 있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한문철 변호사 :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한 폭력행위. 따라서 단순한 형법상의 재물 손괴, 형법상의 협박에 비해서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해서 처벌이 훨씬 더 무겁죠.”
하지만, 이런 보복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운전자들이 많은데다,
일부 경찰관들 역시, 적극적인 사건처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게, 피해자들의 불만입니다.
<녹취> 이○○(보복운전 피해자) : "고소하면 귀찮고 피곤한 일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딴 데 경찰서를 간 거죠."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차량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도로 위 폭력.
명확한 처벌 규정과 예방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