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온 괴물 공격수의 네 번째 대결은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설욕전으로 막을 내렸다.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시즌 네 번째 맞대결이 벌어진 3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
두 팀이 현재 중간순위 1∼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만원 관중을 불러모은 분명한 흥행 요소였지만, 역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쿠바 특급' 레오와 '쿠바산 몬스터' 로버트랜디 시몬(OK저축은행)의 맞대결이었다.
정규리그 득점 1위(레오·722점)와 2위(시몬·631점), 공격종합 1위(레오·56.75%)와 3위(시몬·54.41%), 서브 1위(시몬·세트당 705개)와 2위(레오·세트당 0.547개)를 달리는 두 선수는 사실상 올해 남자 프로배구를 양분한 공격수다.
둘은 지난 1∼3라운드에서 한 번씩 맞대결을 벌여 시몬이 두 차례 승리했고, 레오가 한 차례 승리를 챙겼다.
공교롭게도 승패가 계속 뒤바뀌었다.
1라운드 첫 맞대결에서 시몬은 43득점을 올려 레오(26득점)를 압도해 코트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그러자 레오는 2라운드 맞대결에서 팀의 3-0 완승을 이끌며 시몬에 판정승을 거뒀다. 2라운드 MVP도 레오의 차지가 됐다.
3라운드에서 만난 시몬은 41득점을 터뜨려 레오(39득점)에 앞서며 3-2 승리에 앞장서 다시 '장군'을 외쳤다.
그리고 3라운드 MVP가 시몬으로 발표된 30일, 두 선수가 또 맞붙었다.
이날은 레오의 완승으로 끝났다.
레오는 팀 공격의 77%를 책임져 '무리'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49.35%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44득점을 폭발시켰다. 시몬은 성공률 41.37%, 29득점에 그쳤다.
둘의 대결은 1세트에서 가장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레오는 11-13에서 시몬의 블로킹을 앞에 두고 연달아 오픈 공격을 터뜨려 동점을 이끌었고, 시몬도 곧바로 레오의 블로킹을 뚫는 퀵오픈 공격으로 득점해 응수했다.
시몬이 16-14에서 레오의 오픈 강타를 가로막는 등 팀의 1세트 승리를 이끌면서 맞대결도 시몬의 2연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둘의 로테이션이 맞물리지 않은 2세트 이후 더 강력하게 폭발한 쪽은 레오였다.
레오는 2세트에 무려 팀 공격의 85.71%를 점유하며 공격 득점 11점 가운데 9점을 책임져 2득점에 그친 시몬을 압도하고 분위기를 바꿨다.
3세트(레오 9득점·시몬 6득점)에도, 4세트(레오 14득점·시몬 8득점)에도 승자는 레오였다.
특히 24-24 듀스에서 레오가 백어택에 성공한 반면 시몬이 마지막 백어택에서 가로막힌 것은 이날의 결과를 정확히 압축해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렇게, 둘의 대결은 다시 한 번 '장군, 멍군'으로 끝났다.
실제로도 두 선수는 서로를 상당히 의식하며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경기를 마친 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시몬이 레오와 붙으면서 이기려고 욕심을 낸 것 같다"면서 "그러다 보니 안해도 될 범실이 많아져 힘든 경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도 "용병들의 자존심 싸움이 있다"면서 "레오가 시몬과 붙어 이기려는 의지가 강하고, 이날 시몬을 잡았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레오는 "시몬이 워낙 출중한 센터이다 보니 나의 공격 길목마다 기다리고 있기에, 나도 시몬의 공격 때 신경 써서 길목을 막았다"면서 "오늘은 가장 높은 타점으로 내가 가진 최대한을 뿜어내자는 마음으로 정신을 무장했다"고 밝혔다.
6라운드까지 치러지는 정규리그에서, 이제 두 '쿠바산 괴물'의 맞대결은 두 번 남았다.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균형이 남은 대결에서 깨질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