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된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 재취업했다

입력 2015.01.21 (06:02)

수정 2015.01.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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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어겨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 보육교사가 최근 5년간 73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퇴출당한 보육교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어린이집에서 일할 수 있어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사 중 29명은 어린이집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보육교사 5년간 736명 퇴출

오늘(21일)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사는 총 532명이다. 같은 기간 자격이 정지된 보육교사는 204명으로 집계됐다.

학대 등으로 아동에 손해를 입혀 자격이 취소·정지된 보육교사는 249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신체적·정서적 학대, 방임 등 아동복지법 제17조가 금지한 행위를 해 자격이 취소(영유아보호법 48조3호)된 보육교사는 41명이었다.

특히 이 같은 사례는 2010년 1명에서 2011년 2명, 2012년 8명, 2013년 13명, 2014년 1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업무 수행 중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자격이 취소(48조2호)된 보육교사는 5명이었다.

고의 혹은 과실로 손해를 입혀 자격이 정지(47조1호)된 보육교사는 203명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22명을 기록한 후 2011년 40명, 2012년 48명, 2013년 5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35명으로 감소했다.

명의를 대여해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사(48조4호)는 5년간 456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명의 대여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교사 자격이 없는 자에게 아이들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보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명의를 대여해 보육교사 명단에 허위로 등록한 뒤 보조금을 부당 수령한다"면서도 "무자격자가 타인의 자격을 이용해 어린이집에 취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5년간 부정한 방법으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발각돼 취소(48조6호)된 경우도 29명이나 됐다.

◆자격 상실 보육교사 29명 '재취업'

문제는 이렇게 퇴출당했던 보육교사들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현행법에서 보육교사 자격 정지 기간은 최장 1년이다. 아동 학대 등으로 자격이 정지된 보육교사는 1년만 지나면 다시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

보육진흥원 관계자는 “자격이 정지됐던 보육교사는 처분 기간 후 본인이 원하면 어렵지 않게 현직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격 취소의 경우, 아동 학대 등 아동복지법 제17조를 위반해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사는 10년 동안 재취득을 할 수 없지만, 다른 사유로 취소됐다면 2년 후 다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2010~2014년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사의 현직 재진입 현황을 살펴본 결과 총 29명이 자격을 다시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명의를 대여해 자격이 취소됐었다.

박부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는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 보육교사는 문제가 있던 것인 만큼 재취업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며 "봉사 활동, 인성 교육 수료 등을 의무화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보육교사 채용 시 해당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등 법 위반 경력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어린이집 원장은 신규 채용 시 경찰을 통해 해당 보육교사의 범죄 경력을 조회한다.

하지만 조회 가능한 범죄 경력이란 형사 처벌받은 내용을 말한다. 법을 위반한 보육교사가 행정 처분에 그쳤다면 이 교사의 위법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정치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지난 15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아동을 학대한 교사나 어린이집 원장의 자격을 취소하고 영구적으로 재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아동학대 교사와 원장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도록 해 재발할 소지가 크다"며 "이들을 퇴출해 아동 학대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일 ‘아이사랑보육포털’ 사이트의 법 위반 보육교사 공시 화면


◆‘유명무실’ 불량 어린이집 공표 제도

지난 2013년 말 정부가 도입한 법 위반 어린이집 및 보육교사 명단 공표 제도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법 위반으로 자격 정지·취소 등 행정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를 ‘아이사랑보육포털’ 사이트에 공개하도록 했다. 자격 취소나 시설 폐쇄는 3년, 자격 정지는 정지 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위법 사실이 공표된다.

하지만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위법 사실이 공개된 사례는 어린이집 2건, 보육교사 1건에 그친다.

제도의 실적이 미미한 이유는 위법 사실을 공표하기까지 상당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법 위반 명단 공표는 처분이 확정된 뒤 진행된다. 자격 취소나 정지 처분에 반발해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공표 대상이 아니다.

행정 처분이 확정되더라도 모두 공표되는 것은 아니다. 보조금 부정 수급·유용으로 처벌받은 경우 그 금액이 500만원 미만이면 공표 심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더구나 명단 공표 여부는 최종적으로 각 지자체의 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아동 학대로 자격 정지·취소 등 행정 처분을 받았더라도 정책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공표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내 두 지자체의 보육정책위원회는 법을 위반한 어린이집 및 보육교사의 명단을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박부진 교수는 "법 위반 사실 공표는 학부모와 아동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며 "보육교사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할 수 있어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해 이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표 대상의 세부 요건을 완화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학대를 행한 경우 공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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