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시작된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이름이 거론된 여권 핵심 인사 8명 가운데 2명만 기소하고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금품공여자가 사망했고 별다른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 대부분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접어 특검을 통한 재수사 요구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계좌 추적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서면 조사에 그쳤다"며 "몸통은 커녕 깃털조차 뽑지 못한 초유의 부실 수사"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또 "검찰에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며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공정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핵심 수사대상은 리스트에 거론된 8명이었다.
그러나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3명만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방침도 사실상 지난 5월 21일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다.
지난달 7일 홍 의원만 검찰 청사로 불렀을 뿐, 나머지는 모두 서면조사로 갈음했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공소시효를 핑계로 부르지 않았고,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도 서면으로 조사하는 시늉만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선자금 의혹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고, 수사 막바지에는 특별사면 수사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특검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그간 여야는 특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여당이 말하는 특검과 야당이 말하는 특검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여당은 2014년 시행된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야당은 특검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상설특검이 아닌 다른 특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검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도 여야의 입장이 갈릴 수밖에 없다.
리스트에 국한할지, 특사 의혹과 대선 자금을 포함할지 등은 사실상 합의가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리스트의 신빙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품공여자의 진술은 기본적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봐온 검찰의 기존 태도랑도 배치된다. 다른 사건이었으면 관련자들을 소환조사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과 의구심이 있는 사건이면 서면이 아닌 소환 조사를 통해 진실을 가렸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에 합의한다면 성완종 리스트가 이 법에 따른 첫 특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