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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정치인 8명 가운데 2명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별수사팀을 꾸려 석 달 가까이 수사한 결과치고는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의혹으로 꼽혔던 새누리당 대선 자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리스트 8인 가운데 현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전부 불기소 처분을 받아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리스트 속 인사들 서면조사…成측근 2명만 구속
검찰은 금품제공 당사자이자 '핵심 증인'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수사의 난관을 틈날 때마다 강조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정치권 금품거래의 특수성을 감안해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과는 별개로 검찰이 거물급 정치인들이라는 상대의 무게를 의식해 수사를 소극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초반부터 나왔다. 리스트 속 인사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 이용기씨는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잇따라 구속됐다. 이들을 상대로 '비밀장부'를 찾아내고 수사 단서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딱히 얻은 것은 없었고 오히려 돈을 건넨 쪽만 구속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검찰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나머지 6명을 상대로 일괄 서면조사를 하면서 수사종결을 사실상 예고했다. 홍문종 의원이 한 차례 소환조사를 받긴 했지만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한 의혹 당사자들의 소명을 듣는 수준에 그치면서 '봐주기·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 '비밀장부' 안 나오자 대선자금 대신 '특사로비'
검찰 안팎에서는 애초 새누리당 대선자금을 '2라운드' 수사대상으로 꼽았다. 성 전 회장이 생전 인터뷰에서 대선자금을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단서도 있었다. 그러나 '리스트 밖' 인사인 김한길·이인제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과 노건평씨 주변의 '특사 로비' 의혹으로 수사방향이 선회하면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수사팀은 경남기업 비자금 조성내역과 돈의 흐름을 일일이 추적하고 의혹 대상 인물들의 동선을 맞춰본 결과 경남기업에서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흘러들어간 돈은 없다고 결론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 무렵인 2012년 11∼12월 성 전 회장이 현금으로 인출한 돈은 1억8천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리스트에는 홍문종 의원 등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 핵심 인사 3명에게 각각 2억∼3억원을 줬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성 전 회장이 그 정도 금액을 현금으로 마련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 초기 계좌추적 등의 방법으로 의혹 대상자 주변을 철저히 살피기보다는 존재 여부가 불확실한 '비밀장부'를 찾는 데 수사력을 쏟는 바람에 의혹 규명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언론에 이미 구체적으로 공개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금품수수 정황을 확인해 기소하는 데 그쳤다. 김한길·이인제 의원에게 제기된 추가 의혹을 숙제로 떠안았지만 이들이 마음을 바꿔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당시부터 검찰에서는 "수사 결과가 어떻든 결국 특검까지 갈 사건"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잘못된 정치검찰을 뿌리 뽑겠다"면서 수사결과에 반발했다. 검찰은 핵심 증인 없는 법정에서 이 전 총리 등의 혐의를 입증하면서 정치권의 특검 논의를 지켜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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