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해후…4·3이 앗아간 세월

입력 2018.08.31 (07:39)

수정 2018.08.31 (07:50)

[앵커]

이번 이산가족 2차 상봉때 최고령 참가자인 제주출신 100살 강정옥 할머니가 북측의 여동생을 만나 화제가 됐는데요.

강 할머니 자매가 이별 해야만 했던 배경에 제주 4·3의 비극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강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의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곱디 고왔던 두 자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변한 모습에도 서로를 한눈에 알아봅니다.

[강정옥/100살/지난 24일 : (어머니가) 닮은 아이 봤다고 항상 말했어."]

[강정화/85살/북측 동생 : "언니 보니까 엄마 보는 것 같아요."]

강정화 할머니는 17살 어린 나이에 왜 제주를 떠나야만 했을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간 줄로만 알았던 남측의 가족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숨겨진 과거를 듣게 됐습니다.

[강정화/85살/북측 동생 : "(4·3때)애월경찰지소에 잡혀가서 두드려 맞고 갈비뼈가 부러졌어요."]

4·3당시 폭도로 몰린 오빠의 행방을 대라는 경찰의 잦은 고문이 10대 소녀를 서울로 내몬 겁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당시 제주출신은 빨갱이라는 낙인에 변변한 일자리도 구하지 못했던 상황.

강정화 할머니는 2년 뒤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북으로 가며 연락이 끊겼습니다.

[강정옥/100살 : "육지로 가면서 서울 방직공장으로 간다고 했는데...그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세상을 잃어버렸지."]

70년 이산의 고통으로 이어졌던 4·3의 비극.

동생을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강 할머니는 오늘도 어릴적 동생과 불렀던 노래로 그리움을 달랩니다.

["정화야, 건강하게 잘 살아라."]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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