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0일)는 장애인 권리를 되돌아보는 마흔다섯 번째 장애인의 날이었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산불에, 장애인들은 제대로 대피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점점 대형화하는 재난 앞에서 장애인 대피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준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치매 노모와 발달장애 아들을 동시에 돌보는 김순호 씨, 지난달 산불 생각만 하면 아찔합니다.
마을 코앞까지 닥친 불에 긴급 대피를 시도했지만, 혼자서 장애가 있는 두 식구를 대피시키는 건 역부족이었습니다.
조카가 급히 차를 몰고 와서야 현장을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김순호/안동시 임하면 : "(아들은) 죽는지 사는지 그 자체를 몰라. (여기) 있으면 죽는다, 도망가야 된다는 걸 잘 모르니까. 우리가 해야 되지…."]
이번 경북 산불로 숨진 주민 24명 중에는 안동에 홀로 살던 70대 지적장애인도 포함됐습니다.
집 앞까지 불이 확산했지만 대피를 도울 사람은 없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이·통장과 자율방재단 등을 중심으로 대피 도우미 4천5백 명을 지정했지만 주로 반지하 등 도심지 침수 재난 대응이 목적이었습니다.
뒤늦게 마을 순찰대를 대피 도우미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대부분 고령에다 전문 지식이 부족해 현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장애인 등이) 조력을 받으실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정보라든지 연락처 같은 것을 확인해 놓을 필요도 있겠죠. 우선적으로 이분들을 조력해서 대피를 시켜줄 수 있는…."]
농촌 지역 자연재해가 갈수록 대형화하는 만큼, 취약계층의 생명을 지킬 재난 대피 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순호/안동시 임하면 : "내 아들이 아니라도, 남들이라도 이런 상황에 있으면 돌봐주는 사람 있고, 신경써주는 사람 있으면 좋겠지…."]
KBS 뉴스 박준우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