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고 결국 협상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지난주 미국 금융시장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와 함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경제전망 지표들은 이를 반영해 발표되고 있는데요.
국제부 금철영 기자와 함께 월드이슈에서 알아봅니다.
먼저, 미국 소비자 지표부터 짚어볼까요.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서 지표 발표에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미국 국내총생산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부분은 70퍼센트로, 그만큼 소비 부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소비지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파악하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체감지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 미래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매달 한번씩 발표됩니다.
이 지수가 보통 80 이상이면 소비심리가 좋은 '경기 확장 국면'으로 보고, 60 이하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는데, 지난주 52.2를 나타냈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2022년 6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당초 예상했던 50.8보다는 조금 높게 나왔지만 지난 1월 이후로 보면 올해 들어 32퍼센트나 급락한 수칩니다.
1990년 이후로는 3개월 단위로는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트럼프 취임 100일간 경기 전망이 그야말로 '급전직하'한 것인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그리고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외관상으론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겠냐는 분석들도 있는데요.
협상 재개 가능성,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로는 지금 중국과 협상 중이고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계속 얘기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미·중 간 물밑 접촉은 있을지 몰라도 유의미한 공식 협의는 없는 상탭니다.
설사 미·중 양측이 상호 관세를 완화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나 강경 대응을 천명한 중국 측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에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관세가 부과되면 많은 사람들의 소득세가 크게 줄거나 심지어 완전히 면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공장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미국에 큰 기회다"라면서 관세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또 하나 주목되는 게 미국 금융시장 내에서 중국 기업들의 상장 폐지 가능성, 이른바 미국과 중국 간의 '금융 디커플링'에 대한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대략 280여 개인데요.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와 전기차, 자율주행 등 IT기술분야가 많습니다.
이들의 시가 총액은 1조 1천억 달러로 전체 미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퍼센트입니다.
미·중 금융 디커플링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추진됐었는데, 당시 중국의 주요 통신기업들을 퇴출하는 조치들이 단행됐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주요 중국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잠재적 불안 요인임은 틀림없습니다.
[앵커]
지난주, 한미 관세 협상이 워싱턴에서 있었죠.
구체적인 합의가 있지는 않았지만, 큰 가이드라인은 설정됐다고 했는데, 환율 문제가 언급됐어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어제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었죠. 한미 통상 협의 결과, 4대 의제를 정했는데 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그리고 환율이라고 했습니다.
매우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은 그동안 한미 간 협상 의제가 아니었죠.
그런데 일본과도 얘기 안 한 환율을 우리와는 콕 집어서 하겠다는 겁니다.
최상목 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양측 재무부 간 별도로 환율을 논의하자고 먼저 얘기했다 밝혔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환율과 관련해 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만 지정해도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요.
이번에 나온 얘기는 그런 차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은 관세정책을 통해 재정적자와 무역 불균형 해소, 투자유치와 제조업 부활을 기반으로 한 세계 공급망 재장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달성하려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출이 잘되도록 하려는 것이죠.
백악관에선 약달러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만약 우리 경제가 환율 파고까지 맞게 되면 우리 수출기업들의 큰 타격이 우려됩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외부 위협 요인들이 커지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픽:김성일/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