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반기문 시대 개막

입력 2007.01.07 (10:49) 수정 2007.01.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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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7년 새해를 맞아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지난 2일 도보로 첫 출근한 반기문 유엔 총장은 연일 파격적인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유엔 개혁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의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김만석 특파원! 네, 먼저 반기문 총장이 연일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면서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반기문 유엔총장은 지난 2일 자신의 비서실장, 경호원 등과 함께 임시숙소인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유엔본부까지 20분정도 걸어서 출근했습니다.

전용 방탄차량까지 있는 반 총장이 유엔입성 첫날 걸어서 출근한 것은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점심 때 유엔본부 건물 1층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음날에는 아침 8시에 일찌감치 사무실에 출근해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또 자신을 비롯한 고위직의 재산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전임 코피 아난 총장이 유엔에 재산을 신고만 하고 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가 되면서 반 총장이 먼저 솔선수범하면서 유엔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한국식 군기잡기가 겉모습에만 치우칠 경우 산적한 유엔개혁 과제를 풀어 가는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반발과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첫날부터 후세인 사형과 관련된 발언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대답>
그렇습니다. 반 총장은 미국 cnn방송 기자가 사담후세인을 처형해야 된다고 보느냐고 물어보자 즉답을 피한 채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잔학행위와 범죄를 저지른데 책임을 져야한다.

또 그런 범죄의 희생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사형문제는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대답했습니다.

반 총장의 이 발언이 사형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전날 아시라프 카지 유엔 이라크 특사가 유엔은 전쟁범죄나 반인도적인 범죄자의 사형조차도 반대한다는 입장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시비를 걸고 나섰습니다.

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미셸 몽타스 유엔대변인은 현재 유엔총회에서 사형제 금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중이고 거기에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회원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것이 반 총장의 취지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반 총장은 모든 인간이 생명과 자유의 권리를 갖는다는 세계 인권선언 조항을 지지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사실 반 총장은 첫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인권 관련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의 처형 시점에 사형제를 옹호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논란을 불러온 것입니다.

결국 이런 논란으로 반 총장은 취임 첫날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면서 유엔총장이라는 자리와 발언의 무게를 실감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질문> 반기문 총장의 최우선과제는 유엔개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대답>
말씀하신대로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둘러싼 의혹과 평화유지군들의 성추문 등 갖가지 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던 유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엔사무국을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반기문 유엔총장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반 총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취임선서식 이후 1달 반 동안 유엔회원국 대표와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등 수 백 명을 만나면서 유엔개혁 구상을 정리했습니다.

역대 유엔총장과는 달리 일찌감치 임명돼 인수 작업을 해온 반 총장이 이른바 준비된 유엔총장으로서 유엔개혁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반 총장은 첫날 출근하자마자 직원들과 만남의 시간에서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실용적이고 유연한 유엔조직을 만들겠다, 그러면서도 신뢰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유엔직원은 한국의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처럼 반 총장이 유엔사무국의 대화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반 총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일부 직원들은 개혁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 써 달라, 또 외부비판에 떠밀려서 일방적인 개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을 하면서 반 총장의 유엔개혁 노력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일각에서는 반총장이 미국과 너무 가까워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던데 어떻습니까?

<대답>
사실 유엔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 그 중에서도 미국이 선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역대 유엔사무총장들이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버마 출신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은 월남전을 비판했다가 미 국무성의 고위관료한테 전화로 고함에다 막말까지 들었고,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갈리 유엔총장은 미국의 반대로 연임이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유엔분담금, 즉 유엔의 운영비 가운데 전체의 4분1정도를 부담하기 때문에 미국과 충돌할 경우 유엔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코피 아난 전 총장 때는 미국이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아서 유엔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직원들의 봉급을 주기도 했습니다.

<질문> 국제사회가 반 총장에 거는 기대만큼 상응하는 예우도 받고 있습니까?

<대답>
그렇습니다. 반 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에게는 15명의 유엔경호원들이 하루 24시간 밀착 경호를 펼치고 있습니다.

유엔총장 부부의 경호는 연중무휴고 휴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반 총장의 부인은 외출할 때는 물론이고 임시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의 객실 앞에까지 하루 종일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때로는 감옥생활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반 총장 부부는 현재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방3개짜리 객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달 비용이 3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대 함마슐트 총장때부터 사용해오고 있는 유엔총장 공관은 미국의 유엔협회가 공짜로 빌려준 것인데 현재 너무 낡아서 곳곳에 물이 새고 화재 위험도 있기 때문에 유엔예산 450만 달러를 들여 1년 정도 예정으로 대폭 수리 중입니다.

그래서 반 총장 부부는 꼼짝없이 1년 동안 호텔생활을 해야 하고 그 때문에 서울에서 가져온 짐 가운데 일부는 아직 풀지도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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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반기문 시대 개막
    • 입력 2007-01-07 09:45:53
    • 수정2007-01-07 10:55: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2007년 새해를 맞아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지난 2일 도보로 첫 출근한 반기문 유엔 총장은 연일 파격적인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유엔 개혁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의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김만석 특파원! 네, 먼저 반기문 총장이 연일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면서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반기문 유엔총장은 지난 2일 자신의 비서실장, 경호원 등과 함께 임시숙소인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유엔본부까지 20분정도 걸어서 출근했습니다. 전용 방탄차량까지 있는 반 총장이 유엔입성 첫날 걸어서 출근한 것은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점심 때 유엔본부 건물 1층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음날에는 아침 8시에 일찌감치 사무실에 출근해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또 자신을 비롯한 고위직의 재산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전임 코피 아난 총장이 유엔에 재산을 신고만 하고 공개를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가 되면서 반 총장이 먼저 솔선수범하면서 유엔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한국식 군기잡기가 겉모습에만 치우칠 경우 산적한 유엔개혁 과제를 풀어 가는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반발과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첫날부터 후세인 사형과 관련된 발언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대답> 그렇습니다. 반 총장은 미국 cnn방송 기자가 사담후세인을 처형해야 된다고 보느냐고 물어보자 즉답을 피한 채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잔학행위와 범죄를 저지른데 책임을 져야한다. 또 그런 범죄의 희생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사형문제는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대답했습니다. 반 총장의 이 발언이 사형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전날 아시라프 카지 유엔 이라크 특사가 유엔은 전쟁범죄나 반인도적인 범죄자의 사형조차도 반대한다는 입장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시비를 걸고 나섰습니다. 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미셸 몽타스 유엔대변인은 현재 유엔총회에서 사형제 금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중이고 거기에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회원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것이 반 총장의 취지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반 총장은 모든 인간이 생명과 자유의 권리를 갖는다는 세계 인권선언 조항을 지지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사실 반 총장은 첫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인권 관련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의 처형 시점에 사형제를 옹호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논란을 불러온 것입니다. 결국 이런 논란으로 반 총장은 취임 첫날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면서 유엔총장이라는 자리와 발언의 무게를 실감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질문> 반기문 총장의 최우선과제는 유엔개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대답> 말씀하신대로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둘러싼 의혹과 평화유지군들의 성추문 등 갖가지 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던 유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엔사무국을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반기문 유엔총장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반 총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취임선서식 이후 1달 반 동안 유엔회원국 대표와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등 수 백 명을 만나면서 유엔개혁 구상을 정리했습니다. 역대 유엔총장과는 달리 일찌감치 임명돼 인수 작업을 해온 반 총장이 이른바 준비된 유엔총장으로서 유엔개혁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반 총장은 첫날 출근하자마자 직원들과 만남의 시간에서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실용적이고 유연한 유엔조직을 만들겠다, 그러면서도 신뢰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유엔직원은 한국의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처럼 반 총장이 유엔사무국의 대화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반 총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일부 직원들은 개혁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 써 달라, 또 외부비판에 떠밀려서 일방적인 개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을 하면서 반 총장의 유엔개혁 노력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일각에서는 반총장이 미국과 너무 가까워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던데 어떻습니까? <대답> 사실 유엔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 그 중에서도 미국이 선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역대 유엔사무총장들이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버마 출신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은 월남전을 비판했다가 미 국무성의 고위관료한테 전화로 고함에다 막말까지 들었고,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갈리 유엔총장은 미국의 반대로 연임이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유엔분담금, 즉 유엔의 운영비 가운데 전체의 4분1정도를 부담하기 때문에 미국과 충돌할 경우 유엔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코피 아난 전 총장 때는 미국이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아서 유엔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직원들의 봉급을 주기도 했습니다. <질문> 국제사회가 반 총장에 거는 기대만큼 상응하는 예우도 받고 있습니까? <대답> 그렇습니다. 반 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에게는 15명의 유엔경호원들이 하루 24시간 밀착 경호를 펼치고 있습니다. 유엔총장 부부의 경호는 연중무휴고 휴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반 총장의 부인은 외출할 때는 물론이고 임시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의 객실 앞에까지 하루 종일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때로는 감옥생활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반 총장 부부는 현재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방3개짜리 객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달 비용이 3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대 함마슐트 총장때부터 사용해오고 있는 유엔총장 공관은 미국의 유엔협회가 공짜로 빌려준 것인데 현재 너무 낡아서 곳곳에 물이 새고 화재 위험도 있기 때문에 유엔예산 450만 달러를 들여 1년 정도 예정으로 대폭 수리 중입니다. 그래서 반 총장 부부는 꼼짝없이 1년 동안 호텔생활을 해야 하고 그 때문에 서울에서 가져온 짐 가운데 일부는 아직 풀지도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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