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 쇠고기 개방…소비자 ‘안정성’ 우려

입력 2008.04.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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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8일에 있었던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됩니다. 축산업계와 농민들은 이번 협상이 축산 농가의 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최성원 기자, 며칠 새 한우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하죠?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일, 농협이 발표한 축산물 가격 정보를 살펴보면 전국 소시장에서 송아지 거래 가격이 작게는 5%, 많게는 8% 가량 하락한 것을 나타났습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것에 대해 농가나 도소매상,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도매상인들은 쇠고기 수입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현재 높게 책정된 한우 가격을 내려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경우 광우병을 염려하면서도 지금보다 싼 값에 쇠고기를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고, 축산 농가들은 절대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한우 농가입니다. 2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이철근 씨는 요즘 근심이 늘었습니다. 지난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가 발표된 후, 한우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곡물사료값은 계속 오르고 있어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철근 (한우농가 주인) :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수입 쇠고기가 맞춰서 출하가가 계속 떨어지다 보니까 한우 고기가 제대로 가격을 못 받지 않습니까. (사료값이 오르면) 저희가 어디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부분에서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소를 빨리 출하할 수 밖에 없다고요.”

치솟는 사료값을 충당하기 위해선 결국 한우 출하를 앞당길 수 밖에 없는 것이 농가의 현실인데요. 그러다보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한우를 파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씨는 앞으로 한우를 계속 키워도 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철근 (한우농가 주인) : “지금 같은 경우에는 소를 계속 키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고, 내가 앞으로 소를 키운다면 20-30년을 더 키울 텐데요. 지금 내가 20-30년 동안 소를 키울 기반을 정부가 만들어줄 수 있는가 하는 거가 판단이 좀 안서요.”

농민들은 확실한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한우가 수입쇠고기와 경쟁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유완식 (전국한우협회 고양시 지부장) : “농가들 분위기가 글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죠. 우리 농가들이 바라는 것은 정당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수입 고기는 수입고기로 팔릴 수 있고, 한우 고기는 한우 고기로 팔릴 수 있어서...”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전면 수입되고 한우값이 떨어지자 인근의 양돈 농가들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국산 돼지고기와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종명 (양돈농가 주인) : “수입쇠고기가 들어오면 국내산 돼지고기와 가격이 맞먹으니까 가정 주부들이 돼지고기 사먹으려다가 비싸니까 이왕이면 쇠고기 사먹는다고 그쪽으로 시장을 볼 것 같아요. 가장 피해를 빨리 볼 수 있는 게 양돈인 것 같아요.”

한우 시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서울의 한 축산 시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절대 반대하는 농민들과는 달리, 시장 상인들은 이번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는데요. 한우 가격이 안정돼 소비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전영준 (한우시장 상인): “미국산이 오면 한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문제고, 가격이 좀 안정이 되어야죠. 왜냐하면 고기값이 너무 비싸잖아요. 파는 저희 입장에서도 비싸고 손님들이 사 먹기도 좀 그렇고...”

<인터뷰> 장계동 (한우시장 상인) :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안정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굳이 그걸 꼭 나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다양성도 가지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 쇠고기가 한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해도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만을 선호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에겐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승희 (한우시장 상인) : “수입 쇠고기가 물밀듯이 밀려오면 아무래도 가격은 조금 내려가겠죠. 내려가는 데 먹는 소비자들이 선호할지 안할지 그건 모르죠. 요즘엔 소비자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아니까 꼭 미국산 들어온다고 해서 값이 싸다고 무조건 많이 사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한우를 파는 식당에서도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우 가격이 떨어져서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오윤기 (한우고기 식당 주인) : “한우 한 마리 들어오면 7백, 8백만 원 된단 말이에요. 그러면 소비자가 알아주느냐 이거에요.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죽는 거에요. 한우에 육우, 수입산 섞어서 하는 사람들은 살아요. 우리같이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안 된다 이거에요.”

그렇다면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떠올리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수입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인터뷰> 엄정자 : “미국산이 우리나라 고기보다 싸게 들어온다고 하지만 이게 수입양이 많아지다 보면 그 금액을 그대로 받지 않을까 그게 두렵습니다.”

<인터뷰> 오송님 : “우리나라 것도 한우라고 먹어도 한우가 아니라고 그러는데 어떻게 수입품을 믿고 먹어요. (왜 불안한 거에요?) 광우병 이런 것 때문에 불안도 하고, 아무튼 불안하잖아요. 요즘 음식 가지고 장난 많이 치니까.”

반면 쇠고기 수입이 축산농가들에게는 위기이지만 이를 기회로 농가들이 좀 더 한우 경쟁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배정호 :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우리가 그걸 인정하고 스스로 우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요. 한우도 체계적으로 해서 유통 과정을 개선한다던지 해서 가격을 낮춘다거나 하지 않으면 좀 힘들지 않을까.”

정부는 어제 축산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들이 축산 농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농민들은 오는 24일, 이번 협상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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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4-22 08: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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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8일에 있었던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됩니다. 축산업계와 농민들은 이번 협상이 축산 농가의 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최성원 기자, 며칠 새 한우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하죠?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일, 농협이 발표한 축산물 가격 정보를 살펴보면 전국 소시장에서 송아지 거래 가격이 작게는 5%, 많게는 8% 가량 하락한 것을 나타났습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것에 대해 농가나 도소매상,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도매상인들은 쇠고기 수입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현재 높게 책정된 한우 가격을 내려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경우 광우병을 염려하면서도 지금보다 싼 값에 쇠고기를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고, 축산 농가들은 절대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한우 농가입니다. 2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이철근 씨는 요즘 근심이 늘었습니다. 지난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가 발표된 후, 한우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곡물사료값은 계속 오르고 있어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철근 (한우농가 주인) :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수입 쇠고기가 맞춰서 출하가가 계속 떨어지다 보니까 한우 고기가 제대로 가격을 못 받지 않습니까. (사료값이 오르면) 저희가 어디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부분에서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소를 빨리 출하할 수 밖에 없다고요.” 치솟는 사료값을 충당하기 위해선 결국 한우 출하를 앞당길 수 밖에 없는 것이 농가의 현실인데요. 그러다보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한우를 파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씨는 앞으로 한우를 계속 키워도 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철근 (한우농가 주인) : “지금 같은 경우에는 소를 계속 키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고, 내가 앞으로 소를 키운다면 20-30년을 더 키울 텐데요. 지금 내가 20-30년 동안 소를 키울 기반을 정부가 만들어줄 수 있는가 하는 거가 판단이 좀 안서요.” 농민들은 확실한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한우가 수입쇠고기와 경쟁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유완식 (전국한우협회 고양시 지부장) : “농가들 분위기가 글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죠. 우리 농가들이 바라는 것은 정당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수입 고기는 수입고기로 팔릴 수 있고, 한우 고기는 한우 고기로 팔릴 수 있어서...”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전면 수입되고 한우값이 떨어지자 인근의 양돈 농가들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국산 돼지고기와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종명 (양돈농가 주인) : “수입쇠고기가 들어오면 국내산 돼지고기와 가격이 맞먹으니까 가정 주부들이 돼지고기 사먹으려다가 비싸니까 이왕이면 쇠고기 사먹는다고 그쪽으로 시장을 볼 것 같아요. 가장 피해를 빨리 볼 수 있는 게 양돈인 것 같아요.” 한우 시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서울의 한 축산 시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절대 반대하는 농민들과는 달리, 시장 상인들은 이번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는데요. 한우 가격이 안정돼 소비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전영준 (한우시장 상인): “미국산이 오면 한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문제고, 가격이 좀 안정이 되어야죠. 왜냐하면 고기값이 너무 비싸잖아요. 파는 저희 입장에서도 비싸고 손님들이 사 먹기도 좀 그렇고...” <인터뷰> 장계동 (한우시장 상인) :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안정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굳이 그걸 꼭 나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다양성도 가지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 쇠고기가 한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해도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만을 선호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에겐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승희 (한우시장 상인) : “수입 쇠고기가 물밀듯이 밀려오면 아무래도 가격은 조금 내려가겠죠. 내려가는 데 먹는 소비자들이 선호할지 안할지 그건 모르죠. 요즘엔 소비자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아니까 꼭 미국산 들어온다고 해서 값이 싸다고 무조건 많이 사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한우를 파는 식당에서도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우 가격이 떨어져서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오윤기 (한우고기 식당 주인) : “한우 한 마리 들어오면 7백, 8백만 원 된단 말이에요. 그러면 소비자가 알아주느냐 이거에요.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죽는 거에요. 한우에 육우, 수입산 섞어서 하는 사람들은 살아요. 우리같이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안 된다 이거에요.” 그렇다면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떠올리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수입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인터뷰> 엄정자 : “미국산이 우리나라 고기보다 싸게 들어온다고 하지만 이게 수입양이 많아지다 보면 그 금액을 그대로 받지 않을까 그게 두렵습니다.” <인터뷰> 오송님 : “우리나라 것도 한우라고 먹어도 한우가 아니라고 그러는데 어떻게 수입품을 믿고 먹어요. (왜 불안한 거에요?) 광우병 이런 것 때문에 불안도 하고, 아무튼 불안하잖아요. 요즘 음식 가지고 장난 많이 치니까.” 반면 쇠고기 수입이 축산농가들에게는 위기이지만 이를 기회로 농가들이 좀 더 한우 경쟁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배정호 :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우리가 그걸 인정하고 스스로 우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요. 한우도 체계적으로 해서 유통 과정을 개선한다던지 해서 가격을 낮춘다거나 하지 않으면 좀 힘들지 않을까.” 정부는 어제 축산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들이 축산 농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농민들은 오는 24일, 이번 협상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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