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역 귀경’까지…新 명절 풍속도

입력 2015.09.24 (17:35) 수정 2015.09.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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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는 노래죠.

나훈아의 고향역.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보니까 이제 고향 내려갈 때가 다 됐구나 아마 이러실 겁니다.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가 사흘 앞이네요.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 풍속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휴가족, D턴족, 호캉스 등등 참 이름도 생소한데요.

국민대 김선영 교수 모시고 달라진 명절 풍속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도 고향에 가시나요?어떻게 명절 보내세요?

-저는 서울에서 가족들하고 같이 보낼 건데요.

명절 지내는 모습들도 가족마다 굉장히 달라졌죠.

저희 가족은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면서 큰집하고 작은집하고, 큰집에서 설날을 보내고 작은집에서...

-역할분담을 하시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저희 차례입니다, 추석.

-하여튼 단란하게 보내시면 되는 거죠.

그런데 아까 전주리 앵커가 얘기하신 디턴족은 무슨 말이에요?

▼D턴족? 호캉스? 新 추석 풍석도▼

-나날이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D턴족은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고향을 내려가서 추석을 보내고요.

올라오는 길에 휴가지라든지.

-빙 둘러서 온다.

-알파벳 D를 닮았다고 해서 D턴족이라고 그렇게 하기도 하고요.

또 호캉스족 말씀하셨죠.

호캉스는 그동안 여름 휴가 같은 것을 도심에서 보내면서 호텔과 바캉스 이렇게 결합해서 호캉스족이라고 했는데 이걸 명절에도 그렇게 하는 것 같고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호캉스족 한번 되어보고 싶습니다.

-명절이 차례도 지내고 어떻게 보면 시자 들어가는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 시자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일종의 휴가로 느끼는, 가을 휴가로 느끼는 그런 분들이 많아지신 모양이에요.

-그런 것 같습니다.

-참 말씀하시는 명절 모습이 예전의 명절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올 겁니다.

우리 과거의 명절 모습 잠깐 보실까요.

상가가 문을 닫은 텅빈 도심은 추석빔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차지하고 서울 근교에서는 차량들이 성묘객을 실어나르느라 정체를 빚기도 합니다.

농경사회의 전통이던 추석이 변화를 맞은 건 1960년대 중반 이후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으면서 귀성이라는 말이 본격 등장합니다.

서울역에서는 몰려드는 인파를 장대로 줄을 세우는가 하면 창문으로 열차를 타는 진풍경도 펼쳐집니다.

-지금 보니까 창문으로 열차를 타네요.

전주리 앵커 말대로.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에는 고향행 버스표 한 장을 사기 위해서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는 건 예삿일입니다.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추석이 연휴로 지정되면서 귀성 인파는 급증해서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또 다른 추석 풍경도 볼까요.

추석을 앞둔 방앗간.

쌀을 빻기 위해서 쌀바구니를 늘어놓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평상에서는 엄마와 할머니가 송편 빚기에 한창이고요.

반죽을 떼어 곱게 편 다음 콩과 깨를 넣어 송편의 모양을 예쁘게 만들고 송편 사이사이에 솔잎을 깔아 향이 배게 합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아이들은 별미인 떡 맛을 보기 위해서 주변을 서성입니다.

쌀을 아끼기 위한 추석 요리 강습도 이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저도 어려서는 송편 같이 어른들하고 만들었는데.

예전에는 같이 만들어서 해 먹는 추석이라면 요새는 점점 사먹는 추석.

떡도 사고 송편도 사고.

몇 가지는 하지만.

이렇게 차례상 보면 사온 음식이 유난히 많아졌어요.

-그렇습니다.

-과거에 또 기억나시는 건 어떤 게 있으세요?

-저도 시골에서 자라지 않아서 그런 특별한 추억은 없고요.

송편 만들었던 기억이 저도 있는데.

송편 아까 얘기했듯이 예쁘게 만들려고 굉장히 애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예쁜 딸 낳는다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예쁘게 만들려고 애를 썼고.

-이번에는 송편 만드세요?

-못 만들죠.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아까 드린 말씀이 과거에는 만들어서 해 먹는 추석이라면 지금은 사 먹는 추석으로.

-그렇지만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요.

여전히 추석이면 여자들의 손길이 많이 필요로 하는 그런 일들이 남아 있죠.

-일이 많죠, 아직도 그래도.

-귀성이라는 말이 1960년대 생긴 거고요.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은 자차시대와 연휴 지정이 된 80년대에 생긴 말이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설은 처음에 양력설, 음력설 하면서 연휴가 되지 않았는데요.

추석은 46년 광복 이후에 휴가로 지정이 되었고.

▼1980년대부터 ‘민족 대이동’▼

1986년에서 88년까지는 추석 당일과 다음 날까지 연휴였다가 89년부터 추석 전날까지 해서 3일 연휴가 되면서 정말로 민족대이동이라고 하는 그런 광경들을 보게 됐죠.

-지금 열차에 저렇게 창문으로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 저렇게까지 가고자 했던 고향은 떠나와서 아마 서울에서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런지도 몰라요.

-그럴 것 같아요.

-부모님도 바이바이 손 흔들면서 올라와서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공부하고 그래서 한 번이라도 다시 내려가서 이렇게 뵙게.

선물꾸러미도 들고 가고 싶고.

-맞습니다.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럴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풍경 보기가 힘들고.

그래서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고 고향을 가지 않는 그런 인구가 많이 남아 있죠.

그래서 왜 그런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 보면 추석에 대한 개념이 좀 바뀐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추석이라고 하면 중요했던 게 차례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차례라고 하면 온가족이 모여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차례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도 축소되고 그리고 지내지 않는 가정도 많이 등장하고요.

-그런 경우도 있죠.

-그래서 추석에 꼭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들이 줄어들었고 그리고 더불어서 가족에 대한 개념, 생각 이런 것들이 많이 변화했던 것 같습니다.

꼭 여름에 줄을 서서 갔어야 했던 때는 그때의 마음이 그랬던 거고요.

지금은 달라진 게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맞아요.

그런 게 있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불과 10년 사이에 귀성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통계청 자료 한번 볼까요.

2004년과 2014년에 고향 체류기간 응답 결과를 비교해 보니 3박 4일 이상은 14%포인트나 줄어든 반면에 1박 2일은 7%포인트 늘었습니다.

또 당일 귀성, 귀경도 3%포인트 늘었다고 합니다.

-저 말씀은 예전에는 가서 내려간 길에 친지분들, 친구도 만나고 그런데 이번에는 후다닥 내려가서 어머니 한 번 만나서 밥 먹고 저 가요 이러고 다시 올라오고.

-아예 내려가지 않는 분들도 늘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얘기하자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4명 중에 1명이 추석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좀전에 말씀드렸듯이 추석에 대한 개념이라든가 사람들이 추석에 담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라는 거고요.

그리고 추석에 대한 의미가 좀 달라졌다는 건 추석이 가족이 모이는 시간 이렇게 생각을 하고 휴가, 연휴 이렇게 되면서 그때는 다양하게 다른 일들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들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타향살이하면서 서울에서 얼마나 힘들어요.

애달픈 고향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그런 게 희석되는 거겠죠.

그러면 그분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요? 화면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고향을 가는 대신 어디로 가실까요? 인천공항입니다, 여기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고향에 가시는 건 아닐 테고 해외로 나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올 추석 연휴에만 70만명이 넘게 나갈 거라고 하네요.

일평균 해외여행객이 한 16%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성형외과입니다, 이번에 보시는 건.

성형외과가 명절에 웬 말인가 하시겠지만 이게 신풍속도입니다.

이번에도 닷새, 엿새 정도 시간이 나니까 수술 받고 쉴 시간도 있는 거죠.

그다음에 여기는 공부를 하고 있죠.

연휴 중에 공부를 할까 싶은데 이때 지역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강남 학원가에서 특강을 받는 지역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수능 역귀경이다 이런 얘기까지도 나온다고 합니다.

-정말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예전처럼 친척까지 확대되지 않는 것 같아요.

▼명절을 통해 본 가족의 개념 변화▼

-맞습니다.

가족이라고 하는 개념에서 변화의 제일 큰 특징은 뭐냐 다양성입니다.

가족이라고 하는 것이 이전에는 가족은 핵가족이든 대가족이든 아니면 가족의 기능이든 이런 것들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족은 이래야 돼, 가족은 이래야지.

이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가족의 규모라든가 외형이라든가 가족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가족의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든 것들이 다양하게 자기 형편에 맞게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런 가치관을 따라서 존중받으면서 가족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실은 사돈의 팔촌도 아는 사람이라고 그랬어요.

지금은 사돈의 팔촌이 아니고 팔촌도 몰라요.

팔촌 만나본 적 있어요? 결혼식 아니면 만날 일 없을 거예요.

이렇게 가족의 범주는 부모, 자식으로 좁혀지는데 새로운 가족이 등장합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반려동물 호텔에 맡기고 귀성·여행▼

화면 저희가 준비된 게 있나요? 어떤 가족들이 있을까요? 고향에는 같이 못 가고 같이 놀러가지는 못하지만 저렇게 가족으로 여기는 애완견입니다.

애견호텔도 있고요.

호텔이 사람 호텔보다 더 좋다는 얘기도 있고.

저렇게 목욕도 시켜주고요.

물놀이 시설도 있다고 하는데 저희 화면에는 아무 준비도 안 된 모양인데.

정말 저 정도면 하여튼 웬만한 사람이 부럽지 않은.

변화되는 거예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저도 어제 저 뉴스 화면 봤는데요.

나도 저렇게 좀 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많은 경우 애견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집들도 있지만, 애견을 키우는 집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동물은 동물로 대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그런 불만이 있지만 실제로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서는 가족이고요.

우스갯소리로 강아지의 서열 순위를 보면 굉장히 높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 볼 때...

-그런 것도 새로운 풍속이라고 봐야겠네요.

-어쨌든 다양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났는데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어요.

조심해야 될 게 말이라면서요.

-정말 그렇습니다.

실제로 가족간에 가끔 뉴스 보면 물리적인 폭력이 난무해서 그런 뉴스를 보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말이라고 하는 게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고 흉기가 될 수 있는.

-듣기 싫은 말 하지 말아야 되는데 또 그렇게...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이라고 하는 것이 오랜만에 1년에 한 번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님 이렇게 만나서 정말 관심과 걱정 때문에 해 주는 말입니다.

-지금 보니까 듣기 싫은 말이죠.

-듣기 싫은 말.

취업했니? 연봉은 얼마나 받니? 결혼 잘 준비하니? 이런 얘기입니다.

-제가 항상 듣는 거네요.

-정말 관심과 걱정이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래서 많은 경우에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

이게 선호하는 1위라고 얘기합니다.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

가족끼리 만나서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고 서로 격려해 주면 좋겠죠.

-그래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요?

-내가 너에게 힘이 되어주겠다.

-알겠습니다.

-필요하면 연락해라.

이런 얘기.

-필요하면 연락해라.

저도 명절에는 그런 말 좀 많이 하겠습니다.

-좋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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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가 역 귀경’까지…新 명절 풍속도
    • 입력 2015-09-24 17:54:53
    • 수정2015-09-24 22:35:43
    시사진단
-잘 아시는 노래죠.

나훈아의 고향역.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보니까 이제 고향 내려갈 때가 다 됐구나 아마 이러실 겁니다.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가 사흘 앞이네요.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명절 풍속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휴가족, D턴족, 호캉스 등등 참 이름도 생소한데요.

국민대 김선영 교수 모시고 달라진 명절 풍속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도 고향에 가시나요?어떻게 명절 보내세요?

-저는 서울에서 가족들하고 같이 보낼 건데요.

명절 지내는 모습들도 가족마다 굉장히 달라졌죠.

저희 가족은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면서 큰집하고 작은집하고, 큰집에서 설날을 보내고 작은집에서...

-역할분담을 하시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저희 차례입니다, 추석.

-하여튼 단란하게 보내시면 되는 거죠.

그런데 아까 전주리 앵커가 얘기하신 디턴족은 무슨 말이에요?

▼D턴족? 호캉스? 新 추석 풍석도▼

-나날이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D턴족은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고향을 내려가서 추석을 보내고요.

올라오는 길에 휴가지라든지.

-빙 둘러서 온다.

-알파벳 D를 닮았다고 해서 D턴족이라고 그렇게 하기도 하고요.

또 호캉스족 말씀하셨죠.

호캉스는 그동안 여름 휴가 같은 것을 도심에서 보내면서 호텔과 바캉스 이렇게 결합해서 호캉스족이라고 했는데 이걸 명절에도 그렇게 하는 것 같고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호캉스족 한번 되어보고 싶습니다.

-명절이 차례도 지내고 어떻게 보면 시자 들어가는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 시자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일종의 휴가로 느끼는, 가을 휴가로 느끼는 그런 분들이 많아지신 모양이에요.

-그런 것 같습니다.

-참 말씀하시는 명절 모습이 예전의 명절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올 겁니다.

우리 과거의 명절 모습 잠깐 보실까요.

상가가 문을 닫은 텅빈 도심은 추석빔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차지하고 서울 근교에서는 차량들이 성묘객을 실어나르느라 정체를 빚기도 합니다.

농경사회의 전통이던 추석이 변화를 맞은 건 1960년대 중반 이후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으면서 귀성이라는 말이 본격 등장합니다.

서울역에서는 몰려드는 인파를 장대로 줄을 세우는가 하면 창문으로 열차를 타는 진풍경도 펼쳐집니다.

-지금 보니까 창문으로 열차를 타네요.

전주리 앵커 말대로.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에는 고향행 버스표 한 장을 사기 위해서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는 건 예삿일입니다.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추석이 연휴로 지정되면서 귀성 인파는 급증해서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또 다른 추석 풍경도 볼까요.

추석을 앞둔 방앗간.

쌀을 빻기 위해서 쌀바구니를 늘어놓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평상에서는 엄마와 할머니가 송편 빚기에 한창이고요.

반죽을 떼어 곱게 편 다음 콩과 깨를 넣어 송편의 모양을 예쁘게 만들고 송편 사이사이에 솔잎을 깔아 향이 배게 합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아이들은 별미인 떡 맛을 보기 위해서 주변을 서성입니다.

쌀을 아끼기 위한 추석 요리 강습도 이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저도 어려서는 송편 같이 어른들하고 만들었는데.

예전에는 같이 만들어서 해 먹는 추석이라면 요새는 점점 사먹는 추석.

떡도 사고 송편도 사고.

몇 가지는 하지만.

이렇게 차례상 보면 사온 음식이 유난히 많아졌어요.

-그렇습니다.

-과거에 또 기억나시는 건 어떤 게 있으세요?

-저도 시골에서 자라지 않아서 그런 특별한 추억은 없고요.

송편 만들었던 기억이 저도 있는데.

송편 아까 얘기했듯이 예쁘게 만들려고 굉장히 애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예쁜 딸 낳는다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예쁘게 만들려고 애를 썼고.

-이번에는 송편 만드세요?

-못 만들죠.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아까 드린 말씀이 과거에는 만들어서 해 먹는 추석이라면 지금은 사 먹는 추석으로.

-그렇지만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요.

여전히 추석이면 여자들의 손길이 많이 필요로 하는 그런 일들이 남아 있죠.

-일이 많죠, 아직도 그래도.

-귀성이라는 말이 1960년대 생긴 거고요.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은 자차시대와 연휴 지정이 된 80년대에 생긴 말이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설은 처음에 양력설, 음력설 하면서 연휴가 되지 않았는데요.

추석은 46년 광복 이후에 휴가로 지정이 되었고.

▼1980년대부터 ‘민족 대이동’▼

1986년에서 88년까지는 추석 당일과 다음 날까지 연휴였다가 89년부터 추석 전날까지 해서 3일 연휴가 되면서 정말로 민족대이동이라고 하는 그런 광경들을 보게 됐죠.

-지금 열차에 저렇게 창문으로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 저렇게까지 가고자 했던 고향은 떠나와서 아마 서울에서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런지도 몰라요.

-그럴 것 같아요.

-부모님도 바이바이 손 흔들면서 올라와서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공부하고 그래서 한 번이라도 다시 내려가서 이렇게 뵙게.

선물꾸러미도 들고 가고 싶고.

-맞습니다.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럴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풍경 보기가 힘들고.

그래서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고 고향을 가지 않는 그런 인구가 많이 남아 있죠.

그래서 왜 그런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 보면 추석에 대한 개념이 좀 바뀐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추석이라고 하면 중요했던 게 차례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차례라고 하면 온가족이 모여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차례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도 축소되고 그리고 지내지 않는 가정도 많이 등장하고요.

-그런 경우도 있죠.

-그래서 추석에 꼭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들이 줄어들었고 그리고 더불어서 가족에 대한 개념, 생각 이런 것들이 많이 변화했던 것 같습니다.

꼭 여름에 줄을 서서 갔어야 했던 때는 그때의 마음이 그랬던 거고요.

지금은 달라진 게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맞아요.

그런 게 있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불과 10년 사이에 귀성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통계청 자료 한번 볼까요.

2004년과 2014년에 고향 체류기간 응답 결과를 비교해 보니 3박 4일 이상은 14%포인트나 줄어든 반면에 1박 2일은 7%포인트 늘었습니다.

또 당일 귀성, 귀경도 3%포인트 늘었다고 합니다.

-저 말씀은 예전에는 가서 내려간 길에 친지분들, 친구도 만나고 그런데 이번에는 후다닥 내려가서 어머니 한 번 만나서 밥 먹고 저 가요 이러고 다시 올라오고.

-아예 내려가지 않는 분들도 늘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얘기하자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4명 중에 1명이 추석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좀전에 말씀드렸듯이 추석에 대한 개념이라든가 사람들이 추석에 담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라는 거고요.

그리고 추석에 대한 의미가 좀 달라졌다는 건 추석이 가족이 모이는 시간 이렇게 생각을 하고 휴가, 연휴 이렇게 되면서 그때는 다양하게 다른 일들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들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타향살이하면서 서울에서 얼마나 힘들어요.

애달픈 고향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그런 게 희석되는 거겠죠.

그러면 그분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요? 화면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고향을 가는 대신 어디로 가실까요? 인천공항입니다, 여기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고향에 가시는 건 아닐 테고 해외로 나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올 추석 연휴에만 70만명이 넘게 나갈 거라고 하네요.

일평균 해외여행객이 한 16%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성형외과입니다, 이번에 보시는 건.

성형외과가 명절에 웬 말인가 하시겠지만 이게 신풍속도입니다.

이번에도 닷새, 엿새 정도 시간이 나니까 수술 받고 쉴 시간도 있는 거죠.

그다음에 여기는 공부를 하고 있죠.

연휴 중에 공부를 할까 싶은데 이때 지역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강남 학원가에서 특강을 받는 지역 출신 학생들이 많아서 수능 역귀경이다 이런 얘기까지도 나온다고 합니다.

-정말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예전처럼 친척까지 확대되지 않는 것 같아요.

▼명절을 통해 본 가족의 개념 변화▼

-맞습니다.

가족이라고 하는 개념에서 변화의 제일 큰 특징은 뭐냐 다양성입니다.

가족이라고 하는 것이 이전에는 가족은 핵가족이든 대가족이든 아니면 가족의 기능이든 이런 것들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족은 이래야 돼, 가족은 이래야지.

이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가족의 규모라든가 외형이라든가 가족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가족의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든 것들이 다양하게 자기 형편에 맞게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런 가치관을 따라서 존중받으면서 가족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사실은 사돈의 팔촌도 아는 사람이라고 그랬어요.

지금은 사돈의 팔촌이 아니고 팔촌도 몰라요.

팔촌 만나본 적 있어요? 결혼식 아니면 만날 일 없을 거예요.

이렇게 가족의 범주는 부모, 자식으로 좁혀지는데 새로운 가족이 등장합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반려동물 호텔에 맡기고 귀성·여행▼

화면 저희가 준비된 게 있나요? 어떤 가족들이 있을까요? 고향에는 같이 못 가고 같이 놀러가지는 못하지만 저렇게 가족으로 여기는 애완견입니다.

애견호텔도 있고요.

호텔이 사람 호텔보다 더 좋다는 얘기도 있고.

저렇게 목욕도 시켜주고요.

물놀이 시설도 있다고 하는데 저희 화면에는 아무 준비도 안 된 모양인데.

정말 저 정도면 하여튼 웬만한 사람이 부럽지 않은.

변화되는 거예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저도 어제 저 뉴스 화면 봤는데요.

나도 저렇게 좀 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많은 경우 애견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집들도 있지만, 애견을 키우는 집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동물은 동물로 대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그런 불만이 있지만 실제로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서는 가족이고요.

우스갯소리로 강아지의 서열 순위를 보면 굉장히 높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 볼 때...

-그런 것도 새로운 풍속이라고 봐야겠네요.

-어쨌든 다양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났는데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어요.

조심해야 될 게 말이라면서요.

-정말 그렇습니다.

실제로 가족간에 가끔 뉴스 보면 물리적인 폭력이 난무해서 그런 뉴스를 보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말이라고 하는 게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고 흉기가 될 수 있는.

-듣기 싫은 말 하지 말아야 되는데 또 그렇게...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이라고 하는 것이 오랜만에 1년에 한 번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님 이렇게 만나서 정말 관심과 걱정 때문에 해 주는 말입니다.

-지금 보니까 듣기 싫은 말이죠.

-듣기 싫은 말.

취업했니? 연봉은 얼마나 받니? 결혼 잘 준비하니? 이런 얘기입니다.

-제가 항상 듣는 거네요.

-정말 관심과 걱정이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래서 많은 경우에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

이게 선호하는 1위라고 얘기합니다.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

가족끼리 만나서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고 서로 격려해 주면 좋겠죠.

-그래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요?

-내가 너에게 힘이 되어주겠다.

-알겠습니다.

-필요하면 연락해라.

이런 얘기.

-필요하면 연락해라.

저도 명절에는 그런 말 좀 많이 하겠습니다.

-좋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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