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대출로 집 샀다…집값 절반 대출로 충당

입력 2016.02.24 (21:21) 수정 2016.02.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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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빚이 사상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22조 원이 늘었는데, 연간 증가 규모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특히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규제 강화를 앞둔 지난해 4분기에만 18조 원이 늘어 연간 70조 원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최형원 기자, 가계의 대출실태를 직접 확인해봤죠?

[연관기사] ☞ 10명 중 7명, 빚으로 집 샀다

▼ 실태조사 “70% 대출로 집 샀다” ▼

<기자 멘트>

네 이번에 조사를 한 곳은 비교적 최근 입주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천여 가구입니다.

먼저 동탄의 아파트 656가구의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아 분석했더니 444가구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파트 소유주 열 명 가운데 7명 꼴입니다.

그렇다면 액수는 얼마나 될까요.

84제곱미터 3백 가구는 평균 2억 4백만 원의 빚을 냈습니다.

집 값이 3억7천만 원 정도 되니까 절반 이상을 빚으로 충당한 셈입니다.

이보다 큰 101제곱미터짜리 집을 산 사람들은 평균 2억8천만 원의 빚을 졌습니다.

집값의 60%에 가깝습니다.

이번엔 서울 마포의 아파트 단집니다.

전체 439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습니다.

이중 84제곱미터의 경우 평균 3억8천5백만 원의 빚을 냈습니다.

같은 규모의 동탄 아파트 단지보다 빚이 1억 8천만 원 가량 많았습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빚으로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층이 많았습니다.

특히 30대 이하 소유자는 서울 마포의 경우 70%, 화성 동탄은 무려 75%가 집을 사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비교하면 빚을 낸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전세난에 지친 젊은층들이 여유 자금 없이 은행 돈을 끌어다 집을 샀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아파트 입주민(30대) : "전세로 간다고 하더라도 2년마다 너무 많이 전셋값이 오르니까 (은행에서)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은 똑같기 때문에 그냥 (매매로) 전환을 했죠."

이들이 많게는 집값의 70%에 이르는 돈을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었던 건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해 적용되는 '집단대출' 덕분이었습니다.

가계부채 폭증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집단대출의 문제점을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규제 피한 집단대출…가계 빚 뇌관되나 ▼

<리포트>

KBS가 분석한 이 아파트 대출 가구의 90%는, 분양 당시 이뤄진 '집단대출'을 이용했습니다.

집단대출은 계약자의 신용은 상관없이 건설사 보증으로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파트 입주민 :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집단대출 같은) 공동구매식으로 해서, 직접 은행을 가서 받는 것보다 좀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 4천억 원,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한 달만에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이달부터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여기에 '집단대출'은 제외돼 있습니다.

결국 집단대출이 가계대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송인호(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향후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이 주어졌을 경우에 (집단대출이) 분양받은 사람의 부채상환능력이 심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부분이 문제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올 한해 예상 신규분양 물량은 대략 35만 가구 안팎, 한 채당 평균 3억원 수준으로만 봐도 올 한 해 늘어날 집단 대출액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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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명 중 7명 대출로 집 샀다…집값 절반 대출로 충당
    • 입력 2016-02-24 21:24:54
    • 수정2016-02-25 07: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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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빚이 사상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22조 원이 늘었는데, 연간 증가 규모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특히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규제 강화를 앞둔 지난해 4분기에만 18조 원이 늘어 연간 70조 원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최형원 기자, 가계의 대출실태를 직접 확인해봤죠?

[연관기사] ☞ 10명 중 7명, 빚으로 집 샀다

▼ 실태조사 “70% 대출로 집 샀다” ▼

<기자 멘트>

네 이번에 조사를 한 곳은 비교적 최근 입주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천여 가구입니다.

먼저 동탄의 아파트 656가구의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아 분석했더니 444가구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파트 소유주 열 명 가운데 7명 꼴입니다.

그렇다면 액수는 얼마나 될까요.

84제곱미터 3백 가구는 평균 2억 4백만 원의 빚을 냈습니다.

집 값이 3억7천만 원 정도 되니까 절반 이상을 빚으로 충당한 셈입니다.

이보다 큰 101제곱미터짜리 집을 산 사람들은 평균 2억8천만 원의 빚을 졌습니다.

집값의 60%에 가깝습니다.

이번엔 서울 마포의 아파트 단집니다.

전체 439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습니다.

이중 84제곱미터의 경우 평균 3억8천5백만 원의 빚을 냈습니다.

같은 규모의 동탄 아파트 단지보다 빚이 1억 8천만 원 가량 많았습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빚으로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층이 많았습니다.

특히 30대 이하 소유자는 서울 마포의 경우 70%, 화성 동탄은 무려 75%가 집을 사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비교하면 빚을 낸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전세난에 지친 젊은층들이 여유 자금 없이 은행 돈을 끌어다 집을 샀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아파트 입주민(30대) : "전세로 간다고 하더라도 2년마다 너무 많이 전셋값이 오르니까 (은행에서)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은 똑같기 때문에 그냥 (매매로) 전환을 했죠."

이들이 많게는 집값의 70%에 이르는 돈을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었던 건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해 적용되는 '집단대출' 덕분이었습니다.

가계부채 폭증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집단대출의 문제점을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규제 피한 집단대출…가계 빚 뇌관되나 ▼

<리포트>

KBS가 분석한 이 아파트 대출 가구의 90%는, 분양 당시 이뤄진 '집단대출'을 이용했습니다.

집단대출은 계약자의 신용은 상관없이 건설사 보증으로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파트 입주민 :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집단대출 같은) 공동구매식으로 해서, 직접 은행을 가서 받는 것보다 좀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 4천억 원,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한 달만에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이달부터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여기에 '집단대출'은 제외돼 있습니다.

결국 집단대출이 가계대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송인호(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향후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이 주어졌을 경우에 (집단대출이) 분양받은 사람의 부채상환능력이 심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부분이 문제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올 한해 예상 신규분양 물량은 대략 35만 가구 안팎, 한 채당 평균 3억원 수준으로만 봐도 올 한 해 늘어날 집단 대출액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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