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술보다 높은 상생의 벽…주민 반발 극복해야

입력 2021.05.31 (21:17) 수정 2021.06.0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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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들으신 것처럼 이번 P4G 정상회의에선 탄소 감축이라는 과제와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해법이 주어졌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이름은 달랐지만 정권마다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불을 붙였고,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박근혜 정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까지 이어집니다.

그럼 재생에너지는 얼마나 늘었을까요?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은 5%도 안 됩니다.

선진국 32개 나라 중에 겨우 꼴찌를 면한 수준입니다.

그 이유가 뭔지 이호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드넓은 간척 농지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농번기를 앞두고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됐습니다."]

평화롭던 이 마을 주민들은 최근 근심이 가득합니다.

여기저기 들어선 태양광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 : "좌·우측 논하고 산 언저리에 전부 다 새까매요. 두 집 이사 나갔고, 한 집 나갈 거예요. 못 살겠대요."]

지난해 말엔 한 대기업이 이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건설 비용은 3조, 금전적인 보상도 약속했습니다.

[마을 주민 : "발전기금을 주겠다. 통장으로 현찰을 쏴주겠다."]

하지만 주민들은 농지 훼손에다, 수십 년 일군 터전을 잃게 된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용범/전남 영암군 미암면 농민 : "농사꾼은 그냥 망하고 먹고 살지 말란 이야기예요. 삼호(읍)나 미암(면)이나 젊은 사람들이 없잖아요. 몇 안 되는 젊은 사람들이 다 이 지역을 떠나야 해요."]

주민들의 반대로 대규모 태양광 단지 건설 사업은 보류됐지만, 이미 지난 몇 년 사이 중소 업체들이 마을의 논밭 여기저기에 소규모 태양광 설비를 지었습니다.

마을에는 태양광 발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2018년부턴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못 짓게 되자, 발전소 건설이 논밭으로 몰리고 있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건설 예정지마다 주민들의 반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태양광 시설에 규제를 도입한 자치단체가 전체의 절반인 123곳에 이릅니다.

돈이나 기술보다 주민과의 상생이 가장 큰 과제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난개발식 건설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양심/전남 영암군 삼호읍 농민회장 : "농촌에 무자비로 벌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이것은 자연을 파괴하고 농촌을 파괴하고..."]

철저하게 주민과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에너지 선진국과는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김병권/'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 저자 : "독일의 850여 개 지역협동조합들이 재생에너지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걸로. 당연히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결과 그렇게 나타난 거죠."]

OECD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평균 27%.

4.9%에 불과한 우리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김형준/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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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기술보다 높은 상생의 벽…주민 반발 극복해야
    • 입력 2021-05-31 21:17:28
    • 수정2021-06-03 17:09:26
    뉴스 9
[앵커]

들으신 것처럼 이번 P4G 정상회의에선 탄소 감축이라는 과제와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해법이 주어졌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이름은 달랐지만 정권마다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불을 붙였고,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박근혜 정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까지 이어집니다.

그럼 재생에너지는 얼마나 늘었을까요?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은 5%도 안 됩니다.

선진국 32개 나라 중에 겨우 꼴찌를 면한 수준입니다.

그 이유가 뭔지 이호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드넓은 간척 농지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농번기를 앞두고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됐습니다."]

평화롭던 이 마을 주민들은 최근 근심이 가득합니다.

여기저기 들어선 태양광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 : "좌·우측 논하고 산 언저리에 전부 다 새까매요. 두 집 이사 나갔고, 한 집 나갈 거예요. 못 살겠대요."]

지난해 말엔 한 대기업이 이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건설 비용은 3조, 금전적인 보상도 약속했습니다.

[마을 주민 : "발전기금을 주겠다. 통장으로 현찰을 쏴주겠다."]

하지만 주민들은 농지 훼손에다, 수십 년 일군 터전을 잃게 된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용범/전남 영암군 미암면 농민 : "농사꾼은 그냥 망하고 먹고 살지 말란 이야기예요. 삼호(읍)나 미암(면)이나 젊은 사람들이 없잖아요. 몇 안 되는 젊은 사람들이 다 이 지역을 떠나야 해요."]

주민들의 반대로 대규모 태양광 단지 건설 사업은 보류됐지만, 이미 지난 몇 년 사이 중소 업체들이 마을의 논밭 여기저기에 소규모 태양광 설비를 지었습니다.

마을에는 태양광 발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2018년부턴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못 짓게 되자, 발전소 건설이 논밭으로 몰리고 있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건설 예정지마다 주민들의 반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태양광 시설에 규제를 도입한 자치단체가 전체의 절반인 123곳에 이릅니다.

돈이나 기술보다 주민과의 상생이 가장 큰 과제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난개발식 건설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양심/전남 영암군 삼호읍 농민회장 : "농촌에 무자비로 벌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이것은 자연을 파괴하고 농촌을 파괴하고..."]

철저하게 주민과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에너지 선진국과는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김병권/'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 저자 : "독일의 850여 개 지역협동조합들이 재생에너지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걸로. 당연히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결과 그렇게 나타난 거죠."]

OECD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평균 27%.

4.9%에 불과한 우리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김형준/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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