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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진 ‘탄소 감축’, 앞당겨진 ‘기업·개인 피해’
입력 2021.06.02 (09:02) 수정 2021.06.10 (10:47) 취재K
의미는 사라지고 행사만 남았다. 그제(지난달 31일) 폐막한 '2021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 이야기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기후환경 분야 다자회의, 그 '최초' 타이틀 외에는 새로울 것 없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평가다.

"알맹이 없는 말 잔치", "공허한 선언", "자가당착". 비판 수위도 강하다. 다른 나라더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라고 훈계·독려하지 말고 한국부터 하라는 것이다.

■ "한국, NDC 2배 상향해라!" 국제사회 압박…'문재인 대통령의 답'은?


지난해 12월,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였다.

곧바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무시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수치라는 것이다.

"2배는 더 감축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널리 알려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까지 나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이르렀다.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들이 최근 앞다퉈 NDC를 상향한 것과 비교해 너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비판에 답했다. P4G 개회사에서 "NDC를 상향해 오는 11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목표 발표가 다시 5개월 미뤄졌다. 기후환경 다자 간 정상회의를 개최한 한국. 전향적인 '결단'은 없었다.

■ 석탄 화력 비중 40%↑…이러니 '기후 악당'


기후악당국. 지난 2016년 영국의 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한국에 붙인 꼬리표다.

대표적인 석유·석탄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호주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 대응에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날 세워 비판했다.

2021년, 기후환경 정상회의를 개최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적이다. 한국은 여전히 탄소 배출량 전 세계 7위 국가다. 10년 전처럼.

전체 발전량 대비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19년 기준 40.4%다. 천연가스를 합하면 10년 넘게 전체 발전량 중 60% 이상을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수소·석탄액화 등 탄소를 배출하는 '신'에너지는 제외) 비중은 겨우 4.9%다. 10년 새 3.7%P 늘었다.

한국과 전체 발전량이 비슷한 독일은 2019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39.9%다. 10년 만에 20%P 이상 비중을 늘렸다. 일본도 한국의 3~4배 규모다.

한국이 여전히, 기후 악당인 이유다.

■ NDC 상향 '선택'아닌 '의무'…늦으면 늦을수록 부담


한국은 지난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을 도입했다. 당시 1만 1,013원이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2만 9,604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정부가 무상 할당한 배출권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 비용은 기업의 '배출 부채'로 잡힌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3년간 배출권 거래로 1,521억 원을 내야 했다. 특히 지난해는 영업이익이 720억 원에 불과해 부담이 상당했다.

올해부터는 배출권 거래제 3기가 시작된다. 거래제 적용을 받는 기업은 늘고, 무상 할당량도 줄어든다.

오는 11월 정부가 NDC 감축 목표치를 많이 상향할수록 무상 할당량은 더 줄어든다.

기업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 방식을 바꿀 수도, 생산 방식은 유지한 채 배출권을 사들일 수도 있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의 탄소 비용은 2050년까지 최소 4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산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비용이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정책 방향이 빨리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전 방식도 석탄 화력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NDC 감축 목표를 한 차례 완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 시기를 길게 가져갈 기회를 잃었다.

잃어버린 시간만큼 에너지 전환은 급격히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만 울산·호남 화력 발전소 5기가 문을 닫는다. 이곳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4백여 명은 실직 위기를 맞았다. 2034년까지 공공 화력발전 부분에서만 1만 1천여 명 이상이 실직한다는 분석도 있다.

탄소 배출이라는 원금 상환을 늦추면, 그 이자는 기업과 개인의 피해로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미래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 늦어진 ‘탄소 감축’, 앞당겨진 ‘기업·개인 피해’
    • 입력 2021-06-02 09:02:18
    • 수정2021-06-10 10:47:24
    취재K
의미는 사라지고 행사만 남았다. 그제(지난달 31일) 폐막한 '2021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 이야기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기후환경 분야 다자회의, 그 '최초' 타이틀 외에는 새로울 것 없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평가다.

"알맹이 없는 말 잔치", "공허한 선언", "자가당착". 비판 수위도 강하다. 다른 나라더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라고 훈계·독려하지 말고 한국부터 하라는 것이다.

■ "한국, NDC 2배 상향해라!" 국제사회 압박…'문재인 대통령의 답'은?


지난해 12월,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였다.

곧바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무시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수치라는 것이다.

"2배는 더 감축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널리 알려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까지 나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이르렀다.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들이 최근 앞다퉈 NDC를 상향한 것과 비교해 너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비판에 답했다. P4G 개회사에서 "NDC를 상향해 오는 11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목표 발표가 다시 5개월 미뤄졌다. 기후환경 다자 간 정상회의를 개최한 한국. 전향적인 '결단'은 없었다.

■ 석탄 화력 비중 40%↑…이러니 '기후 악당'


기후악당국. 지난 2016년 영국의 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한국에 붙인 꼬리표다.

대표적인 석유·석탄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호주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 대응에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날 세워 비판했다.

2021년, 기후환경 정상회의를 개최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적이다. 한국은 여전히 탄소 배출량 전 세계 7위 국가다. 10년 전처럼.

전체 발전량 대비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19년 기준 40.4%다. 천연가스를 합하면 10년 넘게 전체 발전량 중 60% 이상을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수소·석탄액화 등 탄소를 배출하는 '신'에너지는 제외) 비중은 겨우 4.9%다. 10년 새 3.7%P 늘었다.

한국과 전체 발전량이 비슷한 독일은 2019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39.9%다. 10년 만에 20%P 이상 비중을 늘렸다. 일본도 한국의 3~4배 규모다.

한국이 여전히, 기후 악당인 이유다.

■ NDC 상향 '선택'아닌 '의무'…늦으면 늦을수록 부담


한국은 지난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을 도입했다. 당시 1만 1,013원이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2만 9,604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정부가 무상 할당한 배출권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 비용은 기업의 '배출 부채'로 잡힌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3년간 배출권 거래로 1,521억 원을 내야 했다. 특히 지난해는 영업이익이 720억 원에 불과해 부담이 상당했다.

올해부터는 배출권 거래제 3기가 시작된다. 거래제 적용을 받는 기업은 늘고, 무상 할당량도 줄어든다.

오는 11월 정부가 NDC 감축 목표치를 많이 상향할수록 무상 할당량은 더 줄어든다.

기업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 방식을 바꿀 수도, 생산 방식은 유지한 채 배출권을 사들일 수도 있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의 탄소 비용은 2050년까지 최소 4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산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비용이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정책 방향이 빨리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전 방식도 석탄 화력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NDC 감축 목표를 한 차례 완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 시기를 길게 가져갈 기회를 잃었다.

잃어버린 시간만큼 에너지 전환은 급격히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만 울산·호남 화력 발전소 5기가 문을 닫는다. 이곳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4백여 명은 실직 위기를 맞았다. 2034년까지 공공 화력발전 부분에서만 1만 1천여 명 이상이 실직한다는 분석도 있다.

탄소 배출이라는 원금 상환을 늦추면, 그 이자는 기업과 개인의 피해로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미래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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