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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신재생 반대 안 해요…그런데 왜 농지인가요?”
입력 2021.06.07 (07:00) 수정 2021.06.10 (10:47) 취재후

■ 평생 일군 '농지'를 떠나는 농민들, 이유는?

"태양광 들어서면 그 많은 임차농은 뭐 할 거냐는 거예요. 이 지역을 떠나야 해요."

이용범 씨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묻어났습니다.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태양광' 때문입니다.

전남 영암으로 귀농한 지 10년 넘은 이 씨는 임차농입니다. 최근 땅 주인에게 자신보다 임대료를 5~6배 주겠다는 태양광 사업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현재 수입으로 이 씨는 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지역 농민의 70%가 임차 농민인 현실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로 농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이용범 / 전남 영암군 미암면 농민

"땅 주인들은 여기 안 살아요. 다 객지 살아. 태양광 사업자들이 땅 주인들에게 (1년에 3.3㎡당 임대료) 6천 원 준다고 해서 좋다고 하면, 저흰 임차농들은 땅 주인이 아니니까 자동으로 밀려나는 거에요."

" 지금까지 10년에 걸쳐 2억 넘게 장비를 샀어요. 농토가 태양광으로 되면 농기계 팔아먹을 때도 없어요. 농사꾼은 그냥 망하고 먹고 살지 말란 이야기예요."


■ 농촌, 태양광과의 전쟁…대기업까지 뛰어든 농촌 '태양광 발전소'

몇 년 전부터 전남 영암군 논에 태양광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소규모 사업자들이 농지를 사들여 만드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암군의 태양광 발전 사업이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번에는 '대기업'이었습니다.

SK E&S가 지난해 연말, 전남 영암군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 간척지 16.5㎢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분당 신도시(19.6㎢)와 비슷한 크기인데 , 발전 규모만 2GW, 원자력 설비 두 기와 맞먹습니다.

간척지 전체를 태양광 발전 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에 농민들은 즉각 들고일어났습니다. 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평생 일군 터전과 함께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신양심 / 전남 영암군 삼호읍 농민회장

"농사로 잔뼈가 굵고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인데,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거, 삶의 터전이 없어진다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죠. 농지가 없어지면 농촌은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진 않아요. 그런데 왜 농지에 하냐는 거죠."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여론으로 모아지면서, 최근 영암군 의회는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에 대한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새 조례를 보면, 영암군에서 왕복 2차선 도로과 5가구 이상 주택이 있는 지역의 500m 안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습니다. 기존 '10가구 및 주요 도로의 100m 이내 설치 금지' 규제보다 강화된 겁니다. 풍력 발전에 대한 규제도 추가됐습니다.

영암군청 관계자는 "SK E&S 태양광 발전 반대로 규제 강화가 촉발됐다.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민원이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 법인인 '기후솔루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입지 규제 조례가 있는 곳은 123곳입니다. 2017년 83곳과 비교하면 48% 늘어났습니다.

2018년, 산을 깎아 만들던 태양광 발전소를 더이상 산에 만들 수 없도록 제도가 마련됐습니다. 농촌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이 몰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후솔루션 권경락 이사는 "지자체들의 태양광 시설 규제로 2~3년 뒤에는 태양광이 늘어나는 속도가 줄어들 것이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더는 개발할 만한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암군 역시 태양광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여러 태양광 업체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연관기사] KBS 뉴스 9 ‘투자·기술보다 높은 상생의 벽…주민 반발 극복해야’ (21.5.3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8222


■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 최대 과제는?

기술도, 돈도 아닙니다. 바로 영암군 같은 주민들의 '반대'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 환경은 나아지고 있지만, 반대로 설치할 지역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주민들을 보상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생각해야 해결이 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합니다.

덴마크는 풍력 발전의 지분 80%를 지역 주민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전국의 850여 개 지역 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9.1%, 독일은 39.9%입니다.

김병권 /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 저자

"(지역 주민들도) 재생에너지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기업들이 주민 생계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민들의 참여를 얻어나가고 주민들의 이익을 같이 나누는 방식이 아니고선 우리도 선진국만큼 재생에너지 시설을 대한민국 곳곳에 설치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전국에 40개에 불과합니다. 주민 이익 공유에 대한 기준도 만들고 있는 단계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높게 잡으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더 속도를 내야 할 우리로선 지역 주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제도와 구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분명히 말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반대하고 있는 건 자연을 '훼손'해 만드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붐'이었습니다.
  • [취재후] “신재생 반대 안 해요…그런데 왜 농지인가요?”
    • 입력 2021-06-07 07:00:29
    • 수정2021-06-10 10:47:35
    취재후

■ 평생 일군 '농지'를 떠나는 농민들, 이유는?

"태양광 들어서면 그 많은 임차농은 뭐 할 거냐는 거예요. 이 지역을 떠나야 해요."

이용범 씨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묻어났습니다.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태양광' 때문입니다.

전남 영암으로 귀농한 지 10년 넘은 이 씨는 임차농입니다. 최근 땅 주인에게 자신보다 임대료를 5~6배 주겠다는 태양광 사업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현재 수입으로 이 씨는 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지역 농민의 70%가 임차 농민인 현실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로 농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이용범 / 전남 영암군 미암면 농민

"땅 주인들은 여기 안 살아요. 다 객지 살아. 태양광 사업자들이 땅 주인들에게 (1년에 3.3㎡당 임대료) 6천 원 준다고 해서 좋다고 하면, 저흰 임차농들은 땅 주인이 아니니까 자동으로 밀려나는 거에요."

" 지금까지 10년에 걸쳐 2억 넘게 장비를 샀어요. 농토가 태양광으로 되면 농기계 팔아먹을 때도 없어요. 농사꾼은 그냥 망하고 먹고 살지 말란 이야기예요."


■ 농촌, 태양광과의 전쟁…대기업까지 뛰어든 농촌 '태양광 발전소'

몇 년 전부터 전남 영암군 논에 태양광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소규모 사업자들이 농지를 사들여 만드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암군의 태양광 발전 사업이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번에는 '대기업'이었습니다.

SK E&S가 지난해 연말, 전남 영암군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 간척지 16.5㎢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분당 신도시(19.6㎢)와 비슷한 크기인데 , 발전 규모만 2GW, 원자력 설비 두 기와 맞먹습니다.

간척지 전체를 태양광 발전 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에 농민들은 즉각 들고일어났습니다. 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평생 일군 터전과 함께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신양심 / 전남 영암군 삼호읍 농민회장

"농사로 잔뼈가 굵고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인데,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거, 삶의 터전이 없어진다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죠. 농지가 없어지면 농촌은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진 않아요. 그런데 왜 농지에 하냐는 거죠."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여론으로 모아지면서, 최근 영암군 의회는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에 대한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새 조례를 보면, 영암군에서 왕복 2차선 도로과 5가구 이상 주택이 있는 지역의 500m 안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습니다. 기존 '10가구 및 주요 도로의 100m 이내 설치 금지' 규제보다 강화된 겁니다. 풍력 발전에 대한 규제도 추가됐습니다.

영암군청 관계자는 "SK E&S 태양광 발전 반대로 규제 강화가 촉발됐다.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민원이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 법인인 '기후솔루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입지 규제 조례가 있는 곳은 123곳입니다. 2017년 83곳과 비교하면 48% 늘어났습니다.

2018년, 산을 깎아 만들던 태양광 발전소를 더이상 산에 만들 수 없도록 제도가 마련됐습니다. 농촌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이 몰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후솔루션 권경락 이사는 "지자체들의 태양광 시설 규제로 2~3년 뒤에는 태양광이 늘어나는 속도가 줄어들 것이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더는 개발할 만한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암군 역시 태양광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여러 태양광 업체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연관기사] KBS 뉴스 9 ‘투자·기술보다 높은 상생의 벽…주민 반발 극복해야’ (21.5.3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8222


■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 최대 과제는?

기술도, 돈도 아닙니다. 바로 영암군 같은 주민들의 '반대'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 환경은 나아지고 있지만, 반대로 설치할 지역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주민들을 보상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생각해야 해결이 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합니다.

덴마크는 풍력 발전의 지분 80%를 지역 주민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전국의 850여 개 지역 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9.1%, 독일은 39.9%입니다.

김병권 /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 저자

"(지역 주민들도) 재생에너지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기업들이 주민 생계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민들의 참여를 얻어나가고 주민들의 이익을 같이 나누는 방식이 아니고선 우리도 선진국만큼 재생에너지 시설을 대한민국 곳곳에 설치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전국에 40개에 불과합니다. 주민 이익 공유에 대한 기준도 만들고 있는 단계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높게 잡으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더 속도를 내야 할 우리로선 지역 주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제도와 구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분명히 말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반대하고 있는 건 자연을 '훼손'해 만드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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