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극 부른 냉천…급경사 하천에 정비 사업까지

입력 2022.09.08 (21:08) 수정 2022.09.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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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참사를 부른 하천 범람이 '인재'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해안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천이 설계됐고, 자치단체는 수해 대비보다 편의시설 설치에 치중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로 불어난 물이 냉천 제방을 넘어섭니다.

범람한 흙탕물은 불과 10m 떨어진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됐습니다.

이곳 냉천은 평소에는 거의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태풍 때는 제방보다도 1.5미터를 더 넘어서 물이 인근 아파트로 흘러들었습니다.

냉천 범람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초저기압이었던 이번 태풍이 바닷물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데다 만조 시각까지 겹쳤습니다.

평소에는 60cm를 넘지 않는 해수면의 높낮이인 조위가 태풍이 상륙한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 1.4m까지 솟구쳤습니다.

냉천의 강물이 바닷물의 영향으로 영일만으로 빠져나가는데 다른 때와 달리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찬주/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하천연구소 연구원 :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면 배수효과라고 해서 상류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강물의 유속을 느리게 하거나 강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체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냉천을 비롯해 동해안 하천은 경사가 급한 계곡을 따라 강물이 내려오다 해안가에 가까워지며 갑자기 완만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물의 흐름이 더뎌져 범람에 대비한 하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8년 동안 이뤄진 냉천 정비 사업이 홍수 관리보다 체육 시설 설치 등에 치중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황병건/오천읍 구정4리 이장 : "잔디광장이라든가 저 밑에 체육시설을 너무 넓게 해서 강폭이 좁아지면서 상류에서 내려오면 병목현상이 일어나요."]

실제로 경상북도는 2018년 감사를 통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시설물을 최소화하라며 사업비를 감액하라고 포항시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포항시는 당시 하천 정비로 강바닥을 준설해 80년 빈도의 한계 수량 시간당 77mm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1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옹벽을 더 높이 쌓거나 강벽을 따라 차수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지혜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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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극 부른 냉천…급경사 하천에 정비 사업까지
    • 입력 2022-09-08 21:08:17
    • 수정2022-09-08 21:24:37
    뉴스 9
[앵커]

그런데 참사를 부른 하천 범람이 '인재'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해안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천이 설계됐고, 자치단체는 수해 대비보다 편의시설 설치에 치중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로 불어난 물이 냉천 제방을 넘어섭니다.

범람한 흙탕물은 불과 10m 떨어진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됐습니다.

이곳 냉천은 평소에는 거의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태풍 때는 제방보다도 1.5미터를 더 넘어서 물이 인근 아파트로 흘러들었습니다.

냉천 범람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초저기압이었던 이번 태풍이 바닷물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데다 만조 시각까지 겹쳤습니다.

평소에는 60cm를 넘지 않는 해수면의 높낮이인 조위가 태풍이 상륙한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 1.4m까지 솟구쳤습니다.

냉천의 강물이 바닷물의 영향으로 영일만으로 빠져나가는데 다른 때와 달리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찬주/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하천연구소 연구원 :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면 배수효과라고 해서 상류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강물의 유속을 느리게 하거나 강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체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냉천을 비롯해 동해안 하천은 경사가 급한 계곡을 따라 강물이 내려오다 해안가에 가까워지며 갑자기 완만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물의 흐름이 더뎌져 범람에 대비한 하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8년 동안 이뤄진 냉천 정비 사업이 홍수 관리보다 체육 시설 설치 등에 치중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황병건/오천읍 구정4리 이장 : "잔디광장이라든가 저 밑에 체육시설을 너무 넓게 해서 강폭이 좁아지면서 상류에서 내려오면 병목현상이 일어나요."]

실제로 경상북도는 2018년 감사를 통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시설물을 최소화하라며 사업비를 감액하라고 포항시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포항시는 당시 하천 정비로 강바닥을 준설해 80년 빈도의 한계 수량 시간당 77mm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1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옹벽을 더 높이 쌓거나 강벽을 따라 차수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지혜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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