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에 말 아낀 윤 대통령…‘실용외교’ 고려했나?

입력 2023.10.11 (06:00) 수정 2023.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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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수천 발 로켓포 공격이 지금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지하고,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외교적 평가나 특정 세력에 대한 지지 없이, 객관적인 상황 설명과 사태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만 내비친 것입니다.

"로켓 공격을 포함하여 가자지구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가해진 무차별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7일 외교부의 대변인 명의 성명보다도 정제된 발언입니다.

■ "한국과 이스라엘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가치 공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와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윤 대통령과 네탄야후 총리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앞으로 미래 혁신 분야의 공동연구를 추진해 나가고, 미사일 방어,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방협력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우리와 이스라엘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가치 연대', '가치 동맹'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의 기본 방향입니다. 자유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와 법치 기반 국제 질서에 동의하는 국가들이 연대해 국제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신(新)냉전'으로까지 불리는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결국 '균형외교'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동참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을 공개 언급하면서, 외교부 성명보다도 말을 아낀 건, 그래서 주목해볼 만한 지점입니다.

■ 중동 투자 유치 '실용외교' 고려했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정부 입장은) 외교부 성명으로 갈음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수위를 조절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안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 굳이 한쪽의 손을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고 했습니다.

지난 3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앞으로 정부는 수출과 투자를 비롯한 경제 활성화 등에 중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할 거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40조 원 한국 투자 약속과 UAE(아랍에미리트)의 300억 달러(우리 돈 약 40조 원) 투자 약속을 언급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투자 규모는 결정이 됐지만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달 안에 두 나라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확정을 위한 후속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곧 투자가 이뤄지면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현지시각 9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밝혔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을 하마스에 대한 지지로 보는 건 무리지만, 적어도 이스라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건 명확히 한 거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이 '가치를 공유'하는 이스라엘에 공개적 지지를 밝히지 않은 것도, 그간 정상외교의 경제 분야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동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수십조 원 투자 '약속'은 말 그대로 '약속'일 뿐이고, 이달 들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젝트 확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까지 굳이 선명한 입장을 밝혀 영향을 줄 필요 있느냐는 판단 아니냐는 것입니다.

정상외교에서 나온 투자 약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사우디, UAE 등의 정상과 추가 의견 교환을 할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가 어떤 수위로 거론될지, 혹은 의제에서 제외될 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서는 5대 전략 기조 중 하나를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와 가치외교 구현'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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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수천 발 로켓포 공격이 지금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지하고,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외교적 평가나 특정 세력에 대한 지지 없이, 객관적인 상황 설명과 사태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만 내비친 것입니다.

"로켓 공격을 포함하여 가자지구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가해진 무차별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7일 외교부의 대변인 명의 성명보다도 정제된 발언입니다.

■ "한국과 이스라엘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가치 공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에서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와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윤 대통령과 네탄야후 총리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앞으로 미래 혁신 분야의 공동연구를 추진해 나가고, 미사일 방어,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방협력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우리와 이스라엘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가치 연대', '가치 동맹'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의 기본 방향입니다. 자유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와 법치 기반 국제 질서에 동의하는 국가들이 연대해 국제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신(新)냉전'으로까지 불리는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결국 '균형외교'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동참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을 공개 언급하면서, 외교부 성명보다도 말을 아낀 건, 그래서 주목해볼 만한 지점입니다.

■ 중동 투자 유치 '실용외교' 고려했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정부 입장은) 외교부 성명으로 갈음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수위를 조절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안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 굳이 한쪽의 손을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고 했습니다.

지난 3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앞으로 정부는 수출과 투자를 비롯한 경제 활성화 등에 중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할 거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40조 원 한국 투자 약속과 UAE(아랍에미리트)의 300억 달러(우리 돈 약 40조 원) 투자 약속을 언급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투자 규모는 결정이 됐지만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달 안에 두 나라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확정을 위한 후속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곧 투자가 이뤄지면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현지시각 9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밝혔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을 하마스에 대한 지지로 보는 건 무리지만, 적어도 이스라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건 명확히 한 거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이 '가치를 공유'하는 이스라엘에 공개적 지지를 밝히지 않은 것도, 그간 정상외교의 경제 분야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동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수십조 원 투자 '약속'은 말 그대로 '약속'일 뿐이고, 이달 들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젝트 확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까지 굳이 선명한 입장을 밝혀 영향을 줄 필요 있느냐는 판단 아니냐는 것입니다.

정상외교에서 나온 투자 약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사우디, UAE 등의 정상과 추가 의견 교환을 할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가 어떤 수위로 거론될지, 혹은 의제에서 제외될 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서는 5대 전략 기조 중 하나를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와 가치외교 구현'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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