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천 수익 낼 때까지 봐줘야”…성금으로 측근 챙기기? [희망브리지]②

입력 2023.10.12 (10:42) 수정 2023.10.12 (15: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1. [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381
2. [단독] 지역 조직도 싹쓸이…모집 공고 전 내정자들 만나 처우 논의까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663
3. [단독] 알고 보니 짬짜미…재해구호협회, 구호품 납품도 의혹 투성이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3090
4. [단독] 공연 맡기고 용역 몰아주고…측근 챙기기에 국민 성금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3350
[한눈에 이슈] 구호물품에 왜 멀티탭을?...납득 안 되는 돈 씀씀이
https://www.youtube.com/watch?v=RiFesTmweNk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KBS는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부당 계약' 등 여러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이번엔 '내부거래·지인 특혜' 의혹을 전해드릴 텐데요.
KBS는 희망브리지가 구호품을 정할 때 협회 관계자 지인 업체가 로비를 하고, 납품 과정에서 짬짜미 입찰을 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김정희 사무총장의 측근 강 모 씨 관련 업체에 각종 공연과 용역 계약을 몰아주기 한 정황도 취재했습니다.

■ 구호키트에 웬 콘센트? 알고 보니 짬짜미…구호품 납품도 의혹투성이

2019년 희망브리지 구호키트에 처음으로 포함된 화재에방콘센트(자동소화멀티탭).2019년 희망브리지 구호키트에 처음으로 포함된 화재에방콘센트(자동소화멀티탭).

2019년 5월 희망브리지는 긴급입찰공고문 한 건을 띄웁니다. 강원 산불과 경북 영덕 수해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지급할 구호키트를 납품할 업체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속옷·비누 등 생필품 위주인 구호키트에 화재예방콘센트라는 전자 제품이 추가됐습니다. 콘센트에 불이 붙으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콘센트가 구호키트에 포함된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콘센트 개당 가격은 2만 4천 원 정도였습니다. 구호키트 전체 제작비의 30%가 넘어 협회 내부에서도 "이재민들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멀티탭을 지급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까지 제기됐습니다.
희망브리지가 입찰 공고를 내기 한 달여 전, 김정희 사무총장은 한 자문위원의 소개로 멀티탭 유통업체 임 모 부사장을 소개받았습니다. 임 부사장은 희망브리지 본사에 방문해 김 사무총장 등에게 자동소화멀티탭 판촉을 했고, 이후 키트 구성품이 된 겁니다. 자동소화멀티탭을 구호키트에 넣기로 한 것이 누구의 결정인지에 대한 질문에 희망브리지는 "실무진이 시장 조사와 검토를 통해 키트에 포함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입찰 과정에서 석연찮은 문제들이 발견됩니다. 희망브리지가 입찰공고문에 반드시 D 전자의 자동소화멀티탭만 납품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건 겁니다. D 전자의 멀티탭은 임 부사장이 김 사무총장에게 판촉했던 바로 그 제품이었습니다. 다른 생필품이 크기 등 일반적인 규격과 조건만 충족하면 납품이 가능하도록 한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었습니다.
입찰이 시작됐고, 1차 입찰이 유찰됩니다. 임 부사장 회사만 단독 입찰해 비교 견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겁니다. 유찰 뒤 곧바로 재입찰이 시작됐는데, 이때 임 부사장 업체 외에 G 업체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재입찰에 참여한 이 업체, 자동소화멀티탭은 커녕 멀티탭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 업체였습니다.
임 부사장 업체 대표 최 모 씨가 지인인 G 업체 사장에게 입찰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겁니다. 입찰에서 G 업체가 적어낸 금액은 임 부사장 업체보다 단 천 원 정도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입찰 담합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최 씨에게 왜 멀티탭을 팔지도 않는 업체에 입찰을 종용했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합니다.

"(희망브리지에서) '또 유찰이 되면 어떡하느냐'고 제게 걱정을 전달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수주를 하고 싶은데, 또 입찰이 밀리게 될까봐, 제가 부득이하게 (G 업체에 입찰 참여) 요청했고, 그렇게 그때 입찰을 했었습니다."
- 자동소화멀티탭 유통업체 최 모 대표 -

G 업체는 경쟁 입찰 모양새만 갖춰준 사실상 '들러리'였던 셈입니다. 결국 임 부사장 업체가 희망브리지에 자동소화멀티탭을 납품하게 됐습니다. 이후 4년여간 희망브리지에 납품한 멀티탭만 6억 3천만 원 어치입니다.
이에 대해 희망브리지는 "입찰 참여 업체 간 짬짜미 여부는 알 수 없고, 공개 입찰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임 부사장도 "자동소화멀티탭이 좋은 제품이어서 김 사무총장에게 추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납품 로비와 입찰 짬짜미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긴급입찰 석달 뒤 김 사무총장은 임 부사장을 희망브리지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현재까지 자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몇천 수익 낼 때까지...나 없어도 잘 돌봐주면 돼"...측근 강 씨 챙기기?


지난 2021년 말 희망브리지는 서울 강남의 대형 행사장을 빌려 60주년 감사제를 열었습니다. 이때 국악 공연이 열렸는데, 희망브리지 강 모 자문위원이 이사로 재직중인 A 업체에서 공연 기획을 맡았고 강 자문위원이 대표로 있는 B 공연단에서 국악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에 들어간 돈은 1,800만 원이 넘었는데요. 희망브리지에 공연 업체를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 자문위원이었습니다.
강 씨는 김정희 사무총장과 십여 년 전 만난 오랜 지인이고, 김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희망브리지 자문위원이 됐습니다.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희망브리지가 주최한 공연은 모두 4차례인데, 그중 3번을 강 씨가 이사로 있는 A 업체가 맡았습니다. 희망브리지 측은 공연비로 A 업체에 지급한 돈은 모두 2,600여 만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8월, 김 사무총장은 강 씨를 대외협력정책관으로 임명합니다. 대외협력실이란 공식 조직이 있는데도 임명직인 대외협력정책관 자리가 신설됐습니다.
강 씨와 연관 있는 A 업체와 B 공연단에 국악 공연을 자주 맡긴 이유를 묻자 김 사무총장은 "지인이라서 특혜를 준 것은 없다. 모든 건 실무진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계약 과정에 자신이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 씨를 대외협력정책관에 임명한 다음 날, 김 사무총장은 직원들에게 한 말은 취재진에게 한 해명과는 달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이 발언에 이어 "내가 재임이 끝나도 회장님은 연임하시니까 계속 데리고 쓰면 돼. 여러분들이 잘 돌봐주면 돼. 왜? 우리 회사를 구해준 사람들이 있어"라며 "신OO, 강OO 2명은 신세를 갚아야 돼"라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4월, 내부 회의에선 이런 말도 했는데요.


한 달 뒤 희망브리지는 강 씨가 이사로 있는 A 업체에 자문 용역을 줬습니다. 지난해 5월 1,650만 원의 계약을 맺은 건데요. 자문 내용은 <재해구호법 개정안 관련 여론 관계기관 구축 및 현안 분석>이었습니다. 국악 공연에 재해구호법 개정 관련 자문 용역까지 수행하는 A 업체가 궁금했습니다. 법인 등기부 등을 떼보니 지퍼 제조업, 공연업, 부동산업, 컨설팅 등 다양한 업종이 적혀 있었습니다.
A 업체 주소지를 찾아가니, 다른 지퍼공장과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었습니다. A 업체 대표는 "강 씨가 희망브리지와 계약을 맺도록 소개한 것이 맞다"면서, "제가 좀 아는 상식 있으신 분들한테 물어보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에 관해 묻자 A 업체 대표는 "다 기억하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A 업체 대표는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 "당시엔 재해구호법 개정이 이슈였다"며 본인이 보고서를 썼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는데요. 지난해 7월 회의에서 김 사무총장이 A 업체의 용역 보고서를 언급한 내용을 들어보면, 보고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의문은 더해져만 갑니다.


취재진은 김 사무총장이 '손 봤다'고 한 A 업체의 용역 보고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희망브리지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희망브리지 관련 일 한다는 남자가 와서 주소 빌려달라고 해"...C 업체의 실체는?

수상한 용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올해 2월부터 김 모 씨가 대표인 C 업체에 '동향 보고서' 작성 조건으로 매달 380만 원씩 지급했습니다. C 업체는 어떤 곳일까? 서울에 있는 주소지를 찾아갔더니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전혀 다른 사업장이었습니다.처음엔 C 업체도, 대표인 김 씨도 모른다던 액세서리 업체의 사장은 곧이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2~3년 전에 친구 소개로 한 남자가 찾아왔었어요. 희망브리지 관련 일을 한다면서,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본인 이름으로는 사업장을 못 낸 데요. 그래서 주소를 좀 빌려주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장을 내겠다고 하길래, 친구 부탁도 있고 해서 그러라고 했지요.
그 남자와 주소지를 빌려주는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C 업체 대표로 돼 있는 김 모 씨 이름을 쓰더라고요."
- C 업체가 주소지를 빌린 액세서리 업체 사장-

'희망브리지 관련 일을 하면서, 다른 업체 주소를 빌려,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장을 낸' 남자는 바로 김정희 사무총장의 측근 강 씨였습니다.
강 씨는 처음엔 C 업체와 대표 김 씨를 모른다고 부인했는데요. 액세서리 업체를 연결해 준 인물의 이름까지 취재진이 말하자, 주소를 빌린 사람이 본인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동향보고서 용역을 수행할 곳으로 C 업체를 소개한 사람도 본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C 업체에서 언론 홍보 일을 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김 사무총장에게 '동향보고서' 작성 용역을 수행한 C 업체가 사실상 강 씨의 '위장 업체'인 걸 알았냐고 물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지인에게 특혜를 준 건 아니지만 "용역 계약 등을 할 때 잘 살피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희망브리지가 강 씨와 관련된 업체에 집행한 공연비과 용역비는 모두 김 사무총장이 전결 처리할 수 있는 2천만 원 미만 규모였습니다.

■ 송필호 협회장 "강 씨가 신용불량자라 회사를 만들어 주고 받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송필호 협회장은 희망브리지 내부에서 C 업체가 강 씨가 만든 업체라는 걸 알았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는데요.
송 협회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C 업체와 관련해 본인이 알아본 사실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송필호 협회장 :
" 그 양반(강 씨)이 보고서를 나한테 보내요. 매주.
…왜 정보보고니 매주. 이 양반이 그쪽에 보니까 발바닥이 넓더라고.
그 친구가 신용불량자였나 봐요.
그럼 어떻게 돈을 주느냐 했더니 '회사 고걸 만들어가지고 주고 받았다',
…그럼 그럴만하겠다 일단."

기자 : 그럼 강 씨가 따로 C 업체를 만들고 한 걸 협회도 알고는 있었네요?

송필호 협회장 :
"아니 그리로 돈을 지급하니까. 알고 있었을 거 같은데요?
아 알고 있었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못 보내죠. 우리 회사는 일체 현금이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

송 협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입장을 묻자, 희망브리지 측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답변을 재차 반복했습니다. 취재진이 파악한 C 업체에 지급된 용역비는 매달 380만 원씩 넉 달 치였는데요. 송 협회장은 지난 9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매주 (강 씨가 쓴) 보고서를 받아본다고 말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C 업체에 지급된 정확한 용역비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향후 행정안전부 사무검사 등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아울러 김 사무총장이 강 씨에게 어떤 신세를 졌길래 '챙기고, 갚아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밝혀지길 바랍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몇천 수익 낼 때까지 봐줘야”…성금으로 측근 챙기기? [희망브리지]②
    • 입력 2023-10-12 10:42:33
    • 수정2023-10-12 15:35:02
    심층K

[연관 기사]
1. [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381
2. [단독] 지역 조직도 싹쓸이…모집 공고 전 내정자들 만나 처우 논의까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2663
3. [단독] 알고 보니 짬짜미…재해구호협회, 구호품 납품도 의혹 투성이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3090
4. [단독] 공연 맡기고 용역 몰아주고…측근 챙기기에 국민 성금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3350
[한눈에 이슈] 구호물품에 왜 멀티탭을?...납득 안 되는 돈 씀씀이
https://www.youtube.com/watch?v=RiFesTmweNk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KBS는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부당 계약' 등 여러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이번엔 '내부거래·지인 특혜' 의혹을 전해드릴 텐데요.
KBS는 희망브리지가 구호품을 정할 때 협회 관계자 지인 업체가 로비를 하고, 납품 과정에서 짬짜미 입찰을 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김정희 사무총장의 측근 강 모 씨 관련 업체에 각종 공연과 용역 계약을 몰아주기 한 정황도 취재했습니다.

■ 구호키트에 웬 콘센트? 알고 보니 짬짜미…구호품 납품도 의혹투성이

2019년 희망브리지 구호키트에 처음으로 포함된 화재에방콘센트(자동소화멀티탭).
2019년 5월 희망브리지는 긴급입찰공고문 한 건을 띄웁니다. 강원 산불과 경북 영덕 수해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지급할 구호키트를 납품할 업체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속옷·비누 등 생필품 위주인 구호키트에 화재예방콘센트라는 전자 제품이 추가됐습니다. 콘센트에 불이 붙으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콘센트가 구호키트에 포함된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콘센트 개당 가격은 2만 4천 원 정도였습니다. 구호키트 전체 제작비의 30%가 넘어 협회 내부에서도 "이재민들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멀티탭을 지급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까지 제기됐습니다.
희망브리지가 입찰 공고를 내기 한 달여 전, 김정희 사무총장은 한 자문위원의 소개로 멀티탭 유통업체 임 모 부사장을 소개받았습니다. 임 부사장은 희망브리지 본사에 방문해 김 사무총장 등에게 자동소화멀티탭 판촉을 했고, 이후 키트 구성품이 된 겁니다. 자동소화멀티탭을 구호키트에 넣기로 한 것이 누구의 결정인지에 대한 질문에 희망브리지는 "실무진이 시장 조사와 검토를 통해 키트에 포함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입찰 과정에서 석연찮은 문제들이 발견됩니다. 희망브리지가 입찰공고문에 반드시 D 전자의 자동소화멀티탭만 납품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건 겁니다. D 전자의 멀티탭은 임 부사장이 김 사무총장에게 판촉했던 바로 그 제품이었습니다. 다른 생필품이 크기 등 일반적인 규격과 조건만 충족하면 납품이 가능하도록 한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었습니다.
입찰이 시작됐고, 1차 입찰이 유찰됩니다. 임 부사장 회사만 단독 입찰해 비교 견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겁니다. 유찰 뒤 곧바로 재입찰이 시작됐는데, 이때 임 부사장 업체 외에 G 업체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재입찰에 참여한 이 업체, 자동소화멀티탭은 커녕 멀티탭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 업체였습니다.
임 부사장 업체 대표 최 모 씨가 지인인 G 업체 사장에게 입찰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겁니다. 입찰에서 G 업체가 적어낸 금액은 임 부사장 업체보다 단 천 원 정도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입찰 담합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최 씨에게 왜 멀티탭을 팔지도 않는 업체에 입찰을 종용했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합니다.

"(희망브리지에서) '또 유찰이 되면 어떡하느냐'고 제게 걱정을 전달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수주를 하고 싶은데, 또 입찰이 밀리게 될까봐, 제가 부득이하게 (G 업체에 입찰 참여) 요청했고, 그렇게 그때 입찰을 했었습니다."
- 자동소화멀티탭 유통업체 최 모 대표 -

G 업체는 경쟁 입찰 모양새만 갖춰준 사실상 '들러리'였던 셈입니다. 결국 임 부사장 업체가 희망브리지에 자동소화멀티탭을 납품하게 됐습니다. 이후 4년여간 희망브리지에 납품한 멀티탭만 6억 3천만 원 어치입니다.
이에 대해 희망브리지는 "입찰 참여 업체 간 짬짜미 여부는 알 수 없고, 공개 입찰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임 부사장도 "자동소화멀티탭이 좋은 제품이어서 김 사무총장에게 추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납품 로비와 입찰 짬짜미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긴급입찰 석달 뒤 김 사무총장은 임 부사장을 희망브리지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현재까지 자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몇천 수익 낼 때까지...나 없어도 잘 돌봐주면 돼"...측근 강 씨 챙기기?


지난 2021년 말 희망브리지는 서울 강남의 대형 행사장을 빌려 60주년 감사제를 열었습니다. 이때 국악 공연이 열렸는데, 희망브리지 강 모 자문위원이 이사로 재직중인 A 업체에서 공연 기획을 맡았고 강 자문위원이 대표로 있는 B 공연단에서 국악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에 들어간 돈은 1,800만 원이 넘었는데요. 희망브리지에 공연 업체를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 자문위원이었습니다.
강 씨는 김정희 사무총장과 십여 년 전 만난 오랜 지인이고, 김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희망브리지 자문위원이 됐습니다.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희망브리지가 주최한 공연은 모두 4차례인데, 그중 3번을 강 씨가 이사로 있는 A 업체가 맡았습니다. 희망브리지 측은 공연비로 A 업체에 지급한 돈은 모두 2,600여 만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8월, 김 사무총장은 강 씨를 대외협력정책관으로 임명합니다. 대외협력실이란 공식 조직이 있는데도 임명직인 대외협력정책관 자리가 신설됐습니다.
강 씨와 연관 있는 A 업체와 B 공연단에 국악 공연을 자주 맡긴 이유를 묻자 김 사무총장은 "지인이라서 특혜를 준 것은 없다. 모든 건 실무진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계약 과정에 자신이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 씨를 대외협력정책관에 임명한 다음 날, 김 사무총장은 직원들에게 한 말은 취재진에게 한 해명과는 달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이 발언에 이어 "내가 재임이 끝나도 회장님은 연임하시니까 계속 데리고 쓰면 돼. 여러분들이 잘 돌봐주면 돼. 왜? 우리 회사를 구해준 사람들이 있어"라며 "신OO, 강OO 2명은 신세를 갚아야 돼"라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4월, 내부 회의에선 이런 말도 했는데요.


한 달 뒤 희망브리지는 강 씨가 이사로 있는 A 업체에 자문 용역을 줬습니다. 지난해 5월 1,650만 원의 계약을 맺은 건데요. 자문 내용은 <재해구호법 개정안 관련 여론 관계기관 구축 및 현안 분석>이었습니다. 국악 공연에 재해구호법 개정 관련 자문 용역까지 수행하는 A 업체가 궁금했습니다. 법인 등기부 등을 떼보니 지퍼 제조업, 공연업, 부동산업, 컨설팅 등 다양한 업종이 적혀 있었습니다.
A 업체 주소지를 찾아가니, 다른 지퍼공장과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었습니다. A 업체 대표는 "강 씨가 희망브리지와 계약을 맺도록 소개한 것이 맞다"면서, "제가 좀 아는 상식 있으신 분들한테 물어보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에 관해 묻자 A 업체 대표는 "다 기억하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A 업체 대표는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 "당시엔 재해구호법 개정이 이슈였다"며 본인이 보고서를 썼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는데요. 지난해 7월 회의에서 김 사무총장이 A 업체의 용역 보고서를 언급한 내용을 들어보면, 보고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의문은 더해져만 갑니다.


취재진은 김 사무총장이 '손 봤다'고 한 A 업체의 용역 보고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희망브리지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희망브리지 관련 일 한다는 남자가 와서 주소 빌려달라고 해"...C 업체의 실체는?

수상한 용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올해 2월부터 김 모 씨가 대표인 C 업체에 '동향 보고서' 작성 조건으로 매달 380만 원씩 지급했습니다. C 업체는 어떤 곳일까? 서울에 있는 주소지를 찾아갔더니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전혀 다른 사업장이었습니다.처음엔 C 업체도, 대표인 김 씨도 모른다던 액세서리 업체의 사장은 곧이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2~3년 전에 친구 소개로 한 남자가 찾아왔었어요. 희망브리지 관련 일을 한다면서,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본인 이름으로는 사업장을 못 낸 데요. 그래서 주소를 좀 빌려주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장을 내겠다고 하길래, 친구 부탁도 있고 해서 그러라고 했지요.
그 남자와 주소지를 빌려주는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C 업체 대표로 돼 있는 김 모 씨 이름을 쓰더라고요."
- C 업체가 주소지를 빌린 액세서리 업체 사장-

'희망브리지 관련 일을 하면서, 다른 업체 주소를 빌려,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장을 낸' 남자는 바로 김정희 사무총장의 측근 강 씨였습니다.
강 씨는 처음엔 C 업체와 대표 김 씨를 모른다고 부인했는데요. 액세서리 업체를 연결해 준 인물의 이름까지 취재진이 말하자, 주소를 빌린 사람이 본인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동향보고서 용역을 수행할 곳으로 C 업체를 소개한 사람도 본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C 업체에서 언론 홍보 일을 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김 사무총장에게 '동향보고서' 작성 용역을 수행한 C 업체가 사실상 강 씨의 '위장 업체'인 걸 알았냐고 물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지인에게 특혜를 준 건 아니지만 "용역 계약 등을 할 때 잘 살피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희망브리지가 강 씨와 관련된 업체에 집행한 공연비과 용역비는 모두 김 사무총장이 전결 처리할 수 있는 2천만 원 미만 규모였습니다.

■ 송필호 협회장 "강 씨가 신용불량자라 회사를 만들어 주고 받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송필호 협회장은 희망브리지 내부에서 C 업체가 강 씨가 만든 업체라는 걸 알았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는데요.
송 협회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C 업체와 관련해 본인이 알아본 사실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송필호 협회장 :
" 그 양반(강 씨)이 보고서를 나한테 보내요. 매주.
…왜 정보보고니 매주. 이 양반이 그쪽에 보니까 발바닥이 넓더라고.
그 친구가 신용불량자였나 봐요.
그럼 어떻게 돈을 주느냐 했더니 '회사 고걸 만들어가지고 주고 받았다',
…그럼 그럴만하겠다 일단."

기자 : 그럼 강 씨가 따로 C 업체를 만들고 한 걸 협회도 알고는 있었네요?

송필호 협회장 :
"아니 그리로 돈을 지급하니까. 알고 있었을 거 같은데요?
아 알고 있었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못 보내죠. 우리 회사는 일체 현금이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

송 협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입장을 묻자, 희망브리지 측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답변을 재차 반복했습니다. 취재진이 파악한 C 업체에 지급된 용역비는 매달 380만 원씩 넉 달 치였는데요. 송 협회장은 지난 9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매주 (강 씨가 쓴) 보고서를 받아본다고 말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C 업체에 지급된 정확한 용역비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향후 행정안전부 사무검사 등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아울러 김 사무총장이 강 씨에게 어떤 신세를 졌길래 '챙기고, 갚아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밝혀지길 바랍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