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전쟁’에도 금융시장 잠잠한 까닭?

입력 2023.10.12 (18:00) 수정 2023.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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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쇼크' 걱정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면서 금융업계는 또 다른 경제 충격을 걱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긴축, 중국의 부동산 위기 같은 악재가 쌓여있는데 또 다른 전쟁까지 겹친 것이다.

하마스는 4차 중동전쟁 50주년에 맞춰서 이번 도발을 감행했는데, 바로 그 4차 중동전쟁은 1970년대 세계 경제를 불황의 터널로 몰고 간 오일쇼크의 원인이 됐다. 이번에도 그런 사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 열린 금융 시장은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첫날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4% 상승했지만 이후 이틀간 총 3% 이상 하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도 첫날 소폭 하락한 이후 이틀간 반등했다.

무엇보다 이례적인 것은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내렸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달러 당 1,350원 선이던 환율은 지금은 10원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보통 전쟁과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내려간다.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 "확전 가능성 낮아"...이란 개입 여부에 달렸다

시장의 처음 우려와 상황인 다른 것은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암암리에 받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이기 때문에, 이번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 미국은 이란을 추가 제재할 것이다. 세계 석유 생산의 3%를 담당하고, 생산 원유의 3분의 2를 수출하는 이란이 제재를 받는다면 유가는 또 한 번 급등했을 것이다. 또, 미국의 이란 제재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북아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도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란 고위층도 이번 공격에 놀랐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들에게 인기 없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해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전쟁이 이란 참전 등으로 커져서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아랍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서방 세계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중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번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꺼릴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 안전 자산 중 금값과 미국 국채 가격은 올라 … 달러화는?

이처럼 확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해지면서 유가는 차츰 안정됐다. 그럼에도 안전자산인 금이나 미국 국채는 전쟁을 계기로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국채 가격의 상승은 국채 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더 낮은 금리에도 국채가 팔리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달러화 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미국 달러화지만 이번 전쟁 후에는 달러화 쏠림보다는 미국 국채 금리 하락 효과로 달러화 가치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원화 가치도 소폭 올랐다.

■ 이스라엘 '지상전'을 둘러싼 우려

하지만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마스를 "짐승"이라고 규정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임박한 지상전을 어떤 식으로 치를지가 관건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쟁법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가혹한 지상전으로 보복에 나선다면 이웃 아랍국가들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일각의 우려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경제는 침체를 맞이할 것이며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긴축도 우려된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고린차스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유가가 10% 오르면 세계 생산이 0.15% 줄고 물가는 0.4%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이번 전쟁의 경제적 파장을 낙관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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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쇼크' 걱정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면서 금융업계는 또 다른 경제 충격을 걱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긴축, 중국의 부동산 위기 같은 악재가 쌓여있는데 또 다른 전쟁까지 겹친 것이다.

하마스는 4차 중동전쟁 50주년에 맞춰서 이번 도발을 감행했는데, 바로 그 4차 중동전쟁은 1970년대 세계 경제를 불황의 터널로 몰고 간 오일쇼크의 원인이 됐다. 이번에도 그런 사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 열린 금융 시장은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첫날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4% 상승했지만 이후 이틀간 총 3% 이상 하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도 첫날 소폭 하락한 이후 이틀간 반등했다.

무엇보다 이례적인 것은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내렸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달러 당 1,350원 선이던 환율은 지금은 10원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보통 전쟁과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내려간다.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 "확전 가능성 낮아"...이란 개입 여부에 달렸다

시장의 처음 우려와 상황인 다른 것은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암암리에 받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이기 때문에, 이번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 미국은 이란을 추가 제재할 것이다. 세계 석유 생산의 3%를 담당하고, 생산 원유의 3분의 2를 수출하는 이란이 제재를 받는다면 유가는 또 한 번 급등했을 것이다. 또, 미국의 이란 제재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북아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도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란 고위층도 이번 공격에 놀랐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들에게 인기 없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해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전쟁이 이란 참전 등으로 커져서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아랍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서방 세계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중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번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꺼릴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 안전 자산 중 금값과 미국 국채 가격은 올라 … 달러화는?

이처럼 확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해지면서 유가는 차츰 안정됐다. 그럼에도 안전자산인 금이나 미국 국채는 전쟁을 계기로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국채 가격의 상승은 국채 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더 낮은 금리에도 국채가 팔리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달러화 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미국 달러화지만 이번 전쟁 후에는 달러화 쏠림보다는 미국 국채 금리 하락 효과로 달러화 가치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원화 가치도 소폭 올랐다.

■ 이스라엘 '지상전'을 둘러싼 우려

하지만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마스를 "짐승"이라고 규정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임박한 지상전을 어떤 식으로 치를지가 관건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쟁법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가혹한 지상전으로 보복에 나선다면 이웃 아랍국가들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일각의 우려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경제는 침체를 맞이할 것이며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긴축도 우려된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고린차스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유가가 10% 오르면 세계 생산이 0.15% 줄고 물가는 0.4%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이번 전쟁의 경제적 파장을 낙관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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