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복의 역사’ 끊을 수 있을까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23 (09:00) 수정 2023.11.23 (09: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포성이 울려 퍼지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모처럼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입니다. 하지만 겨우 나흘짜리 평화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 중 최소 50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나흘간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물론 합의안에 따라 인질 10명이 추가로 석방될 때마다 교전 중단 기간이 하루씩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평화일 뿐입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친이스라엘 대 친팔레스타인으로 나뉘어 들끓던 전 세계 여론도 며칠은 잠잠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뿐더러, 이번에 끝이 나더라도 언제든 중동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입니다. 최근 프랑스 유대인 80여 명이 '르 몽드'와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주요 일간지에 이 지역의 영구적인 평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지금의 전쟁 상황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비극의 역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굴레를 끊어야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말합니다.

공동 기고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교수와 작가, 기자, 영화감독, 변호사,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 등 프랑스 사회에서 지식인층으로 불리는 인물들입니다. 유대인인 이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한 이유는 뭘까요? 이들 중 파리 국립대학 명예교수와 '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영화감독 등 세 사람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질문. 공동 기고문에 왜 이름을 올렸나?

에얄 시반(영화감독) : 유대인으로서, 프랑스에 사는 한 이스라엘 시민으로서, 유대인의 이름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가 살인과 범죄를 일으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는 어떠한 정당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처음에는 거절했다. 서명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설득당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마치 전체 유대인의 대변인, 유대인의 방패처럼 스스로를 내세우는 점 때문이었다.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건 다른 어떤 추상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무게감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서명했다.

소니아 다얀-에르즈브랭(파리7대학 명예교수) : 나는 유럽 유대인 집단학살 생존자이고, 내 가족들은 모두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내가 마음에 새긴 가치들은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추구하는 것과 다르다. 그 가치 중 하나는 살인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하마스에 대한 반격은 유대인의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행동은 인정할 수 없다. 이 반격은 합당하지 않다. 그리고 정치적인 실수의 연속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인 브로만 로니 씨‘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인 브로만 로니 씨

질문.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공격, 테러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하마스의 테러 공격은 극단적이고 희생자를 많이 낳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매우 폭력적일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억해야 하는 건 이 전쟁이 10월에 시작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쟁은 몇십 년 동안 계속됐다. 현재 벌어진 일로 놀란 사람들은 상황을 쭉 지켜본 사람들이 아니다.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놀랄만한 점은 폭력의 규모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화, 군사 점령, 인종차별,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침탈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이 깊은 의미가 다뤄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다른 폭력적인 폭발들을 보게 될 것이다.

에얄 시반(영화감독) : 하마스의 범죄 행위는 1967년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차지한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가두면 그들을 제압하고 반발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권력을 무너뜨리려 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과다. 극단적인 테러집단 하마스는 이스라엘 때문에 더 발전한 것이고, 평화적인 동맹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니아 다얀 에르즈브랭 프랑스 파리7대학 명예교수가 KBS 취재진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소니아 다얀 에르즈브랭 프랑스 파리7대학 명예교수가 KBS 취재진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질문. 이스라엘 정부 잘못이 더 크다는 뜻인가?

소니아 다얀-에르즈브랭(파리7대학 명예교수)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문맥을 살펴봐야 한다. 10월부터 시작된 하마스의 공격은 끔찍한 전쟁 범죄이다. 극단적인 폭력이고, 이 끔찍함을 형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예시를 하나 들겠다.

1980년대 말 가자 지구에서 '제1차 인티파다'라고 규정할 수 있는 폭동이 일어났다. 당시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 시파 병원에 갔는데, 팔과 다리가 모두 부서진 청년들을 봤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군대를 이끌고 곤봉과 무기로 팔레스타인인을 모두 부숴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병원에서 본 청년들은 갓 스무 살이었다. 결국,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이 과거에 자신의 아버지가 고통받았던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시에는 하마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10월 7일 이전을 되새겨보면 팔레스타인에서 하루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었다. 변명할 수 없는 역사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정치적 폭력을 지속하면서, (이로 인해 나타날 결과에 대해 방심하며서 결국 이 끔찍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기억이 무엇일까 떠올려보면, 자신들의 아버지가 고통받았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졌을 것이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것이다.

에얄 시반 감독이 KBS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에얄 시반 감독이 KBS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질문. 또 다른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을 끝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에얄 시반(영화감독) : 현재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범죄 행위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역사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정부로, 이성적이지 않다. 현 정부는 이스라엘 국민의 지지 하에 복수로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유대인이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물리적인 행위, 과격한 폭력 정치를 지지하는 유대인이 아니다.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이스라엘 정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주의적 성격이 있다. 식민주의적 정치는 강도가 더 높아지고, 더 빨리, 모든 사람을 나락으로 이끈다. 이건 끔찍한 집단 자살이라고 보는데, 팔레스타인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인에게도 모두 해당된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다.

질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지금 끝나더라도 언제든 또다시 불붙을 수 있다. 해결할 수 있을까?

에얄 시반(영화감독) :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고, 가르쳤다. 반식민주의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예술을 통해 다루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려 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한다는 것은 유대인으로서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의미한다.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연대는 그들에게 느끼는 애정뿐만 아니라, 이 연대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호하는 연대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연대는 모두가 함께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모두 함께 죽거나, 모두 함께 사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골랐다.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팔레스타인인은 전쟁 전에도 이스라엘 권력에 의해 공격받고, 땅을 뺏기고, 임의적으로 체포돼 판결 없이 오랜 기간 수감되고, 변호 받지 못해왔다. 이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지화와 차별을 끝내야 한다. 이 방법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 그동안 이스라엘인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폭력적인 해결 방법이 시도됐지만, 다 실패다. 이제는 평화, 정당한 평화가 있어야 한다. 폭력이 없는 평화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사는 모든 이들의 평등, 시민권, 평화를 말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통치하게 된다면 그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소니아 다얀-에르즈브랭(파리7대학 명예교수) :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평화롭게 살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 내가 학자로서, 또 유대인으로서 추구해온 목표였다. 그것은 역사와 가치, 고통 속에서 서로를 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이다. 정당한 평화는 다른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구적인 평화를 이야기 하는 건 유대인뿐이 아닙니다. 이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듯 팔레스타인인 중에도 하마스를 비판하며, 진정한 평화를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샤다드 아틸리는 '르 몽드'에 쓴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왜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아는가?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10월 7일과 비슷한 날, 내일, 일주일 후, 1년 후, 어쩌면 50년 후에도 아이들이 상처를 복수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고, 살인과 증오의 악순환을 계속 반복하게 될까 봐 두렵다.

분쟁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물과 공기, 성지를 공유하는 우리가 이제부터 민족 간의 대화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복수의 현기증과 중독에 저항해야 한다. 치유의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용서와 평화만이 우리의 유일한 야망이어야 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복의 역사’ 끊을 수 있을까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1-23 09:00:10
    • 수정2023-11-23 09:11:59
    글로벌K

포성이 울려 퍼지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모처럼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지 46일 만입니다. 하지만 겨우 나흘짜리 평화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 중 최소 50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나흘간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물론 합의안에 따라 인질 10명이 추가로 석방될 때마다 교전 중단 기간이 하루씩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평화일 뿐입니다.

이번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친이스라엘 대 친팔레스타인으로 나뉘어 들끓던 전 세계 여론도 며칠은 잠잠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뿐더러, 이번에 끝이 나더라도 언제든 중동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입니다. 최근 프랑스 유대인 80여 명이 '르 몽드'와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주요 일간지에 이 지역의 영구적인 평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지금의 전쟁 상황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비극의 역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굴레를 끊어야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말합니다.

공동 기고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교수와 작가, 기자, 영화감독, 변호사,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 등 프랑스 사회에서 지식인층으로 불리는 인물들입니다. 유대인인 이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한 이유는 뭘까요? 이들 중 파리 국립대학 명예교수와 '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영화감독 등 세 사람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질문. 공동 기고문에 왜 이름을 올렸나?

에얄 시반(영화감독) : 유대인으로서, 프랑스에 사는 한 이스라엘 시민으로서, 유대인의 이름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가 살인과 범죄를 일으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는 어떠한 정당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처음에는 거절했다. 서명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설득당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마치 전체 유대인의 대변인, 유대인의 방패처럼 스스로를 내세우는 점 때문이었다.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건 다른 어떤 추상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무게감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서명했다.

소니아 다얀-에르즈브랭(파리7대학 명예교수) : 나는 유럽 유대인 집단학살 생존자이고, 내 가족들은 모두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내가 마음에 새긴 가치들은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추구하는 것과 다르다. 그 가치 중 하나는 살인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하마스에 대한 반격은 유대인의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행동은 인정할 수 없다. 이 반격은 합당하지 않다. 그리고 정치적인 실수의 연속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인 브로만 로니 씨
질문.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공격, 테러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하마스의 테러 공격은 극단적이고 희생자를 많이 낳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매우 폭력적일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억해야 하는 건 이 전쟁이 10월에 시작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쟁은 몇십 년 동안 계속됐다. 현재 벌어진 일로 놀란 사람들은 상황을 쭉 지켜본 사람들이 아니다.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놀랄만한 점은 폭력의 규모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화, 군사 점령, 인종차별,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침탈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이 깊은 의미가 다뤄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다른 폭력적인 폭발들을 보게 될 것이다.

에얄 시반(영화감독) : 하마스의 범죄 행위는 1967년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차지한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가두면 그들을 제압하고 반발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권력을 무너뜨리려 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과다. 극단적인 테러집단 하마스는 이스라엘 때문에 더 발전한 것이고, 평화적인 동맹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니아 다얀 에르즈브랭 프랑스 파리7대학 명예교수가 KBS 취재진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질문. 이스라엘 정부 잘못이 더 크다는 뜻인가?

소니아 다얀-에르즈브랭(파리7대학 명예교수)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문맥을 살펴봐야 한다. 10월부터 시작된 하마스의 공격은 끔찍한 전쟁 범죄이다. 극단적인 폭력이고, 이 끔찍함을 형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예시를 하나 들겠다.

1980년대 말 가자 지구에서 '제1차 인티파다'라고 규정할 수 있는 폭동이 일어났다. 당시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 시파 병원에 갔는데, 팔과 다리가 모두 부서진 청년들을 봤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군대를 이끌고 곤봉과 무기로 팔레스타인인을 모두 부숴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병원에서 본 청년들은 갓 스무 살이었다. 결국,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이 과거에 자신의 아버지가 고통받았던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시에는 하마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10월 7일 이전을 되새겨보면 팔레스타인에서 하루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었다. 변명할 수 없는 역사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정치적 폭력을 지속하면서, (이로 인해 나타날 결과에 대해 방심하며서 결국 이 끔찍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기억이 무엇일까 떠올려보면, 자신들의 아버지가 고통받았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졌을 것이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것이다.

에얄 시반 감독이 KBS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질문. 또 다른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을 끝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에얄 시반(영화감독) : 현재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범죄 행위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역사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정부로, 이성적이지 않다. 현 정부는 이스라엘 국민의 지지 하에 복수로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유대인이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물리적인 행위, 과격한 폭력 정치를 지지하는 유대인이 아니다.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이스라엘 정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주의적 성격이 있다. 식민주의적 정치는 강도가 더 높아지고, 더 빨리, 모든 사람을 나락으로 이끈다. 이건 끔찍한 집단 자살이라고 보는데, 팔레스타인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인에게도 모두 해당된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다.

질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지금 끝나더라도 언제든 또다시 불붙을 수 있다. 해결할 수 있을까?

에얄 시반(영화감독) :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고, 가르쳤다. 반식민주의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예술을 통해 다루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려 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한다는 것은 유대인으로서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의미한다.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연대는 그들에게 느끼는 애정뿐만 아니라, 이 연대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호하는 연대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연대는 모두가 함께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모두 함께 죽거나, 모두 함께 사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골랐다.

로니 브로만('국경없는의사회' 전 대표) : 팔레스타인인은 전쟁 전에도 이스라엘 권력에 의해 공격받고, 땅을 뺏기고, 임의적으로 체포돼 판결 없이 오랜 기간 수감되고, 변호 받지 못해왔다. 이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지화와 차별을 끝내야 한다. 이 방법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 그동안 이스라엘인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폭력적인 해결 방법이 시도됐지만, 다 실패다. 이제는 평화, 정당한 평화가 있어야 한다. 폭력이 없는 평화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사는 모든 이들의 평등, 시민권, 평화를 말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통치하게 된다면 그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소니아 다얀-에르즈브랭(파리7대학 명예교수) :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평화롭게 살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 내가 학자로서, 또 유대인으로서 추구해온 목표였다. 그것은 역사와 가치, 고통 속에서 서로를 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이다. 정당한 평화는 다른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구적인 평화를 이야기 하는 건 유대인뿐이 아닙니다. 이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듯 팔레스타인인 중에도 하마스를 비판하며, 진정한 평화를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샤다드 아틸리는 '르 몽드'에 쓴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왜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아는가?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10월 7일과 비슷한 날, 내일, 일주일 후, 1년 후, 어쩌면 50년 후에도 아이들이 상처를 복수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고, 살인과 증오의 악순환을 계속 반복하게 될까 봐 두렵다.

분쟁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물과 공기, 성지를 공유하는 우리가 이제부터 민족 간의 대화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복수의 현기증과 중독에 저항해야 한다. 치유의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용서와 평화만이 우리의 유일한 야망이어야 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