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성금 유용·채용 비리 의혹 수사의뢰”…‘감독 강화’ 개정안 속도 [희망브리지]④

입력 2023.11.23 (13:32) 수정 2023.11.23 (14: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한눈에 이슈] 구호물품에 왜 멀티탭을?…납득 안 되는 돈 씀씀이
https://www.youtube.com/watch?v=RiFesTmweNk
“원사이드하게 ○○줘”…재해구호협회의 잇단 ‘채용비리’ 의혹 [희망브리지]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0330
“몇천 수익 낼 때까지 봐줘야”…성금으로 측근 챙기기? [희망브리지]②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1386
‘유령 기자’ 내세워 내부고발자 공격…사무총장이 ‘청탁’ [희망브리지]③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2357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KBS가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 · 부당 계약 의혹 등을 보도한 이후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희망브리지 비리 의혹 연속보도, 네 번째는 보도 이후 진행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한 재해구호법 개정안 논의과정을 세밀하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부존재"하다더니…권익위 "부정합격 의혹자 7명 확인해 수사 의뢰"

지난 10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왼쪽)이 KBS 보도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지난 10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왼쪽)이 KBS 보도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채용 비리도 실제로 막 그 양반(김정희 사무총장)이 하라고 했겠지만,
실제로 그 자체는 부존재합니다."
-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 (10월 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지난 10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은 KBS가 보도한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부존재한다" 즉, 김정희 사무총장이 말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 지시를 했을 진 몰라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지난해 6월 경력직 채용 서류심사를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은 자신의 지인 등 3명을 거론하며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좀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라고 말했습니다. 팀장급으로 구성된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한 말이었는데요. 이런 발언에 대해 송 협회장은 김 사무총장을 두둔하는 듯한 말까지 하며 '채용 비리는 없었다'고 단언한 겁니다.

희망브리지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은 지인이 채용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측근 업체에 공연이나 용역 계약을 주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희망브리지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은 지인이 채용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측근 업체에 공연이나 용역 계약을 주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권익위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권익위는 희망브리지가 지난 4년 동안 실시한 33건의 채용 중 73%에 달하는 24건의 채용에서 부적정 사항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자체 규정이나 채용 계획과 다르게 응시 자격요건을 설정한 경우가 19건, 자체 규정과 달리 채용공고 기간을 임의로 단축한 경우가 14건, 부당한 경력 인정으로 합격자를 결정한 경우가 12건 등 모두 54건의 부적정 사항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권익위는 "희망브리지가 채용공고 전부터 (협회 간부 등의) 지인 채용을 내정하고, 이들에게만 채용 관련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고, 서류 심사에서 고득점을 부여하도록 지시하여 실제 서류심사에서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응시자들은 명확한 사유 없이 탈락 처리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지인에게 미리 면접 예상 질문을 제공한 자가 직접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지인을 합격시킨 사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력에 대해 다른 응시자는 탈락 처리 하면서, 내정된 지인은 경력을 인정해 합격시킨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권익위는 부정합격, 즉 채용에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모두 7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채용 비리 의혹이 수사 대상이라고 판단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부정한 계약 의심 20억 원...법카로 고액 상품권 구매에 '지인 특혜'까지?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의 오랜 지인이자 측근인 강 모 씨는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신설된 대외협력정책관에 임명됐다. 강 씨와 관련된 업체는 공연과 용역 계약 등을 수주했는데, 강 씨는 차명으로 위장업체를 만들어 용역을 수주한 의혹도 받고 있다.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의 오랜 지인이자 측근인 강 모 씨는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신설된 대외협력정책관에 임명됐다. 강 씨와 관련된 업체는 공연과 용역 계약 등을 수주했는데, 강 씨는 차명으로 위장업체를 만들어 용역을 수주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희망브리지는 운영비 전액을 국민 성금인 의연금에서 쓰고 있는 공적 단체입니다.
권익위는 KBS 보도와 신고 내용을 토대로 희망브리지가 국민 성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도 조사했는데요.
202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희망브리지가 체결한 380여억 원 규모의 계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40여 건, 20여억 원 규모의 부정 계약 의심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권익위는 분할 계약으로 공개 경쟁 입찰을 피하거나 특정 업체의 입찰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경우, 협회 관련자의 차명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경우, 계약 결과물에 대한 검수 절차 없이 대금을 지급한 경우 등이 부정 계약 의심 사례에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익위는 희망브리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들여다 봤는데요.
202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사용한 23억 원 가운데 총 1,400여 건, 3억여 원 상당이 비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으로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법인카드로 고액 상품권을 사고도 사용 내역을 알 수 없거나, 여러 개 법인카드로 쪼개기나 미리 결제한 경우,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권익위는 또 협회 간부의 지인을 직제에도 없는 직책에 위촉해 법인카드를 쓰게 하고 출장비를 지급하는 등 총 1,100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게 한 사례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 의혹과 함께 국민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상당수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또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사항과 채용실태 조사 결과 54건의 적발 사항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희망브리지에 통보하고, 관련자 처분 등을 요구할 방침입니다.
권익위는 희망브리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금 집행에 대한 내외부 통제가 불가능하게 운영되고 있었다"며 "국민의 피땀 어린 성금을 방만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대해 희망브리지는 " 권익위가 일방적으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제대로 된 소명 절차가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적극 소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정희 사무총장이 계속 업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사무총장은 내부 감사를 받기 위해 사무실 대기 중이며, 협회는 12월 중 이사회를 열어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행안위, '정부 감사 권한·처벌 조항 명시' 재해구호법 개정안 의결

KBS 보도 이후 국회는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재해구호법 개정안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국회 행안위는 오늘(23일) 전체회의를 열고,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의 감사 권한, 처벌 조항까지 명시한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현재 재해구호법에는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 관리 권한만 줬을 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강하게 감사할 근거 규정이 없는데요.
개정안에는 '행안부 장관이 협회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지도·감독을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여느 공공기관처럼 소관 부처의 감사 기능을 못 박은 겁니다.
또한 '회계부정, 의연금 배분 기준 위반, 용도 이외의 의연금 사용, 정관 위반' 등의 경우 행안부 장관이 협회 임직원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민 성금인 의연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에서 의연금 회계를 따로 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의연금을 어디에 배분할지 결정하는 위원회, 즉 배분위원회는 현행법상 희망브리지 이사회가 겸하게 돼 있는데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배분위원회 역할을 하는 희망브리지 이사회 구성이 언론단체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하며,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까지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희망브리지는 이사회 구성에 행안부 추천인을 넣는 등의 개정안은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KBS 보도 이후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 감사 권한을 신설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는데요. 이번에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한정애·이해식 의원 법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수정안으로 이사회 구성은 유지하면서 관리 감독 권한 강화에 좀 더 중점을 뒀습니다.
이해식 의원은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번에 의결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의연금 배분위원회 운영 결과 공개, 의연금 회계 설치로 투명성이 높아지고, 희망브리지에 대한 행안부의 실질적 지도감독 권한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막대한 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곳인 만큼, 정부 감사 또한 철저히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이견이 없었습니다. 개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감시받지 못했던' 국민 성금은 '감시 받는' 성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KBS 보도 직후 사무검사에 착수했던 행안부는 17건의 지적사항을 어떻게 조치할지 오는 28일 처분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예정입니다. 비슷한 시기 조사를 진행한 권익위가 수사 의뢰라는 강도 높은 결과를 내놓은 만큼 행안부도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민 성금 유용·채용 비리 의혹 수사의뢰”…‘감독 강화’ 개정안 속도 [희망브리지]④
    • 입력 2023-11-23 13:32:01
    • 수정2023-11-23 14:21:09
    심층K

[연관 기사]
[한눈에 이슈] 구호물품에 왜 멀티탭을?…납득 안 되는 돈 씀씀이
https://www.youtube.com/watch?v=RiFesTmweNk
“원사이드하게 ○○줘”…재해구호협회의 잇단 ‘채용비리’ 의혹 [희망브리지]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0330
“몇천 수익 낼 때까지 봐줘야”…성금으로 측근 챙기기? [희망브리지]②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1386
‘유령 기자’ 내세워 내부고발자 공격…사무총장이 ‘청탁’ [희망브리지]③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2357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KBS가 희망브리지의 채용 비리 · 부당 계약 의혹 등을 보도한 이후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희망브리지 비리 의혹 연속보도, 네 번째는 보도 이후 진행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한 재해구호법 개정안 논의과정을 세밀하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부존재"하다더니…권익위 "부정합격 의혹자 7명 확인해 수사 의뢰"

지난 10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왼쪽)이 KBS 보도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채용 비리도 실제로 막 그 양반(김정희 사무총장)이 하라고 했겠지만,
실제로 그 자체는 부존재합니다."
-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 (10월 10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지난 10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필호 희망브리지 협회장은 KBS가 보도한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부존재한다" 즉, 김정희 사무총장이 말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 지시를 했을 진 몰라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지난해 6월 경력직 채용 서류심사를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은 자신의 지인 등 3명을 거론하며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좀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라고 말했습니다. 팀장급으로 구성된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한 말이었는데요. 이런 발언에 대해 송 협회장은 김 사무총장을 두둔하는 듯한 말까지 하며 '채용 비리는 없었다'고 단언한 겁니다.

희망브리지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은 지인이 채용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측근 업체에 공연이나 용역 계약을 주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권익위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권익위는 희망브리지가 지난 4년 동안 실시한 33건의 채용 중 73%에 달하는 24건의 채용에서 부적정 사항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자체 규정이나 채용 계획과 다르게 응시 자격요건을 설정한 경우가 19건, 자체 규정과 달리 채용공고 기간을 임의로 단축한 경우가 14건, 부당한 경력 인정으로 합격자를 결정한 경우가 12건 등 모두 54건의 부적정 사항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권익위는 "희망브리지가 채용공고 전부터 (협회 간부 등의) 지인 채용을 내정하고, 이들에게만 채용 관련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고, 서류 심사에서 고득점을 부여하도록 지시하여 실제 서류심사에서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응시자들은 명확한 사유 없이 탈락 처리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지인에게 미리 면접 예상 질문을 제공한 자가 직접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지인을 합격시킨 사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력에 대해 다른 응시자는 탈락 처리 하면서, 내정된 지인은 경력을 인정해 합격시킨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권익위는 부정합격, 즉 채용에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모두 7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채용 비리 의혹이 수사 대상이라고 판단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부정한 계약 의심 20억 원...법카로 고액 상품권 구매에 '지인 특혜'까지?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의 오랜 지인이자 측근인 강 모 씨는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신설된 대외협력정책관에 임명됐다. 강 씨와 관련된 업체는 공연과 용역 계약 등을 수주했는데, 강 씨는 차명으로 위장업체를 만들어 용역을 수주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희망브리지는 운영비 전액을 국민 성금인 의연금에서 쓰고 있는 공적 단체입니다.
권익위는 KBS 보도와 신고 내용을 토대로 희망브리지가 국민 성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도 조사했는데요.
202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희망브리지가 체결한 380여억 원 규모의 계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40여 건, 20여억 원 규모의 부정 계약 의심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권익위는 분할 계약으로 공개 경쟁 입찰을 피하거나 특정 업체의 입찰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경우, 협회 관련자의 차명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경우, 계약 결과물에 대한 검수 절차 없이 대금을 지급한 경우 등이 부정 계약 의심 사례에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익위는 희망브리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들여다 봤는데요.
202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사용한 23억 원 가운데 총 1,400여 건, 3억여 원 상당이 비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으로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법인카드로 고액 상품권을 사고도 사용 내역을 알 수 없거나, 여러 개 법인카드로 쪼개기나 미리 결제한 경우,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권익위는 또 협회 간부의 지인을 직제에도 없는 직책에 위촉해 법인카드를 쓰게 하고 출장비를 지급하는 등 총 1,100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게 한 사례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 의혹과 함께 국민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상당수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또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사항과 채용실태 조사 결과 54건의 적발 사항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희망브리지에 통보하고, 관련자 처분 등을 요구할 방침입니다.
권익위는 희망브리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금 집행에 대한 내외부 통제가 불가능하게 운영되고 있었다"며 "국민의 피땀 어린 성금을 방만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대해 희망브리지는 " 권익위가 일방적으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제대로 된 소명 절차가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적극 소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정희 사무총장이 계속 업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사무총장은 내부 감사를 받기 위해 사무실 대기 중이며, 협회는 12월 중 이사회를 열어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행안위, '정부 감사 권한·처벌 조항 명시' 재해구호법 개정안 의결

KBS 보도 이후 국회는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재해구호법 개정안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국회 행안위는 오늘(23일) 전체회의를 열고,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의 감사 권한, 처벌 조항까지 명시한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현재 재해구호법에는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 관리 권한만 줬을 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강하게 감사할 근거 규정이 없는데요.
개정안에는 '행안부 장관이 협회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지도·감독을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여느 공공기관처럼 소관 부처의 감사 기능을 못 박은 겁니다.
또한 '회계부정, 의연금 배분 기준 위반, 용도 이외의 의연금 사용, 정관 위반' 등의 경우 행안부 장관이 협회 임직원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민 성금인 의연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에서 의연금 회계를 따로 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의연금을 어디에 배분할지 결정하는 위원회, 즉 배분위원회는 현행법상 희망브리지 이사회가 겸하게 돼 있는데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배분위원회 역할을 하는 희망브리지 이사회 구성이 언론단체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하며,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까지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희망브리지는 이사회 구성에 행안부 추천인을 넣는 등의 개정안은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KBS 보도 이후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희망브리지에 대한 정부 감사 권한을 신설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는데요. 이번에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한정애·이해식 의원 법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수정안으로 이사회 구성은 유지하면서 관리 감독 권한 강화에 좀 더 중점을 뒀습니다.
이해식 의원은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번에 의결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의연금 배분위원회 운영 결과 공개, 의연금 회계 설치로 투명성이 높아지고, 희망브리지에 대한 행안부의 실질적 지도감독 권한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막대한 국민 성금을 집행하는 곳인 만큼, 정부 감사 또한 철저히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이견이 없었습니다. 개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감시받지 못했던' 국민 성금은 '감시 받는' 성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KBS 보도 직후 사무검사에 착수했던 행안부는 17건의 지적사항을 어떻게 조치할지 오는 28일 처분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예정입니다. 비슷한 시기 조사를 진행한 권익위가 수사 의뢰라는 강도 높은 결과를 내놓은 만큼 행안부도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