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기자’ 내세워 내부고발자 공격…사무총장이 ‘청탁’ [희망브리지]③

입력 2023.10.13 (10:01) 수정 2023.10.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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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곳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이지만 재해구호법상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이고, 운영비 전액을 의연금에서 쓰는 만큼 공공기관에 준하는 투명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해 희망브리지에 모인 국민 성금은 1,300억 원이 넘는데요.
재해·재난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뜻이 모인 만큼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운영에는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비리 의혹 연속보도, 오늘 세 번째는 희망브리지가 성금으로 언론 광고비를 과다 지출했다는 의혹입니다. 특히 김정희 사무총장의 지인 매체나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매체에 언론 광고비가 집중됐습니다. 또한 희망브리지는 김정희 사무총장의 전횡을 지적하고 비판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는 1심 패소 후 소송 전망이 어둡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2심까지 소송을 강행해 결국 성금만 낭비했습니다.

"무늬만 그럴 듯한 사이비"…'광고비 주는' 언론 통해 내부고발자 공격
희망브리지에서는 김 사무총장이 부임한 2018년 6월 이후 직원들이 줄퇴사 하거나, 내부고발을 하는 등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들이 잦았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2020년 6월 인터넷 매체 더나은미래 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데요. 대부분 김 사무총장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사업 지시나 폭언 등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6월 25일, 한 인터넷 매체가 <재해구호협회 내부고발 ‘휘슬블로어’가 끼치는 사회적 해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합니다. 불과 이틀 전 더나은미래가 보도한 <“직원이 감히 날 능멸해?” “난 법 상관 안 한다.”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상습적 폭언 논란> 등에 대한 반박성 기사입니다.
특이한 것은, 해당 기사가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 언론에 김 사무총장 문제를 제보한 희망브리지 내부고발자를 공격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무늬만 그럴 듯한 사이비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이 사안은 ‘진정한 내부 고발자’와 ‘사악한 내부 고발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예" 등 표현을 써가며 제보자를 비난합니다.
이 매체는 평소 희망브리지가 광고비를 줘가며 관리하던 곳입니다.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수년간 3천만 원을 광고비로 타갔습니다. 해당 매체 김 모 편집인은 김 사무총장과 20년 넘게 관계를 유지 중인 언론계 선·후배 관계입니다. 김 편집인의 동생은 KBS가 앞서 보도한 채용 비리 의혹으로 희망브리지에 입사한 김 모 본부장의 친누나이기도 합니다.

■ 기사 작성자는 '유령 기자'…김 사무총장 남편이 기사 청탁


내부고발자 비난 기사의 작성자는 박정대 기자입니다. 취재진은 기사작성 경위를 물어보고자 일주일 넘게 박 기자의 행방을 쫓았습니다. 하지만 박 기자의 전화번호, 이메일, 하다못해 그가 최근까지도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출입처에서도 그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기자는 좋은 제보를 받기 위해서라도 연락처를 일반에 공개해 두기 때문입니다.
박 기자를 찾을 수 없었던 건, 그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기자'였기 때문입니다. 김 편집인은 KBS가 취재에 착수하자 박정대가 자신의 필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인터넷매체 발행인의 필명도 박정대라며, 발행인과 필명을 공유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김 편집인은 기사 작성 과정에서 김 사무총장 측의 청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희망브리지 내부 인사들을 취재해 김 편집인에게 그 내용을 전달한 사람은 김 사무총장 남편인 김 모 씨였습니다. 남편 김 씨는 국내 종합일간지 편집인까지 지낸 유력 언론인으로, 본인이 직접 희망브리지 직원들을 취재해 그 내용을 김 편집인에게 줬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왜 김 사무총장이 광고비로 3천만 원을 줘가며 인터넷 매체를 관리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 사무총장은 이전과 달리 온라인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대해 아래와 같은 말을 합니다.

"막 온라인 매체에다가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주고 있어. 광고를"
"0000 뉴스, XXXX 뉴스는 우리가 죽었을 때 살려준 매체들한테 돈이 가는 거야."
김정희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1월 18일)

희망브리지 직원들은 "김 사무총장 부임 이후 광고비, 캠페인 등의 명목으로 언론사에 지출하는 돈이 크게 늘었다"며,
"이전에는 언론사에 결산 공고 말고는 저런 매체에 광고비가 나갈 일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성금 들여 비판 보도 '보복 소송' …패소 뒤에도 "가짜뉴스 맞다"


더나은미래 외에 한국일보, 뉴스타파도 2020년 7월과 2021년 5월, 김 사무총장의 전횡 의혹 등을 보도했는데요. 뉴스타파의 경우 김 사무총장이 이전에 근무한 재향군인회와 33억 원어치의 불법 마스크를 거래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이들 세 매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기한 조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허위기사로 협회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자들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희망브리지 규정상 중요한 소송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돼 있지만,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회장이 결정한 사안"이었다고 말했는데요. 1심 패배 후 2심을 진행할 때가 되어서야 소송건은 이사회에 보고됐습니다. 당시 내부에선 2심 소송 전망이 어둡다는 소수의 지적이 나왔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육성파일에서 김 사무총장은 잘못 배분된 성금을 환수받는 소송보다 기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말도 했는데요. 소송 진행 중 회의에선 회장의 뜻이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회장 뜻은) 돈을 얼마나 써서라도 법무 소송 끝까지 갖고 가서 (기자들이)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 아주 불편하게 해준다."
- 김정희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8월 18일)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며 기자들에게 제기한 5건의 민·형사 소송은 모두 패소했습니다. 희망브리지가 소송에 쓴 돈은 1억 3백만 원. 모두 국민 성금에서 나왔습니다.
애초 무리한 소송이었다는 점은 판결문을 통해서도 증명됩니다. 재판부는 "기사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으로서 그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언급된 사실관계 역시 그 허위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데다가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송필호 협회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언론사에 대한 소송은 "가짜뉴스에 대한 소송이었다. 법원 판결도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소문이나 의혹 제기였기 때문에 명예 훼손까지는 기각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는데요. 판결문이 보도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본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입니다.

■ 성금 줄줄 새는데 관리·감시 사각지대...왜?
천억 원이 넘는 국민 성금을 관리하는 희망브리지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11일부터 사무검사에 들어갔는데요. 사무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회의적입니다. 현행 재해구호법은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의 관리 권한을 희망브리지에 부여했지만 그 외의 것들은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행안부의 사무검사는 희망브리지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담당자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감사를 할 권한이 없는 실정입니다.


내부 직원들은 "과거 행안부 사무검사 당시 일부러 글자 크기를 작고 빽빽하게 출력해, 조사 마감 시한이 거의 다 됐을 때 제출하고 조사관이 다 보기도 전에 조사 시간이 끝났다며 서류를 회수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사무검사를 실시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했지만, 희망브리지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사무검사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순수 민간단체인점을 내세운 협회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는데요. 심지어 2021년엔 자료 요구를 끈질기게 한 의원실과 담당 비서관을 '응징'하는 방안을 공식 회의에서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희망브리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2년 전 발의됐는데요.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은 "희망브리지 측의 반발 탓인지 발의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의원의 개정안은 의연금 배분을 결정하는 배분위원회, 즉 희망브리지 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당시 희망브리지는 행안부 추천 인사를 일정 비율 이상 배분위원회에 넣는 것은 민간 성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KBS의 희망브리지 비리 의혹 연속 보도 이후,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지난 10일 배분위원회 구성은 그대로 두되, 강도 높은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의원은 "국민 성금을 관리하는 희망브리지가 더이상 비리 백화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면서 "상임위에서 시급히 논의해 빠른 시일 안에 희망브리지에 대한 감사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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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 기자’ 내세워 내부고발자 공격…사무총장이 ‘청탁’ [희망브리지]③
    • 입력 2023-10-13 10:01:26
    • 수정2023-10-13 10: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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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행법은 희망브리지에 자연재난 성금인 의연금을 관리할 권한을 줬을 뿐 나머지는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을 따르도록 했는데요. 즉,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낮은 수위의 사무검사만 할 뿐 강력하게 감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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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20년 6월 25일, 한 인터넷 매체가 <재해구호협회 내부고발 ‘휘슬블로어’가 끼치는 사회적 해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합니다. 불과 이틀 전 더나은미래가 보도한 <“직원이 감히 날 능멸해?” “난 법 상관 안 한다.” 희망브리지 사무총장, 상습적 폭언 논란> 등에 대한 반박성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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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뜻은) 돈을 얼마나 써서라도 법무 소송 끝까지 갖고 가서 (기자들이)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 아주 불편하게 해준다."
- 김정희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8월 18일)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며 기자들에게 제기한 5건의 민·형사 소송은 모두 패소했습니다. 희망브리지가 소송에 쓴 돈은 1억 3백만 원. 모두 국민 성금에서 나왔습니다.
애초 무리한 소송이었다는 점은 판결문을 통해서도 증명됩니다. 재판부는 "기사들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으로서 그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언급된 사실관계 역시 그 허위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데다가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송필호 협회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언론사에 대한 소송은 "가짜뉴스에 대한 소송이었다. 법원 판결도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소문이나 의혹 제기였기 때문에 명예 훼손까지는 기각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는데요. 판결문이 보도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본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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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직원들은 "과거 행안부 사무검사 당시 일부러 글자 크기를 작고 빽빽하게 출력해, 조사 마감 시한이 거의 다 됐을 때 제출하고 조사관이 다 보기도 전에 조사 시간이 끝났다며 서류를 회수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사무검사를 실시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했지만, 희망브리지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사무검사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순수 민간단체인점을 내세운 협회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는데요. 심지어 2021년엔 자료 요구를 끈질기게 한 의원실과 담당 비서관을 '응징'하는 방안을 공식 회의에서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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