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봇물 터졌다

입력 2007.02.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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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난 베이붐 세대들이 50대 초중반을 맞으면서 벌써 은퇴세대가 돼가고 있는데 ‘은퇴’ 남의 얘기만은 아닐겁니다.

우리나라 은퇴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오늘 첫 순서로, 베이붐세대들의 노후 준비상황은 어떤지 최문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남매 가운데 맏이로 태어난 이상필 씨.

부모님 병시중, 동생들 뒷바라지에 힘겹던 30대 시절, 이 씨는 리비아 건설현장으로 떠났습니다.

<인터뷰> 이상필 : "여덟 식구가 같이 살다가 너무 힘들고, 빚은 졌고, 어떻게 해외에 눈을 떠서 가게 됐죠."

해외 건설현장 2년 반, 빚은 갚았지만, 박봉에 교육비 부담으로 생활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퇴직할 때가 가까워졌지만, 결국, 모은 재산은 1억 원 남짓한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거의 전부입니다.

<인터뷰> 하예용 (국민은행 VIP팀장) : "부모 공양하고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쏟다 보니까,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생각을 전혀 못 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에도 기존 생활비의 70% 정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도 노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년 가까운 직장 생활, 하지만, 2년 전 퇴직할 때까지 이렇다 할 노후 준비는 없었습니다.

봉급으로는 치솟는 사교육비와 집값을 감당하기에도 벅찼습니다.

<인터뷰> 윤병무 : "소득이 점점 늘어나면서도 충분히 그것(사교육비ㆍ집값)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그런 실정인 것 같습니다."

넓은 사무실과 고급 승용차, 때때로 떠나는 해외여행.

이른바 잘 나간다는 김 씨지만, 정년을 채우기 힘든 요즘 세태가 걱정입니다.

적어도 10년은 더 일하지 않으면,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강수 : "정년퇴직할 때까지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초기에 재테크라든지 노후 준비가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지난 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8백여만 명.

고도성장과 사교육 열풍, 아파트 붐을 일으켰던 이들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충분한 은퇴 준비가 없다 보니, 퇴직 후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막강한 소비력을 보여줬던 세력이 없어지면서 소비 면에서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국가 경제도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고요."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약 30년, 은퇴가, 넉넉한 노후가 아닌, 자칫 고단한 말년의 시작이 될지 모를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문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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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봇물 터졌다
    • 입력 2007-02-17 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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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난 베이붐 세대들이 50대 초중반을 맞으면서 벌써 은퇴세대가 돼가고 있는데 ‘은퇴’ 남의 얘기만은 아닐겁니다. 우리나라 은퇴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오늘 첫 순서로, 베이붐세대들의 노후 준비상황은 어떤지 최문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남매 가운데 맏이로 태어난 이상필 씨. 부모님 병시중, 동생들 뒷바라지에 힘겹던 30대 시절, 이 씨는 리비아 건설현장으로 떠났습니다. <인터뷰> 이상필 : "여덟 식구가 같이 살다가 너무 힘들고, 빚은 졌고, 어떻게 해외에 눈을 떠서 가게 됐죠." 해외 건설현장 2년 반, 빚은 갚았지만, 박봉에 교육비 부담으로 생활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퇴직할 때가 가까워졌지만, 결국, 모은 재산은 1억 원 남짓한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거의 전부입니다. <인터뷰> 하예용 (국민은행 VIP팀장) : "부모 공양하고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쏟다 보니까,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생각을 전혀 못 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에도 기존 생활비의 70% 정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도 노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년 가까운 직장 생활, 하지만, 2년 전 퇴직할 때까지 이렇다 할 노후 준비는 없었습니다. 봉급으로는 치솟는 사교육비와 집값을 감당하기에도 벅찼습니다. <인터뷰> 윤병무 : "소득이 점점 늘어나면서도 충분히 그것(사교육비ㆍ집값)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그런 실정인 것 같습니다." 넓은 사무실과 고급 승용차, 때때로 떠나는 해외여행. 이른바 잘 나간다는 김 씨지만, 정년을 채우기 힘든 요즘 세태가 걱정입니다. 적어도 10년은 더 일하지 않으면,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강수 : "정년퇴직할 때까지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초기에 재테크라든지 노후 준비가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지난 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8백여만 명. 고도성장과 사교육 열풍, 아파트 붐을 일으켰던 이들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충분한 은퇴 준비가 없다 보니, 퇴직 후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막강한 소비력을 보여줬던 세력이 없어지면서 소비 면에서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국가 경제도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고요." 베이비붐 세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약 30년, 은퇴가, 넉넉한 노후가 아닌, 자칫 고단한 말년의 시작이 될지 모를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문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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