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수립·집행 빨라진다

입력 2008.01.16 (10:59) 수정 2008.01.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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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안이 16일 발표되면서 주요 경제 관련 부처들이 대부분 통폐합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부처 통폐합은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철학인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 것으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업무와 기능을 한데 모아 정책 추진동력을 높이고 낭비와 분산을 없애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폐합이 바라는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호 이질적인 것을 강제로 합쳐놓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정부기능을 집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업무처리의 신속화, 부처간 이견 최소화, 예산낭비 배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후관리와 운용을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대적인 조직개편 이후 부처간의 융합이 쉬운 것은 아닌만큼 조직내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필요한 경쟁도 제어할 필요가 있다.

◇ 경제정책 효율성 높아진다
이번 조직개편은 정부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같은 기능이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보니 정책추진에 일관성이 없고 부처간 이해관계에 맞물려 정책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 비효율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재정경제부가 기획예산처와 다시 통합, 기획재정부로 거듭나게 된 것은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재경부 장관이 경제부총리직을 수행했지만 예산 기능이 없다보니 부처 간 업무조정이나 경제정책 기획 등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재경부는 기획재정부로 통폐합되면서 기획처가 행사하고 있는 예산 및 재정운용 기능을 다시 회복한 것을 환영했다.
경제부총리직은 폐지됐지만 예산을 쥐게 되면 다른 부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모든 정부 사업의 최종 승인 여부에도 간여할 수 있어 저절로 정책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도 부처로 신설되는 금융분야도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과 감독 권한을 한 손에 쥐게 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보다 신속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정책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 금감원으로 3분 됐던 권한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라는 보다 슬림화된 체계로 집중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투기자본에 의해 분초 단위로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국책은행 민영화, 금융소외자의 신용회복 지원, 금융 규제 완화와 금융허브 구축 등 이명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을 추진하는 만큼 새 정부 내에서 입지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산업부문 슬림화 전망
건설교통부가 국토해양부라는 이름으로 해양수산부의 해운물류정책과 항만정책을 통합하기로 한 것은 물류정책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교부가 이미 육상물류와 항공물류를 관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물류까지 맡게 되면 육.해.공의 물류정책을 총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돼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 건교부 국장급들이 해양수산부로 파견돼 해운물류국장에 임명돼 일을 했으며 해양부에서 교환 근무를 끝내고 돌아 온 이들은 물류정책을 한 곳에서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또 해양부의 항만정책이 동북아중심의 항만기능을 하기 위한 항만건설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또한 건설업무의 일환이어서 건교부가 통합관리할 경우 효율성이 기대된다.
산자부와 정통부, 과기부 등 3개 부처를 놓고 끊임없이 반복돼온 업무중복 문제도 이번 조직개편으로 지식경제부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지게 됐다.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떠오른 로봇산업을 놓고 3개 부처가 자신의 관할을 주장하며 다투다 결국 로봇산업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한 사건이나 산자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과 과기부의 '신성장 동력산업' 등 차이를 알기 힘든 유사 사업들이 진행된 것 등은 그동안 영역다툼에서 빚어진 비효율의 대표 사례다.
농림부에 기존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 업무를 더한 것도 농촌.농업 및 어촌.어업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농촌.어업은 대표적 1차 산업으로서, 공통적으로 경쟁력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과 체계적 육성이 필요한 부문이다.
실제로 현재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등의 조직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등의 사업, 'FTA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법률 등에서 농어업이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의 중요한 기본 '먹거리'라는 측면에서 농산물과 수산물은 함께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농수산물을 묶어 도매.산지 유통을 체계적으로 함께 관리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앞으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인 식품산업 육성 사업을 위해서라도 두 종류의 식품 근원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두 부처간 통합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 예산 절감도 기대
여러 부처의 중복기능을 통폐합하면 예산의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다.
각 부처는 저마다 장,차관은 물론이고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기본적인 1급자리를 갖고 운용했는데 조직개편으로 일단 자리를 줄일 수 있어 재정감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재경부의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과 기획예산처의 재정전략실 등을 비롯해 여러 부처의 유사한 업무가 한 군데로 모이면서 인력이나 공간감축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분야에서도 중복사업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자부와 과기부는 각각 연 2조5천억원선에 이르는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순수과학분야 예산이 떨어지고 나머지 산업기술 R&D 예산이 하나로 통합됨에 따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토대가 마련된다.
유사한 R&D사업에 각 부처들이 영역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중복되게 배분하는 문제들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 화학적 결합이 관건
조직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통폐합되는 부처가 화학적으로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내야하는데 과거 경험에서 보듯 이질적인 조직의 화합은 항상 쉽지 않았다.
합쳐지는 부처나 부서에서 서로를 반목하고 권한 다툼을 하게되면 오히려 떼어놓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우선 부처 통합으로 자리가 많이 줄어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철밥통에 익숙해 있는 관료들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반발이 거세져 조직통폐합을 저해할 경우 새 정부의 개혁드라이브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합쳐지는 직원 수만 1천여명이 넘게 돼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며 아예 없어지는 부처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이는 등 반발이 조직화할 수 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통합이 되면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 인력을 방치하게 되면 공직사회 전체가 불안해지고, 억지로 직무를 만들어주게 되면 황당한 규제가 양산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져 또다시 공공부문이라도 채용을 늘리는 공직부문 비대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잉여인력 활용에 대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대부처 개편으로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도 "기존 18부 4처가 13부 2처로 줄어들면서 2만∼3만명의 중앙공무원 중 1급과 담당관 등의 고위직과 정무.홍보 업무 담당자들은 구제방법이 많지 않다"면서 "산하기관 등으로 다른 자리를 찾는 수 밖에 없을텐데 이도 여의치 않다면 일부 인원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힘의 쏠림에서 비롯되는 전횡도 우려된다. 지난 94년 설립된 공룡부처 재정경제원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경제정책을 총괄했지만 몇년만에 외환위기를 맞으며 부처가 쪼개진 것처럼 힘의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에 힘이 쏠리면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면서 현 금감위보다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금감원의 역할과 기능은 크게 위축돼 금융감독이 관변 주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부가 건교부에 국토해양부의 이름으로 통합되는 것도 '해양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해양정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창원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정부 부처 단위가 15개 정도인데, 이번 개편으로 우리 정부도 부처 단위가 22개에서 15개로 줄어든 만큼 중.대폭 개편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융합이 대세인 만큼 시대적으로는 적절하지만, 이번 부처 통합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이 될 수 있도록 내부 조직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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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정책 수립·집행 빨라진다
    • 입력 2008-01-16 10:59:13
    • 수정2008-01-16 16:11:13
    연합뉴스
정부 조직개편안이 16일 발표되면서 주요 경제 관련 부처들이 대부분 통폐합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부처 통폐합은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철학인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 것으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업무와 기능을 한데 모아 정책 추진동력을 높이고 낭비와 분산을 없애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폐합이 바라는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호 이질적인 것을 강제로 합쳐놓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정부기능을 집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업무처리의 신속화, 부처간 이견 최소화, 예산낭비 배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후관리와 운용을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대적인 조직개편 이후 부처간의 융합이 쉬운 것은 아닌만큼 조직내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필요한 경쟁도 제어할 필요가 있다. ◇ 경제정책 효율성 높아진다 이번 조직개편은 정부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같은 기능이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보니 정책추진에 일관성이 없고 부처간 이해관계에 맞물려 정책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 비효율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재정경제부가 기획예산처와 다시 통합, 기획재정부로 거듭나게 된 것은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재경부 장관이 경제부총리직을 수행했지만 예산 기능이 없다보니 부처 간 업무조정이나 경제정책 기획 등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재경부는 기획재정부로 통폐합되면서 기획처가 행사하고 있는 예산 및 재정운용 기능을 다시 회복한 것을 환영했다. 경제부총리직은 폐지됐지만 예산을 쥐게 되면 다른 부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모든 정부 사업의 최종 승인 여부에도 간여할 수 있어 저절로 정책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도 부처로 신설되는 금융분야도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과 감독 권한을 한 손에 쥐게 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보다 신속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정책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 금감원으로 3분 됐던 권한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라는 보다 슬림화된 체계로 집중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투기자본에 의해 분초 단위로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국책은행 민영화, 금융소외자의 신용회복 지원, 금융 규제 완화와 금융허브 구축 등 이명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을 추진하는 만큼 새 정부 내에서 입지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산업부문 슬림화 전망 건설교통부가 국토해양부라는 이름으로 해양수산부의 해운물류정책과 항만정책을 통합하기로 한 것은 물류정책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교부가 이미 육상물류와 항공물류를 관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물류까지 맡게 되면 육.해.공의 물류정책을 총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돼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 건교부 국장급들이 해양수산부로 파견돼 해운물류국장에 임명돼 일을 했으며 해양부에서 교환 근무를 끝내고 돌아 온 이들은 물류정책을 한 곳에서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또 해양부의 항만정책이 동북아중심의 항만기능을 하기 위한 항만건설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또한 건설업무의 일환이어서 건교부가 통합관리할 경우 효율성이 기대된다. 산자부와 정통부, 과기부 등 3개 부처를 놓고 끊임없이 반복돼온 업무중복 문제도 이번 조직개편으로 지식경제부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지게 됐다.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떠오른 로봇산업을 놓고 3개 부처가 자신의 관할을 주장하며 다투다 결국 로봇산업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한 사건이나 산자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과 과기부의 '신성장 동력산업' 등 차이를 알기 힘든 유사 사업들이 진행된 것 등은 그동안 영역다툼에서 빚어진 비효율의 대표 사례다. 농림부에 기존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 업무를 더한 것도 농촌.농업 및 어촌.어업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농촌.어업은 대표적 1차 산업으로서, 공통적으로 경쟁력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과 체계적 육성이 필요한 부문이다. 실제로 현재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등의 조직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등의 사업, 'FTA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법률 등에서 농어업이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의 중요한 기본 '먹거리'라는 측면에서 농산물과 수산물은 함께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농수산물을 묶어 도매.산지 유통을 체계적으로 함께 관리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앞으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인 식품산업 육성 사업을 위해서라도 두 종류의 식품 근원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두 부처간 통합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 예산 절감도 기대 여러 부처의 중복기능을 통폐합하면 예산의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다. 각 부처는 저마다 장,차관은 물론이고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기본적인 1급자리를 갖고 운용했는데 조직개편으로 일단 자리를 줄일 수 있어 재정감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재경부의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과 기획예산처의 재정전략실 등을 비롯해 여러 부처의 유사한 업무가 한 군데로 모이면서 인력이나 공간감축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분야에서도 중복사업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자부와 과기부는 각각 연 2조5천억원선에 이르는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순수과학분야 예산이 떨어지고 나머지 산업기술 R&D 예산이 하나로 통합됨에 따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토대가 마련된다. 유사한 R&D사업에 각 부처들이 영역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중복되게 배분하는 문제들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 화학적 결합이 관건 조직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통폐합되는 부처가 화학적으로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내야하는데 과거 경험에서 보듯 이질적인 조직의 화합은 항상 쉽지 않았다. 합쳐지는 부처나 부서에서 서로를 반목하고 권한 다툼을 하게되면 오히려 떼어놓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우선 부처 통합으로 자리가 많이 줄어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철밥통에 익숙해 있는 관료들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반발이 거세져 조직통폐합을 저해할 경우 새 정부의 개혁드라이브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합쳐지는 직원 수만 1천여명이 넘게 돼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며 아예 없어지는 부처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이는 등 반발이 조직화할 수 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통합이 되면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 인력을 방치하게 되면 공직사회 전체가 불안해지고, 억지로 직무를 만들어주게 되면 황당한 규제가 양산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져 또다시 공공부문이라도 채용을 늘리는 공직부문 비대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잉여인력 활용에 대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대부처 개편으로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도 "기존 18부 4처가 13부 2처로 줄어들면서 2만∼3만명의 중앙공무원 중 1급과 담당관 등의 고위직과 정무.홍보 업무 담당자들은 구제방법이 많지 않다"면서 "산하기관 등으로 다른 자리를 찾는 수 밖에 없을텐데 이도 여의치 않다면 일부 인원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힘의 쏠림에서 비롯되는 전횡도 우려된다. 지난 94년 설립된 공룡부처 재정경제원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경제정책을 총괄했지만 몇년만에 외환위기를 맞으며 부처가 쪼개진 것처럼 힘의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에 힘이 쏠리면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면서 현 금감위보다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금감원의 역할과 기능은 크게 위축돼 금융감독이 관변 주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부가 건교부에 국토해양부의 이름으로 통합되는 것도 '해양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해양정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창원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정부 부처 단위가 15개 정도인데, 이번 개편으로 우리 정부도 부처 단위가 22개에서 15개로 줄어든 만큼 중.대폭 개편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융합이 대세인 만큼 시대적으로는 적절하지만, 이번 부처 통합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이 될 수 있도록 내부 조직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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