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정부조직 개편안

입력 2008.01.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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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안이 16일 마침내 얼개를 드러냈다.
현행 18부4처의 직제를 13부2처로 `슬림화'한 것이 기본 골격이다. 타부처와 기능이 중복되는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폐지됨으로써 정부 전체의 몸집이 3분의 1(22 부처→15 부처로 31% 감소) 가량 축소됐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외형상 축소보다는 `질적 효율화'에 주안점이 두어진 점이 최대 특징이다.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정부 직제를 원점 부터 재검토하고 기능에 따라 재배치함으로써 조직의 `군더더기'를 덜어냈다는데 인수위는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규제완화다. "기업이 하나의 업무를 보려고 이 부처, 저 부처에 서류들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이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섬기는 도우미'로서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정부를 거듭 나게 하는 게 기본개념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특징은 대통령의 직할체제가 강화된 점이다.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서 `중간보스'의 역할을 해온 부총리제가 폐지되고, 대통령과 내각이 청와대 비서실을 `연결통로'로 직접 소통하며 협의하는 `일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됐다.그 대신 정무장관직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무너졌던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복원하는데도 초점을 뒀다.
경제부처의 `대수술'이 이번 조직개편의 하이라이트다. 경제수석부처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재정경제부가 큰 틀에서 `금융'과 `세제'부문으로 분리됐다. 세제 부문은 기획예산처와 통합되고 금융부문은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치는 구도가 됐다.
이로써 신설되는 기획재정부(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는 세입과 세출 등 재정의 `입구'와 `출구'를 모두 관장함으로써 재정기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비록 금융부문이 분리됐지만 경제총괄 정책과 예산편성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수석부처'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공룡부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실물 경제부처는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IT(정보기술)부문, 과학기술부의 기술부문이 통합된 점이 주목된다. 사실상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조직이 분산돼있는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포석이다.
건설교통부는 해양수산부의 해운기능을 흡수해 `국토해양부'로 개칭되면서 위상이 대폭 강화됐다. 이는 `대운하 프로젝트' 등 대형 역사를 임기내에 적극 추진하려는 당선인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부는 해양수산부의 수산기능을 가져오면서 `농림수산부'로 확대개편됐다.
비경제부처 가운데에서는 교육부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교육부의 학생선발과 학사업무 등 핵심 기능이 민간과 지방으로 이양되고 과학기술부와 통합된다. 참여정부 시절 정권홍보와 기자실 폐지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국정홍보처는 8년8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통일부의 폐지다. 당초 남북관계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존치시키는 쪽이 유력히 검토됐으나 막판 조정과정에서 폐지 쪽으로 급선회했다.
여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규모를 가급적 줄이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이 당선인측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직개편이야말로 `이명박식 개혁'의 선명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국회 입법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원내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정통.해수.과기.여성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조직법 통과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일부를 일종의 대야협상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까지 포함해 5부를 폐지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협의과정에서 신당이 조직개편안에 일괄반대할 경우 통일부를 존치시키고 나머지 4부는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놓고는 각계에서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비서실이 `작고 강한 청와대'의 기치 아래 의사전달 기능은 물론 총리실이 수행해온 국무조정 기능까지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 일선 부처와 역할과 권한설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특히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정책 조정기능을 그대로 가져갈지, 아니면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가져갈 지에 따라 경제운용의 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폐지대상 부처와 관련된 이익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관련 단체 등의 반대가 불 보듯 훤하고 여성계도 여성부 폐지에 강하게 반기를 들 조짐이다. 해양수산부도 어촌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반발세가 거센 실정이다.
인수위 단계의 논의 못지 않게 국회 통과과정도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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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일 벗은 정부조직 개편안
    • 입력 2008-01-16 11:40:29
    연합뉴스
정부 조직개편안이 16일 마침내 얼개를 드러냈다. 현행 18부4처의 직제를 13부2처로 `슬림화'한 것이 기본 골격이다. 타부처와 기능이 중복되는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폐지됨으로써 정부 전체의 몸집이 3분의 1(22 부처→15 부처로 31% 감소) 가량 축소됐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외형상 축소보다는 `질적 효율화'에 주안점이 두어진 점이 최대 특징이다.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정부 직제를 원점 부터 재검토하고 기능에 따라 재배치함으로써 조직의 `군더더기'를 덜어냈다는데 인수위는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규제완화다. "기업이 하나의 업무를 보려고 이 부처, 저 부처에 서류들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이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섬기는 도우미'로서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정부를 거듭 나게 하는 게 기본개념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특징은 대통령의 직할체제가 강화된 점이다.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서 `중간보스'의 역할을 해온 부총리제가 폐지되고, 대통령과 내각이 청와대 비서실을 `연결통로'로 직접 소통하며 협의하는 `일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됐다.그 대신 정무장관직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무너졌던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복원하는데도 초점을 뒀다. 경제부처의 `대수술'이 이번 조직개편의 하이라이트다. 경제수석부처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재정경제부가 큰 틀에서 `금융'과 `세제'부문으로 분리됐다. 세제 부문은 기획예산처와 통합되고 금융부문은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치는 구도가 됐다. 이로써 신설되는 기획재정부(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는 세입과 세출 등 재정의 `입구'와 `출구'를 모두 관장함으로써 재정기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비록 금융부문이 분리됐지만 경제총괄 정책과 예산편성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수석부처'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공룡부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실물 경제부처는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IT(정보기술)부문, 과학기술부의 기술부문이 통합된 점이 주목된다. 사실상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조직이 분산돼있는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포석이다. 건설교통부는 해양수산부의 해운기능을 흡수해 `국토해양부'로 개칭되면서 위상이 대폭 강화됐다. 이는 `대운하 프로젝트' 등 대형 역사를 임기내에 적극 추진하려는 당선인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부는 해양수산부의 수산기능을 가져오면서 `농림수산부'로 확대개편됐다. 비경제부처 가운데에서는 교육부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교육부의 학생선발과 학사업무 등 핵심 기능이 민간과 지방으로 이양되고 과학기술부와 통합된다. 참여정부 시절 정권홍보와 기자실 폐지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국정홍보처는 8년8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통일부의 폐지다. 당초 남북관계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존치시키는 쪽이 유력히 검토됐으나 막판 조정과정에서 폐지 쪽으로 급선회했다. 여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규모를 가급적 줄이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이 당선인측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직개편이야말로 `이명박식 개혁'의 선명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국회 입법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원내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정통.해수.과기.여성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조직법 통과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일부를 일종의 대야협상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까지 포함해 5부를 폐지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협의과정에서 신당이 조직개편안에 일괄반대할 경우 통일부를 존치시키고 나머지 4부는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놓고는 각계에서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비서실이 `작고 강한 청와대'의 기치 아래 의사전달 기능은 물론 총리실이 수행해온 국무조정 기능까지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 일선 부처와 역할과 권한설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특히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정책 조정기능을 그대로 가져갈지, 아니면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가져갈 지에 따라 경제운용의 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폐지대상 부처와 관련된 이익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관련 단체 등의 반대가 불 보듯 훤하고 여성계도 여성부 폐지에 강하게 반기를 들 조짐이다. 해양수산부도 어촌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반발세가 거센 실정이다. 인수위 단계의 논의 못지 않게 국회 통과과정도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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