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 정책 12년 만에 재결합

입력 2008.01.16 (11:52) 수정 2008.01.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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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농촌.농업-어촌.수산 업무가 10여년 만에 다시 한 지붕 밑으로 모여 '농수산식품부'로 거듭난다.
두 부문의 결합으로 '겹치기' 문제가 해소돼 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정부가 작년부터 시동을 건 식품산업 육성 사업도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 농.어업 정책 효율성 높아질 듯
16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 기능과 조직 개편' 방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농수산식품부는 현재의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어업.수산 기능, 보건복지부 식품산업진흥정책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이로써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신설과 함께 분리됐던 농림-수산 정책은 약 12년 만에 '재결합'에 성공했다.
인수위측은 "1차 산업의 지원 경로가 농림부.농촌진흥청.산림청.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등으로 분산돼있다"고 지적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수산 개방에 대응, 1차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농어촌 발전을 위해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부처 통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1948년 출범한 농림부는 이미 같은 맥락에서 지난 1973년 '농수산부'로 개편된 바 있고, 1987년 '농림수산부'를 거쳐 20여년 동안 어업 및 수산 업무를 함께 관할한 '경력'이 있다.
농촌.어업은 대표적 1차 산업으로서, 공통적으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제조업 등과 달리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체계적 육성이 꼭 필요한 부문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지방 곳곳에는 농사와 어업을 함께 영위하는 '반농반어' 형태의 주민이 많아 농업인과 어업인, 농업과 어업을 엄밀히 구분해 정책을 펼친다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실제 현재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등의 조직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등의 사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서 볼 수 있듯이 농어업 정책은 함께 묶여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부채 대책, 가격 안정, 협동조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농업과 수산업 쪽은 지금까지 비슷한 정책의 틀을 유지했던 만큼 효율적 통합과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식품산업 전략적 육성
이번 조직 개편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내에서 농림부가 꿰차고 추진하는 식품산업 육성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인수위측은 명시적으로 보건복지부의 식품업계 인.허가권을 포함한 식품산업진흥정책 기능을 농림부에 주는 동시에 부처 아래 '식품산업본부'까지 두도록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농수산물 적자에서 벗어나 식품산업을 우리 농어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미 농림부는 작년 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식품산업진흥법' 등의 국회 통과로 식품산업 육성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조직 역시 이에 맞춰 농산물유통국을 농산물유통식품산업국으로 개편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한 바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는 "부처 통합으로 농산물과 수산물 등 1차 식품을 아울러 생산과 도매.산지.소비지 유통 과정에서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농림부 입장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식품산업 이외 식품안전 업무까지 가져와 '완전한' 식품 주무부서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인수위측은 "식품 안전까지 포함한 식품 행정 일원화(Farm-to-Table)는 식품위생 수준의 향상 정도를 봐가며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농림-수산 시너지 회의적" 의견도
반면 사실상 '흡수' 대상인 해양수산부 관련 부처에서는 '농림-수산 통합'이 생각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업과 수산부문은 체계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수산이 1차 산업이라고 무조건 농림부문과 합쳤는데, 사실 수산은 선원들이 배를 타고 바다자원을 관리, 생산하는 것이고 농림은 땅에 씨뿌린 것을 거두는 형태이므로 상당히 이질적인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산물과 농산물의 유통체계도 속성이 많이 다르다"며 "수산물의 경우 생산지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분초를 다툴만큼 신속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996년 수산청과 해운항만청이 합쳐 해양수산부가 신설된 뒤 부처 내부에서 양측이 화학적 결합에 실패하고 끊임없이 부딪혔던 것처럼, 향후 농수산식품부 역시 인사와 예산 문제 등을 놓고 두 부처 출신 공무원들이 반목하며 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제기되고 있다.
◇ 해양경찰청을 외청으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해양경찰청의 소속이 명칭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농수산식품부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해양경찰청은 현재 해양수산부의 독립된 외청으로, 분해 과정에서 '항만.해운' 기능을 따라 국토해양부로 가지 않고 '어업.수산'을 따라 농수산식품부 밑에 붙은 것이다.
어업인들의 조업 중 해상 사고에 빠르게 대처하고, 중국 등 주변국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내 불법 조업을 철저히 단속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경의 주요 업무가 해상 범죄, 밀수 등의 수사와 단속인 점을 감안할 때 '어업.수산' 기능과 붙어있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국토해양부가 '산림청'을 산하 외청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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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어업 정책 12년 만에 재결합
    • 입력 2008-01-16 11:52:40
    • 수정2008-01-16 16:01:45
    연합뉴스
정부 내 농촌.농업-어촌.수산 업무가 10여년 만에 다시 한 지붕 밑으로 모여 '농수산식품부'로 거듭난다. 두 부문의 결합으로 '겹치기' 문제가 해소돼 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정부가 작년부터 시동을 건 식품산업 육성 사업도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 농.어업 정책 효율성 높아질 듯 16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 기능과 조직 개편' 방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농수산식품부는 현재의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어업.수산 기능, 보건복지부 식품산업진흥정책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이로써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신설과 함께 분리됐던 농림-수산 정책은 약 12년 만에 '재결합'에 성공했다. 인수위측은 "1차 산업의 지원 경로가 농림부.농촌진흥청.산림청.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등으로 분산돼있다"고 지적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수산 개방에 대응, 1차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농어촌 발전을 위해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부처 통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1948년 출범한 농림부는 이미 같은 맥락에서 지난 1973년 '농수산부'로 개편된 바 있고, 1987년 '농림수산부'를 거쳐 20여년 동안 어업 및 수산 업무를 함께 관할한 '경력'이 있다. 농촌.어업은 대표적 1차 산업으로서, 공통적으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제조업 등과 달리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체계적 육성이 꼭 필요한 부문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지방 곳곳에는 농사와 어업을 함께 영위하는 '반농반어' 형태의 주민이 많아 농업인과 어업인, 농업과 어업을 엄밀히 구분해 정책을 펼친다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실제 현재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등의 조직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등의 사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서 볼 수 있듯이 농어업 정책은 함께 묶여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부채 대책, 가격 안정, 협동조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농업과 수산업 쪽은 지금까지 비슷한 정책의 틀을 유지했던 만큼 효율적 통합과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식품산업 전략적 육성 이번 조직 개편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내에서 농림부가 꿰차고 추진하는 식품산업 육성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인수위측은 명시적으로 보건복지부의 식품업계 인.허가권을 포함한 식품산업진흥정책 기능을 농림부에 주는 동시에 부처 아래 '식품산업본부'까지 두도록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농수산물 적자에서 벗어나 식품산업을 우리 농어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미 농림부는 작년 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식품산업진흥법' 등의 국회 통과로 식품산업 육성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조직 역시 이에 맞춰 농산물유통국을 농산물유통식품산업국으로 개편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한 바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는 "부처 통합으로 농산물과 수산물 등 1차 식품을 아울러 생산과 도매.산지.소비지 유통 과정에서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농림부 입장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식품산업 이외 식품안전 업무까지 가져와 '완전한' 식품 주무부서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인수위측은 "식품 안전까지 포함한 식품 행정 일원화(Farm-to-Table)는 식품위생 수준의 향상 정도를 봐가며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농림-수산 시너지 회의적" 의견도 반면 사실상 '흡수' 대상인 해양수산부 관련 부처에서는 '농림-수산 통합'이 생각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업과 수산부문은 체계가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수산이 1차 산업이라고 무조건 농림부문과 합쳤는데, 사실 수산은 선원들이 배를 타고 바다자원을 관리, 생산하는 것이고 농림은 땅에 씨뿌린 것을 거두는 형태이므로 상당히 이질적인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산물과 농산물의 유통체계도 속성이 많이 다르다"며 "수산물의 경우 생산지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분초를 다툴만큼 신속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996년 수산청과 해운항만청이 합쳐 해양수산부가 신설된 뒤 부처 내부에서 양측이 화학적 결합에 실패하고 끊임없이 부딪혔던 것처럼, 향후 농수산식품부 역시 인사와 예산 문제 등을 놓고 두 부처 출신 공무원들이 반목하며 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제기되고 있다. ◇ 해양경찰청을 외청으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해양경찰청의 소속이 명칭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농수산식품부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해양경찰청은 현재 해양수산부의 독립된 외청으로, 분해 과정에서 '항만.해운' 기능을 따라 국토해양부로 가지 않고 '어업.수산'을 따라 농수산식품부 밑에 붙은 것이다. 어업인들의 조업 중 해상 사고에 빠르게 대처하고, 중국 등 주변국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내 불법 조업을 철저히 단속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경의 주요 업무가 해상 범죄, 밀수 등의 수사와 단속인 점을 감안할 때 '어업.수산' 기능과 붙어있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국토해양부가 '산림청'을 산하 외청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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