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지혜가 담긴 ‘옹기의 부활’

입력 2008.02.09 (21:49) 수정 2008.02.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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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국의 멋을 돌아보는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먹을거리를 담아온 그릇이죠.

옹기에 담긴 멋과 지혜를, 박석호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부채처럼 펼쳐지는 찰흙 반죽이 내리치는 소리마다 찰기를 더해갑니다.

받침 따라 둥글게 허리를 세운 뒤 매질하듯 두드리며 물레를 돌립니다.

쓰다듬는 손길에 품이 부풀어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닮아갑니다.

<인터뷰> 이학수(무형문화재 전수조교) : "조금이라도 생각이 흐트러져 있다든지 복잡한 그런 머리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그대로 나타나요."

나무를 태워 만든 잿물에 적셔 한 달을 기다리며 물기를 말리고 섭씨 1,200 도를 넘나드는 불길 속에서 일주일을 견디면 비로소 옹기로 태어납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과 김치 등을 담으면 옹기도 생명을 얻습니다.

<인터뷰> 조성자(전통장제조업체 관계자) : "여름에 보시면 안에 장을 담아 놓게 되면 전부 가에 소금기가 번져나오는데 이게 바로 숨 쉬는 항아립니다. 그래야만 저희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성분이 안에 들어있다고 봅니다."

현미경을 통해 옹기 파편을 3천 배 확대하니 성긴 조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숨구멍 사이로 공기와 수분이 드나들어 안에 든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고 발효를 촉진합니다.

뿐만 아니라 옹기의 성분인 규소와 같은 여러 광물질도 물리, 화학적 특성을 통해 음식의 맛과 영양을 살려냅니다.

<인터뷰> 최의석(요업 기술원 분원장) : "원적외선 특성, 항산화성 등을 지녀 식품의 발효를 촉진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깨진 뒤에 땅에 묻히면 어느새 흙과 하나가 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플라스틱과 같은 그릇이 흉내 낼 수 없는 옹기의 덕목입니다.

투박하고 무겁다는 이유로 한동안 외면을 받던 옹기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그릇으로 다시 각광받는 이윱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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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의 지혜가 담긴 ‘옹기의 부활’
    • 입력 2008-02-09 21:04:32
    • 수정2008-02-09 22: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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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국의 멋을 돌아보는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먹을거리를 담아온 그릇이죠. 옹기에 담긴 멋과 지혜를, 박석호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부채처럼 펼쳐지는 찰흙 반죽이 내리치는 소리마다 찰기를 더해갑니다. 받침 따라 둥글게 허리를 세운 뒤 매질하듯 두드리며 물레를 돌립니다. 쓰다듬는 손길에 품이 부풀어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닮아갑니다. <인터뷰> 이학수(무형문화재 전수조교) : "조금이라도 생각이 흐트러져 있다든지 복잡한 그런 머리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그대로 나타나요." 나무를 태워 만든 잿물에 적셔 한 달을 기다리며 물기를 말리고 섭씨 1,200 도를 넘나드는 불길 속에서 일주일을 견디면 비로소 옹기로 태어납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과 김치 등을 담으면 옹기도 생명을 얻습니다. <인터뷰> 조성자(전통장제조업체 관계자) : "여름에 보시면 안에 장을 담아 놓게 되면 전부 가에 소금기가 번져나오는데 이게 바로 숨 쉬는 항아립니다. 그래야만 저희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성분이 안에 들어있다고 봅니다." 현미경을 통해 옹기 파편을 3천 배 확대하니 성긴 조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숨구멍 사이로 공기와 수분이 드나들어 안에 든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고 발효를 촉진합니다. 뿐만 아니라 옹기의 성분인 규소와 같은 여러 광물질도 물리, 화학적 특성을 통해 음식의 맛과 영양을 살려냅니다. <인터뷰> 최의석(요업 기술원 분원장) : "원적외선 특성, 항산화성 등을 지녀 식품의 발효를 촉진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깨진 뒤에 땅에 묻히면 어느새 흙과 하나가 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플라스틱과 같은 그릇이 흉내 낼 수 없는 옹기의 덕목입니다. 투박하고 무겁다는 이유로 한동안 외면을 받던 옹기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그릇으로 다시 각광받는 이윱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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