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의사 한 명 없는 ‘농촌병원’

입력 2009.02.2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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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응급의료 체계를 짚어보는 연속기획. 어제까지 도서 벽지 주민들이 얼마나 병원 가기 어려운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응급실에 치료할 의사가 없습니다.

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온통 노인 환자들로 북적이는 지방의 한 종합병원입니다.

응급실에만 하루 70여 명의 환자들이 줄을 서지만 전체 의사는 고작 8명뿐입니다, 그나마 노인들이 많이 겪는 긴급 상황을 감당할 응급의학 전문의는 아예 없습니다.

<인터뷰> 백인규(고흥 00 병원 원장) : "시골병원은 사람 구하는게 무척 어렵습니다. 특히 의료진 구하는게 무척 어려운 상황인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들이 전부 커버할 수 없거든요."

심지어 강릉에 사는 윤창수씨는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 수술 뒤 상태가 나빠진 아버지를 급히 입원시켰다가 의사 얼굴 한번 보이지 못하고 아버지를 잃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윤창수 : "응급실 가서 물어보니까 의사들이 다 명절 쇠러 가서 없다고 그러더라고 의사 한,두명 정도는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자기들은 모르겠다고 그러더라고요 (당직의사도 없다고 하던가요?) 당직의사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체 의사 수도 모자라지만 특히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는 곳은 전국 232곳 시군구 가운데 모두 108곳에 달합니다.

병원 단계에서의 응급의료는 또 한번의 문제와 부딪힙니다.

바로 예방가능 사망률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환자의 비율, 지난해 조사로는 32.6%입니다.

사망 환자 10명 가운데 3명은 제때 치료했으면 살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의사가 부족한 농어촌 병원은 이 비율이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정구영(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 "어떤 때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살아나지만 어떤 때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죠."

병원에 가서도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우리 농어촌의 의료 현실입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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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 의사 한 명 없는 ‘농촌병원’
    • 입력 2009-02-25 21:34:58
    뉴스 9
<앵커 멘트> 응급의료 체계를 짚어보는 연속기획. 어제까지 도서 벽지 주민들이 얼마나 병원 가기 어려운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응급실에 치료할 의사가 없습니다. 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온통 노인 환자들로 북적이는 지방의 한 종합병원입니다. 응급실에만 하루 70여 명의 환자들이 줄을 서지만 전체 의사는 고작 8명뿐입니다, 그나마 노인들이 많이 겪는 긴급 상황을 감당할 응급의학 전문의는 아예 없습니다. <인터뷰> 백인규(고흥 00 병원 원장) : "시골병원은 사람 구하는게 무척 어렵습니다. 특히 의료진 구하는게 무척 어려운 상황인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들이 전부 커버할 수 없거든요." 심지어 강릉에 사는 윤창수씨는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 수술 뒤 상태가 나빠진 아버지를 급히 입원시켰다가 의사 얼굴 한번 보이지 못하고 아버지를 잃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윤창수 : "응급실 가서 물어보니까 의사들이 다 명절 쇠러 가서 없다고 그러더라고 의사 한,두명 정도는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자기들은 모르겠다고 그러더라고요 (당직의사도 없다고 하던가요?) 당직의사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체 의사 수도 모자라지만 특히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는 곳은 전국 232곳 시군구 가운데 모두 108곳에 달합니다. 병원 단계에서의 응급의료는 또 한번의 문제와 부딪힙니다. 바로 예방가능 사망률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환자의 비율, 지난해 조사로는 32.6%입니다. 사망 환자 10명 가운데 3명은 제때 치료했으면 살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의사가 부족한 농어촌 병원은 이 비율이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정구영(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 "어떤 때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살아나지만 어떤 때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죠." 병원에 가서도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우리 농어촌의 의료 현실입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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