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200만명 ‘아프면 속수무책’

입력 2009.02.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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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서 벽지 주민들은 병원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KBS가 연속기획으로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응급실 하나 없는 실태를 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라북도 부안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의 섬 위도는 인구 천4백여명이 모여 사는 제법 큰 섬입니다.

하지만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은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운항을 그치고 저녁이 되면 섬사람들은 밤새 안녕하기를 빌어야 합니다.

섬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주민 대다수가 한번쯤은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험을 간직하고 삽니다.

<인터뷰>정동환 씨(심근경색 발병) : "식은땀이 막 흐르고 정신 없이.. (보건)소장이 보더니 빨리 육지로 데리고 나가라고 여기서는 절대 치료 안된다고..위급하다고..."

응급상황에서 급히 육지로 나가려먼 섬사람들에겐 결코 적지않은 비용을 써야 합니다.

<인터뷰> 정석호(정동환 씨 아들) : "배 대절하고 나가는데 20만원 들었고요. 사설 구급차 불러갔고 나가는데 11만원 들었고요."

돈 아끼려다 제때 치료를 못받아 가족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OO씨(위도 주민): "아저씨(남편)가.. (배를) 부르지 마라고.. 날 새면 가자고...밤에 전화하면 돈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돌아가실 줄은.. 아픈사람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파도라도 심하게 치는 날에는 발이 묶여 목숨을 하늘에 맡겨야 합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전국에 모두 4백 36곳. 이 가운데 의원급 병원이라도 있는 섬은 백령도와 소록도, 울릉도 단 세 곳 뿐입니다.

50개 섬에는 보건지소가 있지만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주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나머지 383개의 섬에선 의료서비스를 전혀 기대할 수 없어서 응급 상황에선 무조건 육지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야간에 육지에 있는 응급의료센터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많게는 무려 14시간 이상 걸리는 등 섬 지역 절대 다수(94.6%)가 최소 1시간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선 대부분 속수무책이란 얘기입니다.

<인터뷰> 황성오(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 "어느 지역에 있는 사람이건 균등한 접근성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야 하는데 응급의료도 분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응급상황에서 병원 문턱도 제대로 밟을 수 없는 사각지대, 전국 2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이런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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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주민 200만명 ‘아프면 속수무책’
    • 입력 2009-02-23 21:28:53
    뉴스 9
<앵커 멘트> 도서 벽지 주민들은 병원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KBS가 연속기획으로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응급실 하나 없는 실태를 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라북도 부안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의 섬 위도는 인구 천4백여명이 모여 사는 제법 큰 섬입니다. 하지만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은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운항을 그치고 저녁이 되면 섬사람들은 밤새 안녕하기를 빌어야 합니다. 섬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주민 대다수가 한번쯤은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험을 간직하고 삽니다. <인터뷰>정동환 씨(심근경색 발병) : "식은땀이 막 흐르고 정신 없이.. (보건)소장이 보더니 빨리 육지로 데리고 나가라고 여기서는 절대 치료 안된다고..위급하다고..." 응급상황에서 급히 육지로 나가려먼 섬사람들에겐 결코 적지않은 비용을 써야 합니다. <인터뷰> 정석호(정동환 씨 아들) : "배 대절하고 나가는데 20만원 들었고요. 사설 구급차 불러갔고 나가는데 11만원 들었고요." 돈 아끼려다 제때 치료를 못받아 가족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OO씨(위도 주민): "아저씨(남편)가.. (배를) 부르지 마라고.. 날 새면 가자고...밤에 전화하면 돈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돌아가실 줄은.. 아픈사람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파도라도 심하게 치는 날에는 발이 묶여 목숨을 하늘에 맡겨야 합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전국에 모두 4백 36곳. 이 가운데 의원급 병원이라도 있는 섬은 백령도와 소록도, 울릉도 단 세 곳 뿐입니다. 50개 섬에는 보건지소가 있지만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주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나머지 383개의 섬에선 의료서비스를 전혀 기대할 수 없어서 응급 상황에선 무조건 육지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야간에 육지에 있는 응급의료센터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많게는 무려 14시간 이상 걸리는 등 섬 지역 절대 다수(94.6%)가 최소 1시간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선 대부분 속수무책이란 얘기입니다. <인터뷰> 황성오(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 "어느 지역에 있는 사람이건 균등한 접근성과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야 하는데 응급의료도 분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응급상황에서 병원 문턱도 제대로 밟을 수 없는 사각지대, 전국 2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이런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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