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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보호? 그런 ‘의무’ 없어요
입력 2016.09.01 (19:11) 수정 2017.03.29 (17:54) 취재K
재외국민 보호? 그런 ‘의무’ 없어요
앞선 기사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에서, 멕시코 감옥에 갇혀 8개월째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한국 여성과 이 사건을 대하는 우리 대사관의 태도를 살펴봤다.

[기사 바로보기] ☞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취재 막바지, 이임걸 주 멕시코 영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사의 조력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나요? 현지 변호사 역할이라도 할까요?"

양 모 씨가 여러 모로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장기간 타국에서 열악한 수감 생활을 하게 됐고, 현지 대사관의 대응이 미숙하고 안일했다는 시선에 대해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가능하지 않은 걸 요구하며 "떼를 쓴다"고 했다.


'재외국민(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해외에 체류 중인 사람) 보호'는 헌법이 정한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대사관 사건도, 중국에서 고문까지 받으며 장기 구금됐던 김영환 씨 사건도, 항소 한 번 못 해보고 끝내 필리핀 감옥에서 숨을 거둔 김규열 선장 사건도... 대사관과 외교부는 매번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는 할 바를 다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외 공관에 파견된 외교부 공무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걸까?

보호? 의무는 없다! 업무 처리 '지침'이 있을 뿐

취재를 하며 알게 된 내용은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로선 재외공관에 재외국민 보호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영사 업무에 관한 '지침'으로 관련 내용이 다뤄질 뿐이다. 2008년5월부터 시행된 외교통상부 훈령 제110조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 [자료]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 [외교통상부 훈령 제110호] [PDF]
제3조 (재외국민보호 업무수행의 기본원칙)
① 재외공관은 헌법상 규정된 국가의 기본의무인 재외국민보호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 지침 해석상 재외공관이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재외국민보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13조 (재외국민의 체포·구금시 조치)
② 재외공관은 주재국 사법현실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체포·구금된 재외국민이 주재국 국민 또는 제3국 국민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주재국 사법당국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민사분쟁에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제23조), 스스로 또는 연고자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원하지 않으며(제3조 4항), 어떠한 경우에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지 등까지 규정돼 있다.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해 현실에서 자의적·편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데다, 말 그대로 업무 수행에 관한 지침일 뿐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훈령'은 행정기관의 내부적인 명령이나 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

규정이 이렇다면 다음 글에 드러나는 이임걸 영사의 인식과 태도를 이해할 만도 하다.


비단 이 영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프랑스 영사는, 누명을 쓰고 기약도 없는 옥중 신세가 된 여주인공에게 "가부좌 틀고 참선이나 하세요"라며 매몰차게 꾸짖었다. 영화배우 전도연 씨가 연기한 실제 인물인 장 모 씨는 훗날 석방된 이후, 영사의 이 같은 발언과 행태는 실제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금도 장 씨에 대한 현지 대사관의 조치는 "할 바를 다 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재외국민 보호'법'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돼왔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재외공관에 있음을 법으로 명시하고, 그 범위와 한계, 이에 따른 징계와 처벌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시행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도 여러 번 됐다. 17대 국회에서 4건, 18대 국회 2건, 그리고 이번 19대에는 6건의 '재외국민보호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앞서 6건은 모두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이번 국회의 6건도 무관심 속에 진척없이 계류 중이다.

 “재외국민 보호, 외교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 2016년도 재외공관장회의(3.1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재외국민 보호, 외교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 2016년도 재외공관장회의(3.1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기사 나오는 거 봐서 답변 드릴게요"

이번에 멕시코에 8개월째 구금돼있는 양 모 씨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영사는 조언을 안 한다고? 그 나라 법률도 물정도 모르는데…
지금으로선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당연히 설명하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


이임걸 영사와 외교부는 줄기차게 "서명 안하면 구속시키겠다는 멕시코 검사의 말을 단순히 전달만 했을 뿐, 어떠한 선택이나 결정에도 직접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 대로라면 해외 공관의 역할이 단순 통역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에 이메일로 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1.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 이와 같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현지 대사관의 법적/현실적 조언을 얻을 수 없나
2. 외교부는 이번에 새로 확인한 문서(기자가 제공) 내용까지 포함해 판단해도, 멕시코 대사관의 대응에 미흡한 점이 없었다고 보나


이에 대해 재외동포영사국은 "기사 나오는 거 봐서 답변 드릴게요"라고 답변했다.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기사가 나간지 하루가 지났다. 외교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동안에도 우리 국민 양 모 씨는 열악한 타국의 감옥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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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외국민 보호? 그런 ‘의무’ 없어요
    • 입력 2016.09.01 (19:11)
    • 수정 2017.03.29 (17:54)
    취재K
재외국민 보호? 그런 ‘의무’ 없어요
앞선 기사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에서, 멕시코 감옥에 갇혀 8개월째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한국 여성과 이 사건을 대하는 우리 대사관의 태도를 살펴봤다.

[기사 바로보기] ☞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취재 막바지, 이임걸 주 멕시코 영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사의 조력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나요? 현지 변호사 역할이라도 할까요?"

양 모 씨가 여러 모로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장기간 타국에서 열악한 수감 생활을 하게 됐고, 현지 대사관의 대응이 미숙하고 안일했다는 시선에 대해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가능하지 않은 걸 요구하며 "떼를 쓴다"고 했다.


'재외국민(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해외에 체류 중인 사람) 보호'는 헌법이 정한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대사관 사건도, 중국에서 고문까지 받으며 장기 구금됐던 김영환 씨 사건도, 항소 한 번 못 해보고 끝내 필리핀 감옥에서 숨을 거둔 김규열 선장 사건도... 대사관과 외교부는 매번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는 할 바를 다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외 공관에 파견된 외교부 공무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걸까?

보호? 의무는 없다! 업무 처리 '지침'이 있을 뿐

취재를 하며 알게 된 내용은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로선 재외공관에 재외국민 보호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영사 업무에 관한 '지침'으로 관련 내용이 다뤄질 뿐이다. 2008년5월부터 시행된 외교통상부 훈령 제110조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 [자료]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 [외교통상부 훈령 제110호] [PDF]
제3조 (재외국민보호 업무수행의 기본원칙)
① 재외공관은 헌법상 규정된 국가의 기본의무인 재외국민보호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 지침 해석상 재외공관이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재외국민보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13조 (재외국민의 체포·구금시 조치)
② 재외공관은 주재국 사법현실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체포·구금된 재외국민이 주재국 국민 또는 제3국 국민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주재국 사법당국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민사분쟁에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제23조), 스스로 또는 연고자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원하지 않으며(제3조 4항), 어떠한 경우에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지 등까지 규정돼 있다.

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해 현실에서 자의적·편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데다, 말 그대로 업무 수행에 관한 지침일 뿐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훈령'은 행정기관의 내부적인 명령이나 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

규정이 이렇다면 다음 글에 드러나는 이임걸 영사의 인식과 태도를 이해할 만도 하다.


비단 이 영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프랑스 영사는, 누명을 쓰고 기약도 없는 옥중 신세가 된 여주인공에게 "가부좌 틀고 참선이나 하세요"라며 매몰차게 꾸짖었다. 영화배우 전도연 씨가 연기한 실제 인물인 장 모 씨는 훗날 석방된 이후, 영사의 이 같은 발언과 행태는 실제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금도 장 씨에 대한 현지 대사관의 조치는 "할 바를 다 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재외국민 보호'법'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돼왔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재외공관에 있음을 법으로 명시하고, 그 범위와 한계, 이에 따른 징계와 처벌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시행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도 여러 번 됐다. 17대 국회에서 4건, 18대 국회 2건, 그리고 이번 19대에는 6건의 '재외국민보호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앞서 6건은 모두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이번 국회의 6건도 무관심 속에 진척없이 계류 중이다.

 “재외국민 보호, 외교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 2016년도 재외공관장회의(3.1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재외국민 보호, 외교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 2016년도 재외공관장회의(3.1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기사 나오는 거 봐서 답변 드릴게요"

이번에 멕시코에 8개월째 구금돼있는 양 모 씨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영사는 조언을 안 한다고? 그 나라 법률도 물정도 모르는데…
지금으로선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당연히 설명하고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


이임걸 영사와 외교부는 줄기차게 "서명 안하면 구속시키겠다는 멕시코 검사의 말을 단순히 전달만 했을 뿐, 어떠한 선택이나 결정에도 직접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 대로라면 해외 공관의 역할이 단순 통역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에 이메일로 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1.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 이와 같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현지 대사관의 법적/현실적 조언을 얻을 수 없나
2. 외교부는 이번에 새로 확인한 문서(기자가 제공) 내용까지 포함해 판단해도, 멕시코 대사관의 대응에 미흡한 점이 없었다고 보나


이에 대해 재외동포영사국은 "기사 나오는 거 봐서 답변 드릴게요"라고 답변했다.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기사가 나간지 하루가 지났다. 외교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동안에도 우리 국민 양 모 씨는 열악한 타국의 감옥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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