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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장마]① ‘마른장마’ 아닌 ‘찐장마’…베테랑 예보관도 두려웠다
입력 2020.08.21 (05:00) 수정 2020.08.21 (17:30) 취재K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올여름 겪었던 장마를 생각하면 저는 '나쁜 날씨'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 자체를 원망할 수는 없지만, 장마 내내 재난방송을 하면서 피해 현장을 볼 때마다 괴롭고 안타까웠는데요.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영국에선 날씨가 온화하니 저렇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폭염과 장마, 태풍을 겪어봤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올여름 중부지방 장마, "가장 길고 늦게 끝났다"

올 장마는 두 가지 기록을 남겼습니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가장 길었고, 또 가장 늦게 끝났습니다.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54일간 이어졌는데 2013년의 49일보다 긴, 최장 장마였습니다. 장마가 끝난 시기도 광복절을 넘기면서 이전 최고 기록인 1987년 8월 10일보다 늦었습니다.


장마 초기에는 제주와 남해안에 주로 비가 내렸습니다. 그러다가 장마전선이 저기압과 '콤비'를 이루며 한반도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동해안에도 폭우가 잦아졌습니다. 저기압의 중심에서 불어나오는 시계 반대 방향의 바람이 태백산맥과 부딪히면서 강수대를 발달시켰기 때문입니다. 열대 저기압인 태풍과 유사합니다.

7월 하순부터는 장마전선이 좀 더 북상해 중부지방까지 비를 몰고 왔습니다. 여기에 4호 태풍 '하구핏'과 5호 '장미'가 수증기를 공급해 비의 양을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아래의 장마철 누적 강수량을 보면 한반도 전역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700mm가 넘는 비가 왔다는 뜻인데 보통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은 350mm 안팎입니다.


상세한 누적 강수량을 봤더니 강원 산지의 향로봉과 미시령에선 2,000mm가 넘었습니다. 남쪽 지리산 부근의 산청에도 1,839mm의 큰비가 왔고 수도권과 남해안에도 1,300mm 안팎이 집중됐는데요.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400mm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비가 짧은 기간에 쏟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장마의 끝자락에는 기상청 예보마다 '시간당 최고 100~120mm의 폭우가 오겠다'는 말이 등장했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시간당 100mm의 비는 하늘에서 퍼붓는 듯한 비입니다. 이런 비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서울의 경우 2011년 7월 27일 시간당 113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날 우면산 산사태 등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기상전문기자인 저에게도 잊히지 않는 두려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올 장마 기간에는 기상청 예보도 그렇고 실제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강수가 속출했습니다. 7월 23일 부산에 큰 피해를 불러온 시간당 87mm를 시작으로 7월 30일에는 대전과 완주에서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관측됐습니다. 8월부터는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북상하며 경기도를 중심으로도 하늘이 뚫린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너무 흔하게 시간당 100mm의 벽을 넘다 보니, 코앞까지 닥쳐온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몇 분 만에 도시가 침수되고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이번 장마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야 할지 가능한 한 빨리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도 급해졌습니다.

장마 무용론에서 올여름 '찐장마'...베테랑 예보관도 '당황'

사실 그동안 장마는 기상학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습니다. 과거처럼 길게 이어지며 비가 계속되는 장마가 아니라, 마른장마니, 반쪽 장마니 하는 변칙적인 현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장마인데 왜 비가 안 오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기상청에서도 장마라는 용어를 다른 말로 대체하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국지성 호우가 잦은데, '장마가 끝나면 비도 끝난다'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장마철 강수량 추이를 보면 들쭉날쭉하죠. 2011년에만 60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왔고 나머지 해에는 평년(350mm)보다 대부분 적었습니다. 2014년에는 특히 장마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가 뜸했는데, 최근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올해 장마는 기상청 예보관들에게도 처음 겪어보는 일명 '찐장마'였습니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너무 강해서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 올라오지 못했는데요. 장마는 쉽게 끝나지도 않고 북쪽 찬 공기와 남쪽 더운 공기 사이에 강한 비구름대가 주기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관은 "수치예보 모델에서 누적 강수량이 400~500mm가 넘는 것으로 모의할 때마다 정말 그럴까 하고 당황했는데, 그게 실제 상황이 됐을 때는 사실 두려웠다"고 말합니다. 피해를 사전에 경고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중부지방 전체에 시간당 120mm의 폭우가 오겠다고 예령을 걸었는데 태풍이 올라오면서 비구름대가 더 북쪽으로 올라갔고 "왜 서울에는 비가 안 왔냐"는 비판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 기상청이 더 맞다?...시민들의 정서 잘 읽어야

노르웨이 기상청의 서울 날씨 예보 화면노르웨이 기상청의 서울 날씨 예보 화면

노르웨이 기상청 강수 예보가 우리보다 정확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기상청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노르웨이는 북유럽 국가일 뿐 기상 선진국은 아닙니다.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도 무척 간결합니다.

우리나라 날씨 정보는 하늘 상태와 기온, 강수량, 바람 정보가 6시간 단위로 제공되는데, 기상청 동네예보는 3시간 단위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해 상세 예보를 하지도 않는 노르웨이 기상청과 우리 예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 이면의 숨은 정서는 잘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문제가 될 때 시민들은 일본 기상청(JMA)에서 정보를 구했고 태풍 진로 예보가 논란이 될 때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정보에 갈증을 느끼며 나름의 해법을 찾은 거죠.

'시베리아 발' 고온현상, 우리나라에 '도미노'

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 변화'에 있습니다. 특히 북극발 고온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6월 20일 러시아 극동부에서는 38℃라는 최고기온 기록이 나왔습니다. 평년보다 20℃ 정도나 높았는데, 이 때문에 북극권에 안정된 고기압이 장시간 머물며 대기 순환을 꽉 막아버렸고 7월 들어서는 고기압의 시계 방향 순환을 따라 북극의 선선한 공기가 우리나라에 자주 내려왔습니다. 또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이 번번이 가로막힌 것도 이례적으로 강했던 북쪽 찬 공기의 영향이었습니다.

[연관기사]불타오르는 시베리아, 우리와의 연결고리는?

그렇다면 시베리아발 고온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구온난화에, 도시화와 인구 집중 등이 더해져 불러온 결과로 보입니다. 몇 해 전 북극권에 대도시가 형성되면서 열섬효과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모스크바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난방이나 자동차 운행으로 외곽보다 10℃가량 기온이 치솟고 이러한 인공열이 온난화를 20~30%나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극 지역은 눈과 얼음 면적이 넓어 기온 상승에 취약한데 인공열까지 급증하면서 올해 38℃의 기록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그 도미노 효과로 우리나라에선 사상 최악의 장마 피해를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북극의 영향은 겨울에 지배적이지만, 2018년 여름에는 중위도 동서 방향의 대기 순환을 막아버려 장기 폭염을 불러왔습니다. 올해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찾아왔는데요. 북극뿐만 아니라 지구 어디라도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나비효과로 다른 지역에 예상치 못한 날씨가 찾아온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의 엄습...우리의 대비는?


앞으로 해마다 두 달 가까운 장마가 일상이 되고 피해를 복구할 틈도 없이 비가 쏟아붓는다면 어떨까요? 실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내려졌고 하천 대부분이 범람 위기를 맞았습니다. 홍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지금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이렇게 내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면 이대로 있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올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장마를 겪었고 이 순간 이후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극한적인 재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곳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고 대비해야 합니다.

재난에 대한 대비와 함께 기상청의 예보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기예보에서는 국지성 강수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려야겠고요. 극한적인 상황을 전혀 내다보지 못하는 장기예보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에 더위가 심할지, 비가 심할지 정도만 알 수 있어도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상청이 매년 5월 하순쯤 발표하는 여름철 전망은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빗나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 [2020 장마]① ‘마른장마’ 아닌 ‘찐장마’…베테랑 예보관도 두려웠다
    • 입력 2020-08-21 05:00:24
    • 수정2020-08-21 17:30:06
    취재K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올여름 겪었던 장마를 생각하면 저는 '나쁜 날씨'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 자체를 원망할 수는 없지만, 장마 내내 재난방송을 하면서 피해 현장을 볼 때마다 괴롭고 안타까웠는데요.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영국에선 날씨가 온화하니 저렇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폭염과 장마, 태풍을 겪어봤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올여름 중부지방 장마, "가장 길고 늦게 끝났다"

올 장마는 두 가지 기록을 남겼습니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가장 길었고, 또 가장 늦게 끝났습니다.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54일간 이어졌는데 2013년의 49일보다 긴, 최장 장마였습니다. 장마가 끝난 시기도 광복절을 넘기면서 이전 최고 기록인 1987년 8월 10일보다 늦었습니다.


장마 초기에는 제주와 남해안에 주로 비가 내렸습니다. 그러다가 장마전선이 저기압과 '콤비'를 이루며 한반도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동해안에도 폭우가 잦아졌습니다. 저기압의 중심에서 불어나오는 시계 반대 방향의 바람이 태백산맥과 부딪히면서 강수대를 발달시켰기 때문입니다. 열대 저기압인 태풍과 유사합니다.

7월 하순부터는 장마전선이 좀 더 북상해 중부지방까지 비를 몰고 왔습니다. 여기에 4호 태풍 '하구핏'과 5호 '장미'가 수증기를 공급해 비의 양을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아래의 장마철 누적 강수량을 보면 한반도 전역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700mm가 넘는 비가 왔다는 뜻인데 보통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은 350mm 안팎입니다.


상세한 누적 강수량을 봤더니 강원 산지의 향로봉과 미시령에선 2,000mm가 넘었습니다. 남쪽 지리산 부근의 산청에도 1,839mm의 큰비가 왔고 수도권과 남해안에도 1,300mm 안팎이 집중됐는데요.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400mm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비가 짧은 기간에 쏟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장마의 끝자락에는 기상청 예보마다 '시간당 최고 100~120mm의 폭우가 오겠다'는 말이 등장했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시간당 100mm의 비는 하늘에서 퍼붓는 듯한 비입니다. 이런 비를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서울의 경우 2011년 7월 27일 시간당 113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날 우면산 산사태 등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기상전문기자인 저에게도 잊히지 않는 두려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올 장마 기간에는 기상청 예보도 그렇고 실제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강수가 속출했습니다. 7월 23일 부산에 큰 피해를 불러온 시간당 87mm를 시작으로 7월 30일에는 대전과 완주에서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관측됐습니다. 8월부터는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북상하며 경기도를 중심으로도 하늘이 뚫린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너무 흔하게 시간당 100mm의 벽을 넘다 보니, 코앞까지 닥쳐온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몇 분 만에 도시가 침수되고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이번 장마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야 할지 가능한 한 빨리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도 급해졌습니다.

장마 무용론에서 올여름 '찐장마'...베테랑 예보관도 '당황'

사실 그동안 장마는 기상학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습니다. 과거처럼 길게 이어지며 비가 계속되는 장마가 아니라, 마른장마니, 반쪽 장마니 하는 변칙적인 현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장마인데 왜 비가 안 오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기상청에서도 장마라는 용어를 다른 말로 대체하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국지성 호우가 잦은데, '장마가 끝나면 비도 끝난다'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장마철 강수량 추이를 보면 들쭉날쭉하죠. 2011년에만 60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왔고 나머지 해에는 평년(350mm)보다 대부분 적었습니다. 2014년에는 특히 장마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가 뜸했는데, 최근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올해 장마는 기상청 예보관들에게도 처음 겪어보는 일명 '찐장마'였습니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너무 강해서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 올라오지 못했는데요. 장마는 쉽게 끝나지도 않고 북쪽 찬 공기와 남쪽 더운 공기 사이에 강한 비구름대가 주기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관은 "수치예보 모델에서 누적 강수량이 400~500mm가 넘는 것으로 모의할 때마다 정말 그럴까 하고 당황했는데, 그게 실제 상황이 됐을 때는 사실 두려웠다"고 말합니다. 피해를 사전에 경고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중부지방 전체에 시간당 120mm의 폭우가 오겠다고 예령을 걸었는데 태풍이 올라오면서 비구름대가 더 북쪽으로 올라갔고 "왜 서울에는 비가 안 왔냐"는 비판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 기상청이 더 맞다?...시민들의 정서 잘 읽어야

노르웨이 기상청의 서울 날씨 예보 화면노르웨이 기상청의 서울 날씨 예보 화면

노르웨이 기상청 강수 예보가 우리보다 정확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기상청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노르웨이는 북유럽 국가일 뿐 기상 선진국은 아닙니다.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도 무척 간결합니다.

우리나라 날씨 정보는 하늘 상태와 기온, 강수량, 바람 정보가 6시간 단위로 제공되는데, 기상청 동네예보는 3시간 단위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해 상세 예보를 하지도 않는 노르웨이 기상청과 우리 예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 이면의 숨은 정서는 잘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문제가 될 때 시민들은 일본 기상청(JMA)에서 정보를 구했고 태풍 진로 예보가 논란이 될 때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정보에 갈증을 느끼며 나름의 해법을 찾은 거죠.

'시베리아 발' 고온현상, 우리나라에 '도미노'

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 변화'에 있습니다. 특히 북극발 고온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6월 20일 러시아 극동부에서는 38℃라는 최고기온 기록이 나왔습니다. 평년보다 20℃ 정도나 높았는데, 이 때문에 북극권에 안정된 고기압이 장시간 머물며 대기 순환을 꽉 막아버렸고 7월 들어서는 고기압의 시계 방향 순환을 따라 북극의 선선한 공기가 우리나라에 자주 내려왔습니다. 또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이 번번이 가로막힌 것도 이례적으로 강했던 북쪽 찬 공기의 영향이었습니다.

[연관기사]불타오르는 시베리아, 우리와의 연결고리는?

그렇다면 시베리아발 고온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구온난화에, 도시화와 인구 집중 등이 더해져 불러온 결과로 보입니다. 몇 해 전 북극권에 대도시가 형성되면서 열섬효과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모스크바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난방이나 자동차 운행으로 외곽보다 10℃가량 기온이 치솟고 이러한 인공열이 온난화를 20~30%나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극 지역은 눈과 얼음 면적이 넓어 기온 상승에 취약한데 인공열까지 급증하면서 올해 38℃의 기록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그 도미노 효과로 우리나라에선 사상 최악의 장마 피해를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북극의 영향은 겨울에 지배적이지만, 2018년 여름에는 중위도 동서 방향의 대기 순환을 막아버려 장기 폭염을 불러왔습니다. 올해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찾아왔는데요. 북극뿐만 아니라 지구 어디라도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나비효과로 다른 지역에 예상치 못한 날씨가 찾아온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의 엄습...우리의 대비는?


앞으로 해마다 두 달 가까운 장마가 일상이 되고 피해를 복구할 틈도 없이 비가 쏟아붓는다면 어떨까요? 실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내려졌고 하천 대부분이 범람 위기를 맞았습니다. 홍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지금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이렇게 내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면 이대로 있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올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장마를 겪었고 이 순간 이후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극한적인 재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곳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고 대비해야 합니다.

재난에 대한 대비와 함께 기상청의 예보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기예보에서는 국지성 강수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려야겠고요. 극한적인 상황을 전혀 내다보지 못하는 장기예보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에 더위가 심할지, 비가 심할지 정도만 알 수 있어도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상청이 매년 5월 하순쯤 발표하는 여름철 전망은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빗나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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