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④ 학대로 숨져도, 다쳐도 형량은 ‘천차만별’ 왜?

입력 2022.02.15 (08:01) 수정 2022.02.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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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창원 특별취재팀(이형관, 차주하, 윤경재 기자)은 최근 2년 간의 아동학대 형사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실태와 특수성, 대안을 살핀 다큐멘터리를 KBS '시사기획 창'(2월 6일)으로 보도한 데 이어 인터넷판 특별기사 시리즈를 전해드립니다.

네 번째 순서로 판결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아동학대의 실체 '팩트체크'를 이어갑니다. 판결문 인터넷 열람으로 ‘아동’, ‘학대’를 검색해(19.7~21.7) 전국 1심 형사 판결문 1,406건(피고인 기준)을 분석했습니다. 피고인은 1,406명, 피해 아동은 2,367명이었습니다. 신체학대와 성 학대가 39%, 31.7%로 가장 많았고 상해 222건, 사망 35건입니다. 피고인은 가족‧동거인이 46.2%, 선생님 등이 25.3%, 제3 자 24.8%였고 피해 아동은 중‧고교생 44.5%, 초등생 32.4%, 영유아‧미취학 20.4%였습니다. 형량은 집행유예가 48.9%, 실형 27.8%, 벌금형 21.6%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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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아동학대 판결문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공식 통계의 사각과 아동학대의 '암수성', 판결문 속 학대 이유에 드러난 가해자의 인식, 유죄를 받은 학대 유형 등을 살폈다. 이번 기사에서는 아동학대 '죄'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과 처벌이 어떠했는지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팩트체크5. 아동학대 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다?
□ A :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아동학대 유형에 따라 형량에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 성 학대’가 포함된 아동학대는 다른 학대 유형보다 실형 비율이 높았다. 전체 사건 1,406건 가운데 ‘ 성 학대’가 포함된 사건은 542건,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신체학대와 정서학대, 방임 등을 일으킨 피고인에게 내려진 형량은 보다 ‘관대했다.’
신체나 정서학대, 유기방임 사건은 864건, 이 중 2백여 건은 피해 아동이 다치거나 숨진 사건이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5%에 그쳐 성 학대의 1/3 수준이었고 집행유예가 절반이 넘어 가장 많았다.
사망 사건에도 22.9%는 집행유예였고, 상해는 그 두 배가 넘는 56.7%였다. 신체학대나 정서학대, 방임 등은 성 학대에 비해 형량이 낮았고, 아동이 다치거나 숨져도 집행유예가 내려지기도 한 것이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년 전 성범죄 인식을 생각하면 지금의 아동학대 인식과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성범죄 인식이 개선되면서 양형도 정상을 찾는 과정이고 ‘ 성 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이 분명해진 증거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아동학대는 훈육과 헷갈려하며 범죄인지 모호해 하는 상태라 생각됩니다. ‘아동학대’와 ‘범죄’는 일치되는 거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고 어떻게 좋은 보호자로 만드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팩트체크6. 아동학대, ‘누가’ 저질렀는지에 따라 ‘죗값’이 다를까?
□ A : 그렇다. 가족, 교사, 제3 자 등 피고인 유형에 따라 형량의 양상이 달랐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학원 선생님 등 ‘돌봄 관계’인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벌금형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실형은 가장 낮았다. 이들의 벌금형 비율은 41.9%, 실형은 13.2%였다. 이와 비교해 가족이나 동거인의 벌금형 비율은 16.6%로 훨씬 낮았고, 제3 자는 피고인 유형 중 실형률이 가장 높았다.

피고인 유형마다 나타난 ‘죗값의 차이’, 무엇을 의미할까?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집행유예나 실형인 사건에 비해 피해가 커지기 전 빨리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다. 벌금형 비율이 가장 높은 ‘돌봄 관계’ 피고인들의 사건 중 1년 이상 이어진 학대는 7% 정도였고, 나머지는 하루에서 수개월 안에 포착됐다. 이들의 학대로 아이가 다친 비율은 15.4%, 사망은 1건이었다.

반면, 가족‧동거인들의 사건은 돌봄 관계보다 3배 이상 높은 25.3%가 1년에서 최대 15년까지 학대하다가 뒤늦게 발견됐다, 아동이 다친 비율도 더 높았고, 사망사건은 대부분 부모의 범행이었다. 가족이나 동거인이 저지른 학대는 다른 피고인 유형에 비해 뒤늦게 드러나는 셈이다. 한편, 제3 자는 83.6%가 성 학대로 나타나 실형률이 높은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동학대 인식에 대한 ‘이중잣대’로도 읽힐 수 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는 피해가 커질 때까지 발견되지 않을 만큼 가해자나 주변인 모두 ‘범죄’라는 인식이 둔감했지만, 가정이 아닌 밖에서 타인이 학대하는 경우 인식이 민감해 더욱 빨리 포착되는 것이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보호자가) 자신의 아이를 때리면 ‘훈육’이라고 하고 남이 내 아이를 야단치면 ‘아동학대’라고 하는 거죠. 공공시설은 은폐되기 어려워서 경미한 수준도 신고돼 형사처벌 되니까 벌금형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부모가 학대하면 누가 신고해요? 아이는 못하죠. 결국,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암수범죄가 많은 거죠.”


■팩트체크7. 아동학대의 ‘죗값’, 판사에 따라 다르다?
□ A: 그렇다. 판사의 아동학대 ‘민감도’에 따라, 피고인의 형량에 큰 차이가 있었다.


학대로 피해 아동이 다친 사건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절반을 넘었고, 아동의 사지가 마비되거나 전치 5주 이상 다친 중상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사망사건도 22.9%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아이가 죽거나 심하게 다쳐도 어떤 사건은 실형이, 또 다른 사건은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이유가 뭘까?

사건에 따라 감경요소와 가중요소가 달랐겠지만, 아동학대 범죄의 특수성에 대해 판사가 가진 ‘민감도’의 차이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상해와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피고인 유형과 학대 양상이 비슷했지만, 집행유예와 실형으로 나뉜 사건들의 양형 이유를 분석해봤다.

<사건 1. 신생아 유기 사건…“엄마의 안타까운 사정” VS “아기 안전 위협”>

A. 친모가 한밤중 신생아를 주택가에 유기해 사망 ▶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

<양형의 이유>
“죄질이 무겁다. 다만 피고인은 화장실에서 혼자 피해 아동을 출산했다.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출산 직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B. 친모가 한밤중 신생아를 건물에 유기해 아이 10시간 만에 구조 ▶ 징역 1년 6개월

<양형의 이유>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 높은 점,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건물 계단에 방치하는 행위만으로도 아동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를 유기해 사망한 사건은 집행유예가, 구조된 사건은 실형이 선고됐다.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부는 유기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안타까운 상황’을 참작했고, 실형을 내린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아기의 안전’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사건 2. 의붓자녀 학대 중상해 사건, 피해 아동 “처벌 원치 않아요.” 재판부는?>

A. 계부가 7살 의붓자녀 4차례 폭행해 골절상 ▶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양형의 이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 아동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치료를 받지 못한 채 2주 이상 방치됐다. 피고인이 석방돼 피해 아동과 함께 생활할 경우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 … 다만 피해 아동 및 피해 아동의 모친이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는 점, 피고인은 초범인 점…”

B. 계모가 7살, 8살 의붓자녀 2명 21차례 학대해 화상이나 골절상 ▶ 징역 4년

<양형의 이유>
“아동학대 범죄 고유의 속성상 내포된 잔인함과 비정함은 피해 아동으로부터 쉽사리 용서받거나 양형 판단 단계에서 비난 가능성이 쉽사리 감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 아동들이 비록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아동학대 범죄의 본질상 피해 아동 측의 의사를 양형에 반영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이고, 피해 아동들이 탄원서에서조차 피고인의 향후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붓자녀를 학대해 골절상까지 입힌 두 사건, 아이들은 계부모의 선처를 호소했다.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부는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봤지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아이들의 진정한 의사 확인’에 보다 집중했다. 가정에서 보호자에게 학대당해도 아이들이 피해를 말하기 쉽지 않은 아동학대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탄원서 자체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그 속에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를 바란 아이들의 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라는 단순한 감경 사유 적용이 아닌, 아동학대 범행의 특성을 고려한 재판부의 인식이 보이는 대목이다.

<사건 3. 친부의 ‘계획적이지 않은’ 학대에 자녀 사망…‘집행유예’와 ‘실형’ 가른 양형 이유는?>

A. 친부가 형제와 다툰 3살 자녀 때려 넘어뜨려 사망 ▶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

<양형의 이유>
“피해 아동을 때려 넘어뜨렸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이 평소에 학대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계획적이거나 적극적인 학대의 의도로 범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의도치 않은 잘못과 미흡한 대처로 피해 아동을 잃게 되었고, 평생 자책하며 고통과 죄책감 속에 괴로워하며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부양할 어린 자녀들이 남아있는 점…”

B. 친부가 0살 아이 우는 버릇 고친다며 밀어 넘어뜨려 사망 ▶ 징역 3년

<양형의 이유>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깨를 밀어 넘어뜨리고 경련을 일으키는 피해 아동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죄책이 매우 무겁다. 한편, 피해 아동을 밀어 넘어지게 한 것 외에는 평소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계획적이거나 적극적인 학대의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두 아버지 모두 훈육을 이유로 어린 자녀를 때리거나 밀어 넘어뜨렸고, 아이들은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아이의 어머니가 선처를 바란 것도, 다른 학대 정황은 없는 것도, 계획적이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도치 않은 잘못과 미흡한 대처’로 보고, 아이를 잃은 피고인의 고통과 나머지 자녀들의 부양과 생계를 걱정했다 . 피고인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본 것이다.
이와 달리,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어린아이의 당연한 행동을 이유로 학대해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른 ‘범행’ 자체에 보다 초점을 두고 여러 감경 요소에도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봤다.

비슷한 사건에도 엇갈리는 재판부, 아동학대에 둔감한 사회적 인식이 재판부에도 드러난다는 방증이다.

박주영/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저도 판사 생활을 12년 하면서 중한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한 게 몇 건 되지 않습니다. 판사들조차 일반 국민들과 아동학대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좀 없다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일반 범죄처럼 아동학대도 합의, 처벌불원, 반성 정도나 남은 가족들, 자식을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서 형을 감경하거나 약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판사들이 시급하게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벌 불원, 양육의 고충, 가족 부양…학대의 ‘죗값’을 덜어내는 ‘사정들’, 누구를 위한 걸까?

이뿐만 아니다. 피해 아동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거나, 선처를 바랐거나, 합의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된 판결*은 전체 1,406건 가운데 471건이었다. (*http://lab.kbs.co.kr/2022/child/에서 유리한 정상 키워드로 ‘합의 선처 처벌불원 용서 원하지 않다.’ 입력)

이 중 59.2%가 집행유예로, 전체 사건의 평균 집행유예 비율보다 10.3%p 높았고, 실형은 22.3%로 전체 평균보다 5.5%p 적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들에서 피해 아동들의 나이는 영유아인 0~2살이 6.8%, 미취학 아동인 3~5살도 8.5%로 나타나 피해 아동의 진정한 의사가 확인됐을지 우려스럽고, 일부는 아동 보호자의 의견이 대신 반영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피해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만 확인해 감경할 것이 아니라, 가정 내 학대가 많고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억압되는 아동학대의 특성상 아이들의 진정한 의사를 세심히 살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영미/변호사·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
“‘부모님 감옥에 보내고 싶어?’ 묻는데 ‘보내주세요’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겠어요. 법원이 정말 아이가 어떤 걸 원하는지 면담해서 묻거나 양형 조사관을 통해 물어서 아이의 진심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가해자면 어머니를 통해 전해진 처벌불원 의사를 그대로 믿고 양형에 반영하지 말고요.”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 의사를 묻는 건 당연하지만, 그 의사가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반영해야 합니다. 강요나, (아이 의사를) 대리한다거나 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고요. 아동에 집중하는 법률 조력인은 굉장히 적은데 그런 분들을 키워나가고 아이 심리를 이해하고 의견을 반영할 분들도 키워나가야…”

피고인의 어려운 양육 환경과 경제적 형편, 가족 부양 등이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된 경우*도 178건에 달했다. (*http://lab.kbs.co.kr/2022/child/에서 유리한 정상 키워드로 ‘양육 생계 홀로 부양 경제’ 입력)
해당 사건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62.9%로, 전체 사건 평균 집행유예 비율보다 14%p 더 높았다. 또, 실형은 24.2%로 전체 사건 평균 실형 비율보다 3.6%p 더 낮았다.

이러한 정상 등이 참작돼 집행유예가 내려진 사건 중에는 엄마가 아기를 목욕시키다 떨어뜨려 숨지게 하고 쓰레기장에 버려 시신조차 수습 못 한 사건도, 아픈 아기를 부모 모두 방치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결에는 가장인 가해자가 구금되면 피해 아동은 물론, 남겨진 또 다른 자녀와 가족의 생계가 우려되는 열악한 현실과 처벌이 아동학대를 막을 해법이 못 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미/변호사·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
“피해 아동을 죽게 하거나 불구로 만들었는데도 치료나, 남겨진 다른 자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감형을 해줘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잘못한 부분은 제대로 처벌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국가에서 복지로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 기준으로 넣는 거죠. 학대 가정은 국가가 세심하게 도와야 하지 않나.”

박주영/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처벌 위주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동학대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적당한 체계를 아직 잘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치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회복적 사법이라는 이념을 도입해 법원이 단지 처벌하는 기관이 아니고 검찰, 의사, 지역사회, 국가 등 모든 시스템이 협력하고 법원도 일원이 돼서 사건을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아이들과 가까운 어른들이 은폐된 곳에서 학대를 반복하지만, 학대에 둔감한 우리의 인식은 아이들을 보다 빨리 구하지 못하고 있고, 뒤늦게 드러나더라도 아이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법의 심판에 오른 사건들조차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여전히 유죄이다.

*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BS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j7Qp3Lb0G60

아동학대 심층취재 인터랙티브 페이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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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④ 학대로 숨져도, 다쳐도 형량은 ‘천차만별’ 왜?
    • 입력 2022-02-15 08:01:24
    • 수정2022-02-15 08:52:26
    취재K
KBS창원 특별취재팀(이형관, 차주하, 윤경재 기자)은 최근 2년 간의 아동학대 형사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실태와 특수성, 대안을 살핀 다큐멘터리를 KBS '시사기획 창'(2월 6일)으로 보도한 데 이어 인터넷판 특별기사 시리즈를 전해드립니다.<br /> <br />네 번째 순서로 판결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아동학대의 실체 '팩트체크'를 이어갑니다. 판결문 인터넷 열람으로 ‘아동’, ‘학대’를 검색해(19.7~21.7) 전국 1심 형사 판결문 1,406건(피고인 기준)을 분석했습니다. 피고인은 1,406명, 피해 아동은 2,367명이었습니다. 신체학대와 성 학대가 39%, 31.7%로 가장 많았고 상해 222건, 사망 35건입니다. 피고인은 가족‧동거인이 46.2%, 선생님 등이 25.3%, 제3 자 24.8%였고 피해 아동은 중‧고교생 44.5%, 초등생 32.4%, 영유아‧미취학 20.4%였습니다. 형량은 집행유예가 48.9%, 실형 27.8%, 벌금형 21.6%였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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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학대’가 포함된 아동학대는 다른 학대 유형보다 실형 비율이 높았다. 전체 사건 1,406건 가운데 ‘ 성 학대’가 포함된 사건은 542건,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신체학대와 정서학대, 방임 등을 일으킨 피고인에게 내려진 형량은 보다 ‘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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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사건에도 22.9%는 집행유예였고, 상해는 그 두 배가 넘는 56.7%였다. 신체학대나 정서학대, 방임 등은 성 학대에 비해 형량이 낮았고, 아동이 다치거나 숨져도 집행유예가 내려지기도 한 것이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년 전 성범죄 인식을 생각하면 지금의 아동학대 인식과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성범죄 인식이 개선되면서 양형도 정상을 찾는 과정이고 ‘ 성 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이 분명해진 증거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아동학대는 훈육과 헷갈려하며 범죄인지 모호해 하는 상태라 생각됩니다. ‘아동학대’와 ‘범죄’는 일치되는 거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고 어떻게 좋은 보호자로 만드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팩트체크6. 아동학대, ‘누가’ 저질렀는지에 따라 ‘죗값’이 다를까?
□ A : 그렇다. 가족, 교사, 제3 자 등 피고인 유형에 따라 형량의 양상이 달랐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학원 선생님 등 ‘돌봄 관계’인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벌금형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실형은 가장 낮았다. 이들의 벌금형 비율은 41.9%, 실형은 13.2%였다. 이와 비교해 가족이나 동거인의 벌금형 비율은 16.6%로 훨씬 낮았고, 제3 자는 피고인 유형 중 실형률이 가장 높았다.

피고인 유형마다 나타난 ‘죗값의 차이’,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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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족‧동거인들의 사건은 돌봄 관계보다 3배 이상 높은 25.3%가 1년에서 최대 15년까지 학대하다가 뒤늦게 발견됐다, 아동이 다친 비율도 더 높았고, 사망사건은 대부분 부모의 범행이었다. 가족이나 동거인이 저지른 학대는 다른 피고인 유형에 비해 뒤늦게 드러나는 셈이다. 한편, 제3 자는 83.6%가 성 학대로 나타나 실형률이 높은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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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는 피해가 커질 때까지 발견되지 않을 만큼 가해자나 주변인 모두 ‘범죄’라는 인식이 둔감했지만, 가정이 아닌 밖에서 타인이 학대하는 경우 인식이 민감해 더욱 빨리 포착되는 것이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보호자가) 자신의 아이를 때리면 ‘훈육’이라고 하고 남이 내 아이를 야단치면 ‘아동학대’라고 하는 거죠. 공공시설은 은폐되기 어려워서 경미한 수준도 신고돼 형사처벌 되니까 벌금형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부모가 학대하면 누가 신고해요? 아이는 못하죠. 결국,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암수범죄가 많은 거죠.”


■팩트체크7. 아동학대의 ‘죗값’, 판사에 따라 다르다?
□ A: 그렇다. 판사의 아동학대 ‘민감도’에 따라, 피고인의 형량에 큰 차이가 있었다.


학대로 피해 아동이 다친 사건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절반을 넘었고, 아동의 사지가 마비되거나 전치 5주 이상 다친 중상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사망사건도 22.9%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아이가 죽거나 심하게 다쳐도 어떤 사건은 실형이, 또 다른 사건은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이유가 뭘까?

사건에 따라 감경요소와 가중요소가 달랐겠지만, 아동학대 범죄의 특수성에 대해 판사가 가진 ‘민감도’의 차이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상해와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피고인 유형과 학대 양상이 비슷했지만, 집행유예와 실형으로 나뉜 사건들의 양형 이유를 분석해봤다.

<사건 1. 신생아 유기 사건…“엄마의 안타까운 사정” VS “아기 안전 위협”>

A. 친모가 한밤중 신생아를 주택가에 유기해 사망 ▶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

<양형의 이유>
“죄질이 무겁다. 다만 피고인은 화장실에서 혼자 피해 아동을 출산했다.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출산 직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B. 친모가 한밤중 신생아를 건물에 유기해 아이 10시간 만에 구조 ▶ 징역 1년 6개월

<양형의 이유>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 높은 점,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건물 계단에 방치하는 행위만으로도 아동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를 유기해 사망한 사건은 집행유예가, 구조된 사건은 실형이 선고됐다.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부는 유기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안타까운 상황’을 참작했고, 실형을 내린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자칫 위험할 수 있었던 ‘아기의 안전’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사건 2. 의붓자녀 학대 중상해 사건, 피해 아동 “처벌 원치 않아요.” 재판부는?>

A. 계부가 7살 의붓자녀 4차례 폭행해 골절상 ▶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양형의 이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 아동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치료를 받지 못한 채 2주 이상 방치됐다. 피고인이 석방돼 피해 아동과 함께 생활할 경우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 … 다만 피해 아동 및 피해 아동의 모친이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는 점, 피고인은 초범인 점…”

B. 계모가 7살, 8살 의붓자녀 2명 21차례 학대해 화상이나 골절상 ▶ 징역 4년

<양형의 이유>
“아동학대 범죄 고유의 속성상 내포된 잔인함과 비정함은 피해 아동으로부터 쉽사리 용서받거나 양형 판단 단계에서 비난 가능성이 쉽사리 감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 아동들이 비록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아동학대 범죄의 본질상 피해 아동 측의 의사를 양형에 반영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이고, 피해 아동들이 탄원서에서조차 피고인의 향후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붓자녀를 학대해 골절상까지 입힌 두 사건, 아이들은 계부모의 선처를 호소했다.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부는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봤지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아이들의 진정한 의사 확인’에 보다 집중했다. 가정에서 보호자에게 학대당해도 아이들이 피해를 말하기 쉽지 않은 아동학대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탄원서 자체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그 속에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를 바란 아이들의 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라는 단순한 감경 사유 적용이 아닌, 아동학대 범행의 특성을 고려한 재판부의 인식이 보이는 대목이다.

<사건 3. 친부의 ‘계획적이지 않은’ 학대에 자녀 사망…‘집행유예’와 ‘실형’ 가른 양형 이유는?>

A. 친부가 형제와 다툰 3살 자녀 때려 넘어뜨려 사망 ▶ 집행유예 5년 (징역 3년)

<양형의 이유>
“피해 아동을 때려 넘어뜨렸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이 평소에 학대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계획적이거나 적극적인 학대의 의도로 범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의도치 않은 잘못과 미흡한 대처로 피해 아동을 잃게 되었고, 평생 자책하며 고통과 죄책감 속에 괴로워하며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부양할 어린 자녀들이 남아있는 점…”

B. 친부가 0살 아이 우는 버릇 고친다며 밀어 넘어뜨려 사망 ▶ 징역 3년

<양형의 이유>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깨를 밀어 넘어뜨리고 경련을 일으키는 피해 아동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죄책이 매우 무겁다. 한편, 피해 아동을 밀어 넘어지게 한 것 외에는 평소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점, 계획적이거나 적극적인 학대의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두 아버지 모두 훈육을 이유로 어린 자녀를 때리거나 밀어 넘어뜨렸고, 아이들은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아이의 어머니가 선처를 바란 것도, 다른 학대 정황은 없는 것도, 계획적이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집행유예를 내린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도치 않은 잘못과 미흡한 대처’로 보고, 아이를 잃은 피고인의 고통과 나머지 자녀들의 부양과 생계를 걱정했다 . 피고인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본 것이다.
이와 달리,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어린아이의 당연한 행동을 이유로 학대해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른 ‘범행’ 자체에 보다 초점을 두고 여러 감경 요소에도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봤다.

비슷한 사건에도 엇갈리는 재판부, 아동학대에 둔감한 사회적 인식이 재판부에도 드러난다는 방증이다.

박주영/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저도 판사 생활을 12년 하면서 중한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한 게 몇 건 되지 않습니다. 판사들조차 일반 국민들과 아동학대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좀 없다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일반 범죄처럼 아동학대도 합의, 처벌불원, 반성 정도나 남은 가족들, 자식을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서 형을 감경하거나 약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판사들이 시급하게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벌 불원, 양육의 고충, 가족 부양…학대의 ‘죗값’을 덜어내는 ‘사정들’, 누구를 위한 걸까?

이뿐만 아니다. 피해 아동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거나, 선처를 바랐거나, 합의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된 판결*은 전체 1,406건 가운데 471건이었다. (*http://lab.kbs.co.kr/2022/child/에서 유리한 정상 키워드로 ‘합의 선처 처벌불원 용서 원하지 않다.’ 입력)

이 중 59.2%가 집행유예로, 전체 사건의 평균 집행유예 비율보다 10.3%p 높았고, 실형은 22.3%로 전체 평균보다 5.5%p 적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들에서 피해 아동들의 나이는 영유아인 0~2살이 6.8%, 미취학 아동인 3~5살도 8.5%로 나타나 피해 아동의 진정한 의사가 확인됐을지 우려스럽고, 일부는 아동 보호자의 의견이 대신 반영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피해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만 확인해 감경할 것이 아니라, 가정 내 학대가 많고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억압되는 아동학대의 특성상 아이들의 진정한 의사를 세심히 살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영미/변호사·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
“‘부모님 감옥에 보내고 싶어?’ 묻는데 ‘보내주세요’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겠어요. 법원이 정말 아이가 어떤 걸 원하는지 면담해서 묻거나 양형 조사관을 통해 물어서 아이의 진심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가해자면 어머니를 통해 전해진 처벌불원 의사를 그대로 믿고 양형에 반영하지 말고요.”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 의사를 묻는 건 당연하지만, 그 의사가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반영해야 합니다. 강요나, (아이 의사를) 대리한다거나 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고요. 아동에 집중하는 법률 조력인은 굉장히 적은데 그런 분들을 키워나가고 아이 심리를 이해하고 의견을 반영할 분들도 키워나가야…”

피고인의 어려운 양육 환경과 경제적 형편, 가족 부양 등이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된 경우*도 178건에 달했다. (*http://lab.kbs.co.kr/2022/child/에서 유리한 정상 키워드로 ‘양육 생계 홀로 부양 경제’ 입력)
해당 사건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62.9%로, 전체 사건 평균 집행유예 비율보다 14%p 더 높았다. 또, 실형은 24.2%로 전체 사건 평균 실형 비율보다 3.6%p 더 낮았다.

이러한 정상 등이 참작돼 집행유예가 내려진 사건 중에는 엄마가 아기를 목욕시키다 떨어뜨려 숨지게 하고 쓰레기장에 버려 시신조차 수습 못 한 사건도, 아픈 아기를 부모 모두 방치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결에는 가장인 가해자가 구금되면 피해 아동은 물론, 남겨진 또 다른 자녀와 가족의 생계가 우려되는 열악한 현실과 처벌이 아동학대를 막을 해법이 못 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미/변호사·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
“피해 아동을 죽게 하거나 불구로 만들었는데도 치료나, 남겨진 다른 자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감형을 해줘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잘못한 부분은 제대로 처벌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국가에서 복지로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 기준으로 넣는 거죠. 학대 가정은 국가가 세심하게 도와야 하지 않나.”

박주영/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처벌 위주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동학대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적당한 체계를 아직 잘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치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회복적 사법이라는 이념을 도입해 법원이 단지 처벌하는 기관이 아니고 검찰, 의사, 지역사회, 국가 등 모든 시스템이 협력하고 법원도 일원이 돼서 사건을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아이들과 가까운 어른들이 은폐된 곳에서 학대를 반복하지만, 학대에 둔감한 우리의 인식은 아이들을 보다 빨리 구하지 못하고 있고, 뒤늦게 드러나더라도 아이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법의 심판에 오른 사건들조차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여전히 유죄이다.

*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BS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j7Qp3Lb0G60

아동학대 심층취재 인터랙티브 페이지 보기
https://news.KBS.co.kr/special/childabuse/index.html

아동학대 판결문 전수분석 아카이브 보기
http://lab.KBS.co.kr/2022/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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