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대장동? 오등봉공원 사업 논란…쏟아지는 의혹

입력 2022.04.28 (18:20) 수정 2022.04.2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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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 연합뉴스출근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원희룡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2일 열립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재임 당시 추진했던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제주판 대장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왜 논란이 일고 있을까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논란, 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국토교통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제주시 오등동 일대 오등봉공원 부지 76만여㎡에 민간 사업자가 8,162억 원을 투자해 천 4백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땅에 공원을 조성하는 겁니다.

■ 제주시는 '수용 불가', 원희룡 제주도정이 재추진

2016년 9월, 제주시는 이 사업에 대해 '수용 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공원 기능이 사라지고, 경관이 훼손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1년도 안 된 2017년 5월,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추진 검토를 지시합니다. 아파트 단지 규모도 당초 680여 가구에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토지주 반발, 환경 훼손 논란, 제주시와 사업자가 맺은 협약서 비공개, 조례 위반 논란 등 여러 의혹이 쏟아졌지만, 절차는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 공무원이 사업 심사위원장?

최근에는 이 사업의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점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민간 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업체는 7곳입니다.

이들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심사하는 제안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런데 KBS가 당시 회의록과 녹취록을 입수해 봤더니, 심사위원장을 당시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이었던 A 씨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A 씨는 "민간 위원 중에 위원장으로 선임해 평가해도 되지만 민간특례사업이 생소한 부분이 있다"며 "부득이하게 제가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민간 위원이 맡는 심사위원장을 당시 제주도 공무원이 맡은 게 확인되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석연찮은 민간 사업자 선정 심사

무엇보다 민간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 과정에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민간 사업자로는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심사 당시 이 업체가 제출한 자료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사위에 낸 PPT 자료 표지를 컬러로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지침 중 제안서 작성지침 제3조(제안서 규격 등)는 표지의 재질과 관련해 '색상(무색)'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모에 참여한 다른 업체는 모두 PPT 자료 표지를 흑백으로 출력해 제출했습니다.


특히 당시 심사위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사위원장 A 씨는 "지침에 이렇게 컬러 표지를 못 하게 돼 있다"며 "이거 하나만 컬러로 왔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한 위원은 "지침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은 "예"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위원은 "접수 자체가 안 됐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장 A 씨는 이 업체가 제출한 컬러 표지 자료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실무 쪽에서는 유사표기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며 그냥 평가하자고 말하는 등 심사를 그대로 진행한 겁니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업체 명기 또는 유사표기일 경우 4점을 감점하게 돼 있습니다.


1위 호반건설과 2위 업체 간 점수 차이는 1.86점으로, 유사표기로 인정해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4점을 감점받았다면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던 겁니다.

특히 당시 심사에서 1위 업체는 호반건설이 아닌 다른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제안서에 제안자를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해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아예 제외됐습니다.

종합 점수 2위였던 호반건설이 1위로 올라가면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건데, 상반된 지침 적용에 대한 의혹도 국회 차원에서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 심사 직전 지침 변경…제주도 '절차상 문제없어"

공무원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상태에서 석연치 않은 사업자 선정 심사.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제안심사위원회 직전에 지침 변경이 된 게 확인됐습니다. 당초 2019년 12월 제주도가 확정한 관련 지침에는 전·현직 공무원은 심사위원회에서 제외하게 돼 있었습니다.



민간특례사업과 관련이 있는 도시공원, 도시계획, 경관, 교통, 재해영향평가 등 8개 위원회의 80명으로 인력 풀을 구성하는데, 전문분야 외 위원과 민간기업 종사자, 그리고 전·현직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하게 돼 있었습니다.

이 지침을 적용하면 당시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이었던 A 씨는 물론,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정책보좌관과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을 지낸 B 씨도 제외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지침을 다음 해 1월 변경합니다. 전·현직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하게 돼 있는 내용을 빼버린 겁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이 됐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청문회에서 오등봉 개발사업 의혹의 실체와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인물들을 밝힐 수 있도록 끝까지 파헤치겠다."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당시 심사위를 구성했던 부서에서 지침을 변경을 한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공무원이 위원장?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4053
컬러 표지로 제출했는데 문제없다? 지침 위반 의혹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5052
전문가 평가 1위 업체는 심사 제외…‘평가 기준도 바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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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판 대장동? 오등봉공원 사업 논란…쏟아지는 의혹
    • 입력 2022-04-28 18:20:36
    • 수정2022-04-28 21:07:39
    취재K
출근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원희룡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2일 열립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재임 당시 추진했던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제주판 대장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왜 논란이 일고 있을까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논란, 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국토교통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제주시 오등동 일대 오등봉공원 부지 76만여㎡에 민간 사업자가 8,162억 원을 투자해 천 4백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땅에 공원을 조성하는 겁니다.

■ 제주시는 '수용 불가', 원희룡 제주도정이 재추진

2016년 9월, 제주시는 이 사업에 대해 '수용 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공원 기능이 사라지고, 경관이 훼손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1년도 안 된 2017년 5월,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추진 검토를 지시합니다. 아파트 단지 규모도 당초 680여 가구에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토지주 반발, 환경 훼손 논란, 제주시와 사업자가 맺은 협약서 비공개, 조례 위반 논란 등 여러 의혹이 쏟아졌지만, 절차는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 공무원이 사업 심사위원장?

최근에는 이 사업의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점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민간 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업체는 7곳입니다.

이들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심사하는 제안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런데 KBS가 당시 회의록과 녹취록을 입수해 봤더니, 심사위원장을 당시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이었던 A 씨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A 씨는 "민간 위원 중에 위원장으로 선임해 평가해도 되지만 민간특례사업이 생소한 부분이 있다"며 "부득이하게 제가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민간 위원이 맡는 심사위원장을 당시 제주도 공무원이 맡은 게 확인되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석연찮은 민간 사업자 선정 심사

무엇보다 민간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 과정에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민간 사업자로는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심사 당시 이 업체가 제출한 자료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사위에 낸 PPT 자료 표지를 컬러로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사업 지침 중 제안서 작성지침 제3조(제안서 규격 등)는 표지의 재질과 관련해 '색상(무색)'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모에 참여한 다른 업체는 모두 PPT 자료 표지를 흑백으로 출력해 제출했습니다.


특히 당시 심사위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사위원장 A 씨는 "지침에 이렇게 컬러 표지를 못 하게 돼 있다"며 "이거 하나만 컬러로 왔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한 위원은 "지침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은 "예"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위원은 "접수 자체가 안 됐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장 A 씨는 이 업체가 제출한 컬러 표지 자료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실무 쪽에서는 유사표기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며 그냥 평가하자고 말하는 등 심사를 그대로 진행한 겁니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업체 명기 또는 유사표기일 경우 4점을 감점하게 돼 있습니다.


1위 호반건설과 2위 업체 간 점수 차이는 1.86점으로, 유사표기로 인정해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4점을 감점받았다면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던 겁니다.

특히 당시 심사에서 1위 업체는 호반건설이 아닌 다른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제안서에 제안자를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해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아예 제외됐습니다.

종합 점수 2위였던 호반건설이 1위로 올라가면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건데, 상반된 지침 적용에 대한 의혹도 국회 차원에서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 심사 직전 지침 변경…제주도 '절차상 문제없어"

공무원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상태에서 석연치 않은 사업자 선정 심사.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제안심사위원회 직전에 지침 변경이 된 게 확인됐습니다. 당초 2019년 12월 제주도가 확정한 관련 지침에는 전·현직 공무원은 심사위원회에서 제외하게 돼 있었습니다.



민간특례사업과 관련이 있는 도시공원, 도시계획, 경관, 교통, 재해영향평가 등 8개 위원회의 80명으로 인력 풀을 구성하는데, 전문분야 외 위원과 민간기업 종사자, 그리고 전·현직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하게 돼 있었습니다.

이 지침을 적용하면 당시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이었던 A 씨는 물론,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정책보좌관과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을 지낸 B 씨도 제외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지침을 다음 해 1월 변경합니다. 전·현직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하게 돼 있는 내용을 빼버린 겁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이 됐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청문회에서 오등봉 개발사업 의혹의 실체와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인물들을 밝힐 수 있도록 끝까지 파헤치겠다."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당시 심사위를 구성했던 부서에서 지침을 변경을 한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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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공무원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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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가 1위 업체는 심사 제외…‘평가 기준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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