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면허수당]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

입력 2022.05.27 (08:00) 수정 2022.05.27 (17: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수당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

기사를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
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
④ 소형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
⑤ 공공기관 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 “도로공사 직원이 거짓 면허로 수당을 탔다고요? 100여 명이요?”

KBS취재팀은 이달(5월) 초, 도로공사 직원들이 소형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해 수당을 타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지게차와 굴삭기 등 소형 건설기계는 이론과 실기를 6시간씩 총 12시간 교육을 이틀 받아야 교육 이수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도 면허증을 발급받았다는 겁니다. 단순히 직원 몇몇이 아니라, 백 명이 넘는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습니다.

이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학원은 경상북도 안동과 경기도 이천의 학원 2곳이었습니다.


KBS취재팀은 먼저, 경상북도 안동의 한 중장비운전면허 학원으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학원 앞에는 “3톤 미만 지게차, 굴삭기는 무시험 합격”이란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앞마당에는 오래돼 보이는 3톤 미만 지게차가 멈춰 서 있었습니다.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학원 문도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학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짧은 통화연결음 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찾아간 안동의 학원 원장이었습니다. 차분하게 접근했습니다. 취재팀은 취재 경위와 통화녹음이 보도될 수 있음을 알리고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학원장은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그간의 사정을 KBS 취재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해당 학원장은 이를 위해 수강생의 출결 시스템을 조작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을 반만 받거나 아예 안 받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마쳤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준 적이 있다. 시기는 지난해 상반기쯤이었고, 한국도로공사 직원 70여 명에게 이수증을 부정 발급해줬다”

경기도 이천의 또 다른 중장비운전면허학원도 방문했습니다. 역시 면허 부정 발급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 도로공사-학원의 검은 결탁 중심엔 ‘돈’이 있었다

도로공사와 중장비 학원. 언뜻 봐선,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검은 거래. 바로 ‘돈’ 으로 얽혀 있었습니다.

우선 학원은 교육도 안 하고, 1인당 30만 원~60만 원 안팎의 수강료를 벌었습니다. 도로공사 직원들은 교육 없이 교육 이수증을 받아 면허를 땄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주는 면허수당까지 매달 3만 원씩 챙길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챙긴 건 면허수당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수강료 30만 원을 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수당을 ‘3톤 미만 지게차’만 인정을 해줬는데, 또 다른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딴 이들에게는 자기계발비로 수강료를 지급해준 겁니다.

이런 돈을 취득하기 위해서 사실상 ‘면허’를 사고 판 셈입니다. 학원 2곳은 부당 이득금 7,700여만 원을 벌었습니다. 도로공사 직원들은 면허증 1개당 매달 수당 3만 원과 수강료 환급금 30만 원 등 모두 5,800만 원을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 경찰, 학원장 2명 구속·도로공사 직원 142명 입건


경찰은 지난해부터 이런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해오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건설기계 조종면허 교육 이수증을 허위로 발급한 학원장 2명을 구속했습니다. 건설기계관리법 위반과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입니다.

또, 허위 이수증으로 발급받은 면허증을 제시해 회사에서 면허수당을 타낸 도로공사 직원 14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건설기계관리법 위반과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사기 혐의 등입니다.

경찰은 이 같은 범행이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라고 보고, 면허 부정 발급 가담자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도로공사 면허수당]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
    • 입력 2022-05-27 08:00:17
    • 수정2022-05-27 17:57:26
    취재K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수당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br /><br />기사를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br /><strong>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strong> <br />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br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br />④ 소형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br />⑤ 공공기관 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 “도로공사 직원이 거짓 면허로 수당을 탔다고요? 100여 명이요?”

KBS취재팀은 이달(5월) 초, 도로공사 직원들이 소형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해 수당을 타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지게차와 굴삭기 등 소형 건설기계는 이론과 실기를 6시간씩 총 12시간 교육을 이틀 받아야 교육 이수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도 면허증을 발급받았다는 겁니다. 단순히 직원 몇몇이 아니라, 백 명이 넘는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습니다.

이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학원은 경상북도 안동과 경기도 이천의 학원 2곳이었습니다.


KBS취재팀은 먼저, 경상북도 안동의 한 중장비운전면허 학원으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학원 앞에는 “3톤 미만 지게차, 굴삭기는 무시험 합격”이란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앞마당에는 오래돼 보이는 3톤 미만 지게차가 멈춰 서 있었습니다.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학원 문도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학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짧은 통화연결음 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찾아간 안동의 학원 원장이었습니다. 차분하게 접근했습니다. 취재팀은 취재 경위와 통화녹음이 보도될 수 있음을 알리고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학원장은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그간의 사정을 KBS 취재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해당 학원장은 이를 위해 수강생의 출결 시스템을 조작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을 반만 받거나 아예 안 받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마쳤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준 적이 있다. 시기는 지난해 상반기쯤이었고, 한국도로공사 직원 70여 명에게 이수증을 부정 발급해줬다”

경기도 이천의 또 다른 중장비운전면허학원도 방문했습니다. 역시 면허 부정 발급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 도로공사-학원의 검은 결탁 중심엔 ‘돈’이 있었다

도로공사와 중장비 학원. 언뜻 봐선,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검은 거래. 바로 ‘돈’ 으로 얽혀 있었습니다.

우선 학원은 교육도 안 하고, 1인당 30만 원~60만 원 안팎의 수강료를 벌었습니다. 도로공사 직원들은 교육 없이 교육 이수증을 받아 면허를 땄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주는 면허수당까지 매달 3만 원씩 챙길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챙긴 건 면허수당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수강료 30만 원을 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수당을 ‘3톤 미만 지게차’만 인정을 해줬는데, 또 다른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딴 이들에게는 자기계발비로 수강료를 지급해준 겁니다.

이런 돈을 취득하기 위해서 사실상 ‘면허’를 사고 판 셈입니다. 학원 2곳은 부당 이득금 7,700여만 원을 벌었습니다. 도로공사 직원들은 면허증 1개당 매달 수당 3만 원과 수강료 환급금 30만 원 등 모두 5,800만 원을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 경찰, 학원장 2명 구속·도로공사 직원 142명 입건


경찰은 지난해부터 이런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해오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건설기계 조종면허 교육 이수증을 허위로 발급한 학원장 2명을 구속했습니다. 건설기계관리법 위반과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입니다.

또, 허위 이수증으로 발급받은 면허증을 제시해 회사에서 면허수당을 타낸 도로공사 직원 14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건설기계관리법 위반과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사기 혐의 등입니다.

경찰은 이 같은 범행이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라고 보고, 면허 부정 발급 가담자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