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면허수당]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

입력 2022.05.28 (09:00) 수정 2022.05.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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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

기사를 싣는 순서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
④ 소형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
⑤ 공공기관 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한 달 3만 원'. 누구에게는 푼돈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큰 돈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공기업 재정에서 나가는 돈이라면 결코 쉽거나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서 직원 140여 명이 허위로 딴 면허를 갖고, 수당 3만 원과 자기계발비 명목의 수강료 30만 원을 도로공사로부터 타낸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만약'이라는 건 없지만, 이번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수백 명이 정년까지 수십 년 동안 허위로 딴 면허에 대한 수당을 계속 받게 됐을 겁니다.


■ 어떻게 100여 명이 동시 가담?…"조직적 개입" 의혹 불거져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도로공사 25개 지사,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근무지나 거주지 근처가 아닌데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경기도 이천과 경북 안동의 학원을 어떻게 알고 갔을까?'입니다.

경북 안동의 한 학원장은 이달(5월) 초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북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지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왔다"며 "도로공사 특정 노조에서 단체로 움직였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도로공사 직원 대부분이 특정 직종에 몰려 있는 것도 의심을 키웠습니다.

경위를 묻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원주지사를 취재했습니다. 특정 직종 직원 16명 가운데 10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곳입니다. 이들은 지역 학원 대신 60km 떨어진 경기도 이천, 140km 거리의 안동을 가서 이틀짜리 교육을 하루만 받고, 면허수당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군 특성상 특정 직종의 직원 8명을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8명 모두 해당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일부는 자리를 피했고, 이 가운데 3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소형건설기계 면허를 따기 위해 이틀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하루면 교육을 다 받았다고는 들었다"며 주변 동료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또, "여러 명이 가면 기름값이 저렴해서 강원도 원주의 학원 수강료보다 비용이 저렴해서 (문제의 학원을) 간 것"이라며 "노조 차원에서 해당 내용이 공유된 것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 저렴한 학원으로 입소문이 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 노조의 해명은? "그런 일 없다", "개인적 일탈"

특정 직종 안에서 소문이 돌았다는 것만으로는 '조직적 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노동조합 간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해당 직종과 관련해서는 2개 노조가 있었고, 두 노조 모두와 접촉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한 노조의 간부는 "경북 안동이나 경기도 이천의 학원을 방문한 적도 없고, 해당 학원장을 알지도 못한다"고 노조 개입설을 일축했습니다. 또 다른 노조의 간부도 "이번 사건은 조합원 개인의 일탈"이라며,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수당을 받기 위해서 조합원 개개인이 전국의 중장비 학원을 대상으로 비용을 알아본 것은 맞지만, 조합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소형건설기계 5종 중 1종만 수당 지급 변경…교육 안 받고 면허증만 취득"

한편, 이 노조 간부는 조합원의 개인적 사정까지 다 알지 못한다면서도, 수강료 문의 여부와 교육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형건설기계 실기 교육을 앞두고 기계가 고장이 나 다음에 다시 교육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학원장이 먼저 이수증을 발급해줄테니 나중에 와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는 겁니다.

또, "애당초 도로공사에서는 소형 건설기계 5종에 대해 면허 수당을 지급해왔지만, 고장난 기계는 추후 도로공사의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가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당 지급 대상 지침이 바뀌자 면허증만 취득한 채 추가 교육은 더 이상 듣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다"라며 "경제적 이익을 보는 것도 없고, 운전할 상황도 안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직무에 필요 없는 면허를 허위로 따고서 바뀐 지침 등으로 수당을 못 받게 되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면허증만 취득했다고 시인한 셈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일과 관련해서, "면허 취득은 직원 개인 선택의 문제로,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형 건설기계 면허 수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 회사나 노조 차원에서 학원과 공식적인 협약을 맺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했습니다. 다만, 도로공사나 노조 모두 이번 비리 가담자가 왜 특정 직종에 집중됐는지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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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공사 면허수당]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
    • 입력 2022-05-28 09:00:17
    • 수정2022-05-28 09:01:09
    취재K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br /><br />기사를 싣는 순서<br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br /><strong>② <strong>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strong></strong><br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br />④ 소형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br />⑤ 공공기관 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br />

'한 달 3만 원'. 누구에게는 푼돈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큰 돈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공기업 재정에서 나가는 돈이라면 결코 쉽거나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서 직원 140여 명이 허위로 딴 면허를 갖고, 수당 3만 원과 자기계발비 명목의 수강료 30만 원을 도로공사로부터 타낸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만약'이라는 건 없지만, 이번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수백 명이 정년까지 수십 년 동안 허위로 딴 면허에 대한 수당을 계속 받게 됐을 겁니다.


■ 어떻게 100여 명이 동시 가담?…"조직적 개입" 의혹 불거져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도로공사 25개 지사,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근무지나 거주지 근처가 아닌데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경기도 이천과 경북 안동의 학원을 어떻게 알고 갔을까?'입니다.

경북 안동의 한 학원장은 이달(5월) 초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북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지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왔다"며 "도로공사 특정 노조에서 단체로 움직였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도로공사 직원 대부분이 특정 직종에 몰려 있는 것도 의심을 키웠습니다.

경위를 묻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원주지사를 취재했습니다. 특정 직종 직원 16명 가운데 10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곳입니다. 이들은 지역 학원 대신 60km 떨어진 경기도 이천, 140km 거리의 안동을 가서 이틀짜리 교육을 하루만 받고, 면허수당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군 특성상 특정 직종의 직원 8명을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8명 모두 해당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일부는 자리를 피했고, 이 가운데 3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소형건설기계 면허를 따기 위해 이틀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하루면 교육을 다 받았다고는 들었다"며 주변 동료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또, "여러 명이 가면 기름값이 저렴해서 강원도 원주의 학원 수강료보다 비용이 저렴해서 (문제의 학원을) 간 것"이라며 "노조 차원에서 해당 내용이 공유된 것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 저렴한 학원으로 입소문이 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 노조의 해명은? "그런 일 없다", "개인적 일탈"

특정 직종 안에서 소문이 돌았다는 것만으로는 '조직적 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노동조합 간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해당 직종과 관련해서는 2개 노조가 있었고, 두 노조 모두와 접촉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한 노조의 간부는 "경북 안동이나 경기도 이천의 학원을 방문한 적도 없고, 해당 학원장을 알지도 못한다"고 노조 개입설을 일축했습니다. 또 다른 노조의 간부도 "이번 사건은 조합원 개인의 일탈"이라며,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수당을 받기 위해서 조합원 개개인이 전국의 중장비 학원을 대상으로 비용을 알아본 것은 맞지만, 조합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소형건설기계 5종 중 1종만 수당 지급 변경…교육 안 받고 면허증만 취득"

한편, 이 노조 간부는 조합원의 개인적 사정까지 다 알지 못한다면서도, 수강료 문의 여부와 교육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형건설기계 실기 교육을 앞두고 기계가 고장이 나 다음에 다시 교육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학원장이 먼저 이수증을 발급해줄테니 나중에 와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는 겁니다.

또, "애당초 도로공사에서는 소형 건설기계 5종에 대해 면허 수당을 지급해왔지만, 고장난 기계는 추후 도로공사의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가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당 지급 대상 지침이 바뀌자 면허증만 취득한 채 추가 교육은 더 이상 듣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다"라며 "경제적 이익을 보는 것도 없고, 운전할 상황도 안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직무에 필요 없는 면허를 허위로 따고서 바뀐 지침 등으로 수당을 못 받게 되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면허증만 취득했다고 시인한 셈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일과 관련해서, "면허 취득은 직원 개인 선택의 문제로,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형 건설기계 면허 수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 회사나 노조 차원에서 학원과 공식적인 협약을 맺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했습니다. 다만, 도로공사나 노조 모두 이번 비리 가담자가 왜 특정 직종에 집중됐는지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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