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⑥ “한 몸이었던 두 회사”…테라 어떻게 운영됐나?

입력 2022.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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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한국 지사로 '테라폼랩스코리아'를 두고 있었는데, 지난 4월 30일 문을 닫았습니다.

한국에는 권도형 대표와 직결된 법인이 없는 셈입니다. 권 대표 스스로도 행적이 묘연합니다. 앞으로 수사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테라와 한 몸처럼 움직인 회사가 한국에 있다면? 수사의 1차 대상이 될 겁니다.

■1년 10개월간 한 지붕…대표는 테라로부터 뭉칫돈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업체'로 등록된 K사.

사무실은 최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테라폼랩스 서울 지점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었습니다. 테라 한국 지사와 옆 이웃이었던 셈입니다.

※  K사는 2018년 설립 당시 사명이 G사였습니다. 올 1월 대표가 김 씨로 바뀌며 사명도 K사로 바뀌었습니다. 법인등록번호는 승계했고, 직원도 상당 부분 겹칩니다. 기사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옛 G사도 K사로 지칭합니다.※ K사는 2018년 설립 당시 사명이 G사였습니다. 올 1월 대표가 김 씨로 바뀌며 사명도 K사로 바뀌었습니다. 법인등록번호는 승계했고, 직원도 상당 부분 겹칩니다. 기사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옛 G사도 K사로 지칭합니다.

경영진도 테라와 가까웠습니다. 초대 대표이사 최 모 씨는 테라 창업에 크게 기여한 인물입니다. 테라 설립을 지원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입니다.

현 대표인 김 모 씨도 한때 테라의 책임자급이었습니다. 테라의 디파이 플랫폼인 '미러 프로토콜'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게다가 김 씨는 지난해 테라에서 거액의 가상화폐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타소득 명목으로 60억 원 상당을 받은 내역이 포착된 겁니다.

정작 K사는 지난해 약 4억 5,000만 원의 적자를 냈는데요. 회사 사정은 어려운데, 대표는 테라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았던 겁니다. 이 회사의 역할에 의문이 더해지는 지점입니다.

■ 직원 고용 서류에 "테라의 정책 준수"

물론 블록체인 업계가 좁다 보니, 경영진의 이력이 테라와 겹친 건 우연일 수 있습니다. 현 대표 김 씨도 "테라 출신의 개발자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금은 테라와 무관한 회사라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테라와 K사(옛 G사)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한 직원의 고용 관련 서류 중 일부입니다. 이 직원은 테라 측 업무에 약 1년간 참여했습니다.


'테라폼랩스와 도급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문서. 테라폼랩스의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권도형 대표의 사인도 있습니다.

이 직원은 "테라는 학위를 가진 개발자는 모두 K사 소속으로 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두 회사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겁니다.

테라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강형석 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도 "하나의 출입카드로 두 회사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었다"면서 "K사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거의 테라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 실질적 계열사라면 조속한 수사 필요

K사가 테라와 한 몸이자 '실질적 계열사'로 볼 수 있는 상황. 다만, 왜 굳이 별도의 법인을 뒀나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전 직원들은 '경영상의 편의'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라는 현행법상 외국 법인입니다. 직원 고용과 금융 거래 등에 여러 제약을 받습니다. 반면, K사는 한국 법인입니다. K사를 실질적 계열사로 두면 고용과 금융, 세제 등에서 이점이 많습니다.

둘째,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능력 있는 병역 특례 요원들이 테라 개발에 참여했고, 이들을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고용했습니다.

이런 이점을 누리기 위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고, 회사 구조를 설계했다"는 게 전 직원의 증언입니다. 이 직원은 "한국 법망을 피해가려고 이제 와서 한국 법인이 없는 것처럼 꼬리 자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핵심 관계자들의 행방조차 묘연한 상황에서 수사의 실마리를 풀 자료들이 한국에 남아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연관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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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③ 투자 유도해놓고…뚜껑 여니 ‘파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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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④ -99% 기록적 폭락, 사건의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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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⑤ “무서워서 증언 못한다”…권도형은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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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⑥ “한 몸이었던 두 회사”…테라 어떻게 운영됐나?
    • 입력 2022-06-08 09:00:12
    취재K
<strong>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strong><br />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한국 지사로 '테라폼랩스코리아'를 두고 있었는데, 지난 4월 30일 문을 닫았습니다.

한국에는 권도형 대표와 직결된 법인이 없는 셈입니다. 권 대표 스스로도 행적이 묘연합니다. 앞으로 수사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테라와 한 몸처럼 움직인 회사가 한국에 있다면? 수사의 1차 대상이 될 겁니다.

■1년 10개월간 한 지붕…대표는 테라로부터 뭉칫돈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업체'로 등록된 K사.

사무실은 최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테라폼랩스 서울 지점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었습니다. 테라 한국 지사와 옆 이웃이었던 셈입니다.

※  K사는 2018년 설립 당시 사명이 G사였습니다. 올 1월 대표가 김 씨로 바뀌며 사명도 K사로 바뀌었습니다. 법인등록번호는 승계했고, 직원도 상당 부분 겹칩니다. 기사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옛 G사도 K사로 지칭합니다.
경영진도 테라와 가까웠습니다. 초대 대표이사 최 모 씨는 테라 창업에 크게 기여한 인물입니다. 테라 설립을 지원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입니다.

현 대표인 김 모 씨도 한때 테라의 책임자급이었습니다. 테라의 디파이 플랫폼인 '미러 프로토콜'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게다가 김 씨는 지난해 테라에서 거액의 가상화폐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타소득 명목으로 60억 원 상당을 받은 내역이 포착된 겁니다.

정작 K사는 지난해 약 4억 5,000만 원의 적자를 냈는데요. 회사 사정은 어려운데, 대표는 테라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았던 겁니다. 이 회사의 역할에 의문이 더해지는 지점입니다.

■ 직원 고용 서류에 "테라의 정책 준수"

물론 블록체인 업계가 좁다 보니, 경영진의 이력이 테라와 겹친 건 우연일 수 있습니다. 현 대표 김 씨도 "테라 출신의 개발자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금은 테라와 무관한 회사라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테라와 K사(옛 G사)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한 직원의 고용 관련 서류 중 일부입니다. 이 직원은 테라 측 업무에 약 1년간 참여했습니다.


'테라폼랩스와 도급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문서. 테라폼랩스의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권도형 대표의 사인도 있습니다.

이 직원은 "테라는 학위를 가진 개발자는 모두 K사 소속으로 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두 회사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겁니다.

테라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강형석 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도 "하나의 출입카드로 두 회사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었다"면서 "K사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거의 테라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 실질적 계열사라면 조속한 수사 필요

K사가 테라와 한 몸이자 '실질적 계열사'로 볼 수 있는 상황. 다만, 왜 굳이 별도의 법인을 뒀나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전 직원들은 '경영상의 편의'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라는 현행법상 외국 법인입니다. 직원 고용과 금융 거래 등에 여러 제약을 받습니다. 반면, K사는 한국 법인입니다. K사를 실질적 계열사로 두면 고용과 금융, 세제 등에서 이점이 많습니다.

둘째,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능력 있는 병역 특례 요원들이 테라 개발에 참여했고, 이들을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고용했습니다.

이런 이점을 누리기 위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고, 회사 구조를 설계했다"는 게 전 직원의 증언입니다. 이 직원은 "한국 법망을 피해가려고 이제 와서 한국 법인이 없는 것처럼 꼬리 자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핵심 관계자들의 행방조차 묘연한 상황에서 수사의 실마리를 풀 자료들이 한국에 남아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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