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국가의 사과는 없었다…보상 권고도 무시

입력 2022.09.27 (21:21) 수정 2022.09.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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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사의 진실을 찾고, 피해자의 한을 씻어주자",

현재 활동 중인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목적입니다.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서, 묻혀있던 과거사의 실체를 밝혀내는 성과를 냈는데요,

이 '진실 규명' 만으로 끝난 건 아닙니다.

피해가 확인됐다면, '사과'와 '보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위원회는 매 사안에 대해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사건을 '마무리'하는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가는 셈인데 과연 우리 정부는 이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 왔을까요?

KBS는 2기 진실 화해위에 앞서 이미 활동을 마친 1기 위원회의 권고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모두 1,271건...

그 중 258건이, 1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국가의 사과도 보상도 없이 유야무야 돼버린 사건들, 엉뚱한 핑계로 책임을 미뤄온 부처와 기관들...

KBS가 확인한 내용들을, 며칠간 중점 보도합니다.

오늘(27일)은 '악명'과 '오명'만 남고 '명예회복'이 뒤따르지 않는 사건, '삼청교육대'에 대해 짚어봅니다.

먼저 김성수 기잡니다.

[리포트]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훈련.

짧은 머리의 이 남성들은 '군인'도 아니었습니다.

[이적/삼청교육대 피해자 : "맞아 죽거나 또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거나 또 그리고 굶어 밥을 못 먹어서 죽거나 하는 이런 것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검은 과거를 씻고"

"땀을 배우는 인간교육장"

"불량배의 성병을 치료해주고, 인간적 접근"까지 해주는 곳...

그렇게 포장됐지만, 실상은 '생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불량배 소탕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 시민과 학생까지 끌려갔습니다.

삼청교육대에서 자행된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해, 국가는 수십 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9/1995년 12월 : "진실규명을 위해 수백 번의 집회와 소송이 계속됐지만…."]

2010년이 되어서야,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피해자 17명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국가가 사과하라"는 권고도, 그때 처음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12년, 피해자들은 그 사과를 받았을까?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국가가 사과하라고 돼 있는데 사과받으신 적 있으세요?) 없죠. (진실화해위) 인정서 하나만 달랑 우편물로 날아오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사과 서한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이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온 게 이게 다예요."]

'사과'가 왜 없었는지, KBS가 '권고 이행 현황' 문서를 확보해, 들여다봤습니다.

"진정인 사망 등으로 사과 이행 불가"

군이 적어놓은 짤막한 사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망하지 않은 사람, 엄연히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선 왜 사과를 안 했는가?

KBS 질의에, 국방부는 "연락처와 주소를 몰라서 그랬다"고 해명했습니다.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거짓말이에요. 그 주소에서만 오래 살았는데. 한 주소에서. 옮기지도 않았어요."]

군은 이제라도 피해 회복과 사과에 힘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후유증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은 이미 '체념'에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지금 와서 한다고 되겠어요? 벌써 몇십 년 지나가지고 그 사람들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지만…."]

KBS 뉴스 김성숩니다.

[앵커]

“법 바꿔서라도…” 보상 권고도 12년째 ‘무시’

사과조차 없었는데, 정부의 보상, 제대로 이뤄졌을리 없습니다.

물론 관련법이 있지만 보상은 매우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피해내액을 피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법을 바꿔서라도 보상하라는 진실화해위 권고가 있었지만 역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최혜림 기잡니다.

[리포트]

1980년 여름, 당시 24살이었던 안중근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잠깐 왔다 가란 말에 경찰서를 찾았는데, 그 길로 곧장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습니다.

[안중근/삼청교육대 피해자 : "시작이 구타죠, 구타. 구타를 하는데, 반항을 하면 할수록 더 맞고,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다가) 걸려서 철봉대에 묶여서 실신할 정도로 맞는 걸 봤고..."]

4주면 끝난다던 '삼청교육'은 2년 넘게 계속됐습니다.

후유증은 40년 넘게 이어져 왔습니다.

안 씨의 집에는 아직도 '진실규명 신청서'가 붙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의 보상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고,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안중근/삼청교육대 피해자 : "계속 지금 약을 먹고 있어요. 수면제도 있고 이게 지금 정신과 다니면서 계속 사람이 이게 분노 이걸 못 참으니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았다는 이적 씨.

10여 년 전 겨우 치료비만 받았습니다.

[이적/삼청교육대 피해자 : "(허리 부상으로 받은) 돈 300만 원을 가지고 완전 배상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까? 내 젊은 시절에 청춘을 적어도 3년 이상을 그곳에 빼앗겨 버렸는데..."]

경제적·정신적 피해는 삼청교육대 보상법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신체 상해 위주로 보상하는데, 그마저도 피해자 쪽에서 일일이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래서 1기 진실화해위는 피해 보상 범위를 넓히라며 2010년 법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조영선/삼청교육대 피해자 변호인 : "(보상) 대상자가 '사망', '상이'라고 하는, '행방불명'이라는 축소된 영역이었고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분들도 있었지만, 소멸시효로 대부분이 기각을 당했습니다."]

'권고'는 어디까지 이행됐을까?

국회 속기록을 찾아봤더니, 삼청교육대 인권 침해 전반에 대한 보상 법안을 논의했던 건, 12년 동안 단 한 차례 뿐이었습니다.

당시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선 "이것도 예산이 문제"라며 더 검토하겠다고만 했고, 이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국방부는 "보상금, 생활지원금 근거 규정을 만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개정안 전반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결국 '2기' 진실화해위원회를 또 찾아가야 했습니다.

[천준호/국회 행정안전위 위원 :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진실 규명을 요청하는, 같은 사건으로, 이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데, 유가족이나 피해자 입장에선 그 고통을 국가가 다시 한번 주는…."]

2기 진실화해위는 "입소자 4만 명 전원을 피해자로 보고 보상 범위를 확대하라"고 지난 7월 다시 한번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권고가 이행될지 여부도, 여전히 정부의 태도에 달렸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송혜성 하정현/영상편집:최찬종 이재연/그래픽:서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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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청교육대, 국가의 사과는 없었다…보상 권고도 무시
    • 입력 2022-09-27 21:21:40
    • 수정2022-09-28 21:28:06
    뉴스 9
[앵커]

"과거사의 진실을 찾고, 피해자의 한을 씻어주자",

현재 활동 중인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목적입니다.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서, 묻혀있던 과거사의 실체를 밝혀내는 성과를 냈는데요,

이 '진실 규명' 만으로 끝난 건 아닙니다.

피해가 확인됐다면, '사과'와 '보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위원회는 매 사안에 대해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사건을 '마무리'하는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가는 셈인데 과연 우리 정부는 이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 왔을까요?

KBS는 2기 진실 화해위에 앞서 이미 활동을 마친 1기 위원회의 권고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모두 1,271건...

그 중 258건이, 1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국가의 사과도 보상도 없이 유야무야 돼버린 사건들, 엉뚱한 핑계로 책임을 미뤄온 부처와 기관들...

KBS가 확인한 내용들을, 며칠간 중점 보도합니다.

오늘(27일)은 '악명'과 '오명'만 남고 '명예회복'이 뒤따르지 않는 사건, '삼청교육대'에 대해 짚어봅니다.

먼저 김성수 기잡니다.

[리포트]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훈련.

짧은 머리의 이 남성들은 '군인'도 아니었습니다.

[이적/삼청교육대 피해자 : "맞아 죽거나 또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거나 또 그리고 굶어 밥을 못 먹어서 죽거나 하는 이런 것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검은 과거를 씻고"

"땀을 배우는 인간교육장"

"불량배의 성병을 치료해주고, 인간적 접근"까지 해주는 곳...

그렇게 포장됐지만, 실상은 '생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불량배 소탕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 시민과 학생까지 끌려갔습니다.

삼청교육대에서 자행된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해, 국가는 수십 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9/1995년 12월 : "진실규명을 위해 수백 번의 집회와 소송이 계속됐지만…."]

2010년이 되어서야,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피해자 17명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국가가 사과하라"는 권고도, 그때 처음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12년, 피해자들은 그 사과를 받았을까?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국가가 사과하라고 돼 있는데 사과받으신 적 있으세요?) 없죠. (진실화해위) 인정서 하나만 달랑 우편물로 날아오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사과 서한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이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온 게 이게 다예요."]

'사과'가 왜 없었는지, KBS가 '권고 이행 현황' 문서를 확보해, 들여다봤습니다.

"진정인 사망 등으로 사과 이행 불가"

군이 적어놓은 짤막한 사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망하지 않은 사람, 엄연히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선 왜 사과를 안 했는가?

KBS 질의에, 국방부는 "연락처와 주소를 몰라서 그랬다"고 해명했습니다.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거짓말이에요. 그 주소에서만 오래 살았는데. 한 주소에서. 옮기지도 않았어요."]

군은 이제라도 피해 회복과 사과에 힘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후유증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은 이미 '체념'에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지금 와서 한다고 되겠어요? 벌써 몇십 년 지나가지고 그 사람들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지만…."]

KBS 뉴스 김성숩니다.

[앵커]

“법 바꿔서라도…” 보상 권고도 12년째 ‘무시’

사과조차 없었는데, 정부의 보상, 제대로 이뤄졌을리 없습니다.

물론 관련법이 있지만 보상은 매우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피해내액을 피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법을 바꿔서라도 보상하라는 진실화해위 권고가 있었지만 역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최혜림 기잡니다.

[리포트]

1980년 여름, 당시 24살이었던 안중근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잠깐 왔다 가란 말에 경찰서를 찾았는데, 그 길로 곧장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습니다.

[안중근/삼청교육대 피해자 : "시작이 구타죠, 구타. 구타를 하는데, 반항을 하면 할수록 더 맞고,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다가) 걸려서 철봉대에 묶여서 실신할 정도로 맞는 걸 봤고..."]

4주면 끝난다던 '삼청교육'은 2년 넘게 계속됐습니다.

후유증은 40년 넘게 이어져 왔습니다.

안 씨의 집에는 아직도 '진실규명 신청서'가 붙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의 보상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고,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안중근/삼청교육대 피해자 : "계속 지금 약을 먹고 있어요. 수면제도 있고 이게 지금 정신과 다니면서 계속 사람이 이게 분노 이걸 못 참으니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았다는 이적 씨.

10여 년 전 겨우 치료비만 받았습니다.

[이적/삼청교육대 피해자 : "(허리 부상으로 받은) 돈 300만 원을 가지고 완전 배상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까? 내 젊은 시절에 청춘을 적어도 3년 이상을 그곳에 빼앗겨 버렸는데..."]

경제적·정신적 피해는 삼청교육대 보상법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신체 상해 위주로 보상하는데, 그마저도 피해자 쪽에서 일일이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래서 1기 진실화해위는 피해 보상 범위를 넓히라며 2010년 법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조영선/삼청교육대 피해자 변호인 : "(보상) 대상자가 '사망', '상이'라고 하는, '행방불명'이라는 축소된 영역이었고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분들도 있었지만, 소멸시효로 대부분이 기각을 당했습니다."]

'권고'는 어디까지 이행됐을까?

국회 속기록을 찾아봤더니, 삼청교육대 인권 침해 전반에 대한 보상 법안을 논의했던 건, 12년 동안 단 한 차례 뿐이었습니다.

당시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선 "이것도 예산이 문제"라며 더 검토하겠다고만 했고, 이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국방부는 "보상금, 생활지원금 근거 규정을 만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개정안 전반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결국 '2기' 진실화해위원회를 또 찾아가야 했습니다.

[천준호/국회 행정안전위 위원 :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진실 규명을 요청하는, 같은 사건으로, 이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데, 유가족이나 피해자 입장에선 그 고통을 국가가 다시 한번 주는…."]

2기 진실화해위는 "입소자 4만 명 전원을 피해자로 보고 보상 범위를 확대하라"고 지난 7월 다시 한번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권고가 이행될지 여부도, 여전히 정부의 태도에 달렸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송혜성 하정현/영상편집:최찬종 이재연/그래픽:서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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