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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아동사망]④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아이들…아동 사망 줄일 대책은?
입력 2022.11.24 (10:35) 수정 2022.11.24 (10:36) 취재K
16개월 정인이 사건, 11살 아이 쇠사슬 탈출 사건, 9살 아이 가방 사망 사건… 지난 2년, 온 사회가 공분한 아동학대 사건입니다. 아이들의 비극이 드러날 때마다 모두가 분노하며 대책을 촉구하지만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습니다. 해마다 학대로 숨지는 아이들은 40명 안팎, 드러나지 않은 죽음은 4배 더 많다고 추정됩니다.

KBS 시사멘터리 추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동 변사 사건을 토대로 감춰져 있던 아이들의 수상한 죽음과 숨은 진실을 최초로 추적하고 대책을 찾아 방송과 네 편의 기사로 전합니다. 마지막 순서는 아이들의 비극을 막을 해법입니다. 국과수가 전체 사망 아동의 15% 가량인 아동 부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마다 170명씩 학대 관련으로 숨졌고 이 중 80%는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미국은 40여 년 전부터 숨진 아이들의 모든 사례를 심층 조사해 비슷한 사망을 막을 예방책을 만들고 있지만, 국내는 관련 제도가 없어 아동사망의 정확한 실체조차 모릅니다.
글 싣는 순서
① 3층서 던져졌지만 쓰레기 덕에 살아난 신생아…아기에게 무슨 일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5338
② 5개월 아기에게 벌어진 크리스마스의 비극…세 가족의 숨겨진 비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5549
③ “해마다 170명씩 죽는다” 숨겨진 아동학대 사망, 공식 통계의 4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6788
④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아이들…아동 사망 줄일 대책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8881

[관련 방송] 시사멘터리 추적 ‘아무도 몰랐던 죽음들…아동사망의 진실’
https://youtu.be/LFF91LEZA-4

3층에서 엄마에게 던져졌다가 구조된 아기의 생전 모습. 아기는 엄마에게 돌려 보내져 숨졌다. (관련기사 아동사망 1편)3층에서 엄마에게 던져졌다가 구조된 아기의 생전 모습. 아기는 엄마에게 돌려 보내져 숨졌다. (관련기사 아동사망 1편)

■ 숨져도 감춰지는 아동학대의 비극…"아이들이 왜, 어떻게 숨지는지 실체도 모른다"

아이들이 죽고 있다. 구할 수 있던 어린 생명들이 오늘도 학대 끝에 스러지지만, 마치 세상에 없었던 듯 아무도 모르게 잊히고 있다. 대부분 집에서 보호자가 학대하다 보니 목격자나 증거가 거의 없고, 어린아이들은 피해를 알리기도 어려운 탓이다. 아이들이 왜, 어떻게 숨지는지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절실하지만 현행 제도는 부실하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는 사망신고서에 적힌 사인만 분류할 뿐이고,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도 범죄 혐의가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 40여 건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에 그친다.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박선권/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여러 요인이 분명 있을 텐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망원인'처럼 최종적인 사인만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자료만으로는 문제를 예방하기에 굉장히 제한적이죠. 현재 대응하는 제도의 한계예요."

해마다 몇 명의 아이들이 학대 끝에 목숨을 잃을까? 우리는 이조차 모른다. 공식 통계에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은 수사기관에서 범죄 혐의를 밝힌 수십 건이 전부이다. 0세부터 18세까지 한해 숨지는 아이들 2천여 명 가운데 실제 학대와 연관된 죽음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치조차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전체 아동 사망의 15% 정도인 부검 사례 3백여 건을 기반으로 개별 연구를 진행해 일부만 들여다봤을 뿐이다. 연구 결과, 한해 부검된 아이들 가운데 140~170명이 학대와 연관돼 숨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80%는 고립된 위기가정의 문제가 컸던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도움을 제때 받았다면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숨진 아이들의 기록이 살아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동 사망 전수 조사 제도의 필요성을 입증한 연구였지만, 제도 도입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얼마나 되는지 현상을 모르니 문제점을 진단하기도,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기도 어렵다. 과연 우리 사회가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연관 기사 : [추적/아동사망]③ “해마다 170명씩 죽는다” 숨겨진 아동학대 사망, 공식 통계의 4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6788

박선권/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우리 사회가 아동 사망 대책을 만들 때도 잔인한 가해 사건이나, 교통사고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자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해서 한계가 있었어요. 이런 것보다는 모든 아동 사망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상시적으로 대비해야 해요. 아동 사망은 그 어떤 것도 비극이고,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죠. 숨지는 모든 아이의 사례를 조사하는 '아동사망검토 제도'가 갖는 기대효과가 이런 거예요."


■ 미국, 40여 년 전부터 모든 아동 사망 조사…"한 명의 아이라도 더 구하려면 사회가 나서야"

우리와 달리, 미국은 40여 년 전부터 아이들이 숨지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망한 모든 아이의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아동 사망 검토' (Child Death Review)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료인과 법조인, 수사기관, 아동 복지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로 ‘아동사망검토 팀’을 꾸려 0세부터 18세까지 모든 아동 사망 사례를 상세히 조사해 예방책을 만드는 제도이다.

시사멘터리 추적 취재진은 미국 '아동사망검토'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 취재원을 통해 전문가들과 접촉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아동사망검토 팀으로 활동했고 관련 논문을 쓴 병리학자 '리드 퀸턴' 박사와 현재 텍사스 주 아동사망검토 팀에서 활동하는 '지니 슈튤츠' 청소년 보호감찰소 부소장이 그들이다. '아동사망검토' 제도의 효용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 제도 덕분에 수많은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통해 아이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지역사회가 파악했고 비슷한 죽음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죠. 안전하지 않은 수면 환경, 자살 예방, 교통사고 사망률 개선 등 많은 대처가 있었어요. 우리 지역의 많은 아동 사망, 텍사스 주 전체에서 수천 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강하게 확신해요."


■ 학대, 사인 미상, 교통사고, 자연사, 병사 등 모든 아동 조사…"예방이 목적이기 때문"

미국이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시작하게 된 건 1978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부터였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여러 카운티가 해당 제도를 도입하며 점차 확산했고, 2002년 미국 전역의 아동학대 실태와 위험요소를 살펴본 자문위원회가 아동 사망을 살필 종합적인 팀이 필요하다고 연방 정부에 권고하면서 미국 모든 주로 확대됐다.

현재 미국의 모든 주에서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운영하고, 44개 주는 관련 법도 만들었다. 법은 의료인과 법조인, 아동 복지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아동사망검토 팀에서 활동하도록 규정한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 아동사망검토 팀을 꾸리기도 하고 주 정부 팀만 두기도 하는데, 텍사스 주의 경우 둘 다 운영한다. 조사 대상도 아동학대 범죄뿐만 아니라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 교통사고 등 모든 경우를 포괄한다. 텍사스 주는 자연사나 병사로 분류된 아동 사망도 조사해 위험 요인을 파악한다. 예방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동사망검토는 어떻게 이뤄질까? 아동사망검토 팀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은 숨진 아이와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주기적으로 모인다. 이를 토대로 아이의 전 생애에 걸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사망에 이르렀는지 재구성하고, 어떻게 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지 논의한다.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저희 텍사스 주 베어 카운티는 검시관, 수사기관 관계자, 응급실 관계자, 교육자, 아동보호단체 관계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아동사망검토 팀에 참여해 매달 회의해요. 한 번에 15~20건의 아동 사망을 다루는데 다 마음 아픈 사건이죠. 학대, 자살, 익사 사고, 교통사고, 병사 등 모든 사망을 다 살펴요. 이런 사망을 예방하려면 지역사회가 뭘 할 수 있을지 방안을 찾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죠."

리드 퀸턴/ 미국 병리학자, '아동사망검토' 제도 관련 논문 저자
"아이가 숨지면 아동사망검토 팀이 모여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살펴봅니다. 태어날 때 문제가 없었는지, 가정환경과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등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요. 사망과 관련해서도 자세히 알아봐요. 경찰이 '이때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고 설명하면, 의료인이 '병원에서 이런 조치를 했다'고 넘겨받는 식이죠. 그런 뒤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수영장에서 숨졌다면 누가 아이를 지켜봤는지, 도움이 됐을 안전조치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논의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거쳐 아동사망검토 팀은 예방안을 만들고, 아동 사망 보고 시스템에 상세한 정보를 입력한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쌓인 데이터가 23만여 건에 이른다. 학대, 타살, 익사, 교통사고 등 모든 아동 사망 데이터가 모여있다. 주 정부는 이 같은 데이터와 각 지역에서 제안한 예방 권고안을 활용해 국가에 연간 보고서를 제출하고, 아동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거나 입법도 권고한다.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아동사망검토 팀은 조사한 데이터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비슷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아이와 가정에 무엇이 필요할지 권고안을 만들어요. 주 정부는 이 정보를 취합해 국가에 연간 보고서로 제출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변화나 입법을 제안하죠."


■ 아동사망검토, 얼마나 많은 사망 예방했나?…"지금도 수많은 아이 구하고 있다"

미국의 아동사망검토 제도는 얼마나 아이들의 사망을 얼마나 예방했을까? 전문가들은 학대부터 안전사고, 자살 등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게 숨진 아이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수많은 대책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현재도 수많은 아이를 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리드 퀸턴/ 미국 병리학자, '아동사망검토' 제도 관련 논문 저자
“아동사망검토 초창기인 90년대 중반 '아기를 재울 때 엎드리게 하지 말고 똑바로 눕혀야 한다'고 의사가 권고하도록 했어요. 이로써 침대에서 일어나는 영아 사망률을 50% 줄였죠. 현재 미국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차에는 후방 카메라가 있어요. 아동사망검토를 통해 후진할 때 아이와 충돌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보여준 결과죠. 이런 예시는 계속 들 수 있을 만큼 많아요."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자동차 안전, 수면 안전, 수영장 안전, 자살 예방 등 여러 정책 방침서가 발행됐어요. 학대 예방 방침서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출생 매칭 제도예요. 과거 학대 기록이 있는 부모가 아기를 낳으면 이 아이에게 학대나 방임이 일어나지 않도록 추가적인 지원을 제안하는 거죠.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사회가 모든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어요. 아동사망검토로 텍사스에서만 아이 수천 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확신해요."


■ 국회입법조사처, "17개 광역 자치단체에 아동사망검토 팀 도입" 제안했지만…진척은 없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아동사망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아동사망검토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아동 사망부터 살펴 원인과 예방책을 찾자는 게 골자이다.

박선권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뚜렷하게 인식되도록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게 좋다고 봤습니다. 17개 광역 시·도마다 사법기관, 의료인,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등 전문가로 이뤄진 팀을 꾸려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아동 사망 사례를 중심으로 우선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관련 내용이 담긴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사망조사 및 예방법'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지만, 진전은 없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아동사망검토와 관련해 법안 세 개가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아동학대 중심의 조사 활동을 강조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 사망 조사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하지만 의결이 되거나 하는 진전이 있는 법안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아동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아동 정책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과 인력이 투입돼야 해서 이에 대한 관심, 이해, 사회적인 합의가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 아이들의 죽음, 힘겹지만 자세히 봐야만 하는 이유…"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어른의 의무"

베일 아래 감춰졌던 아이들의 죽음을 추적한 끝에 드러난 진실은 참담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회의 방관으로 속절없이 스러졌지만 우리 사회는 그조차 온전히 직면하지 않고 있었다. 취재진이 쫓은 아이들의 흔적조차 드러난 일부일 뿐, 누구도 모르는 안타까운 비극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숨진 아이들의 비극을 힘겹지만, 자세히 살펴봐야만 하는 이유.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취재를 통해, 누군가는 연구를 통해, 누군가는 보도된 기사를 통해 아이들의 비극을 마주하고 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운 이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삶이었다. 숨진 아이들의 지난 삶을 괴롭더라도 온전히 직면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이야말로 뒤늦게나마 해내야 할 어른의 의무일 것이다. 고통 속에 짧은 생을 살다 떠난 아이들이 편안히 잠들기를, 이 땅의 어린 생명들에게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관련 방송] 시사멘터리 추적 ‘아무도 몰랐던 죽음들…아동사망의 진실’
https://youtu.be/LFF91LEZA-4
  • [추적/아동사망]④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아이들…아동 사망 줄일 대책은?
    • 입력 2022-11-24 10:35:15
    • 수정2022-11-24 10:36:40
    취재K
16개월 정인이 사건, 11살 아이 쇠사슬 탈출 사건, 9살 아이 가방 사망 사건… 지난 2년, 온 사회가 공분한 아동학대 사건입니다. 아이들의 비극이 드러날 때마다 모두가 분노하며 대책을 촉구하지만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습니다. 해마다 학대로 숨지는 아이들은 40명 안팎, 드러나지 않은 죽음은 4배 더 많다고 추정됩니다.<br /> <br />KBS 시사멘터리 추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동 변사 사건을 토대로 감춰져 있던 아이들의 수상한 죽음과 숨은 진실을 최초로 추적하고 대책을 찾아 방송과 네 편의 기사로 전합니다. 마지막 순서는 아이들의 비극을 막을 해법입니다. 국과수가 전체 사망 아동의 15% 가량인 아동 부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마다 170명씩 학대 관련으로 숨졌고 이 중 80%는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미국은 40여 년 전부터 숨진 아이들의 모든 사례를 심층 조사해 비슷한 사망을 막을 예방책을 만들고 있지만, 국내는 관련 제도가 없어 아동사망의 정확한 실체조차 모릅니다.<br />
글 싣는 순서
① 3층서 던져졌지만 쓰레기 덕에 살아난 신생아…아기에게 무슨 일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5338
② 5개월 아기에게 벌어진 크리스마스의 비극…세 가족의 숨겨진 비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5549
③ “해마다 170명씩 죽는다” 숨겨진 아동학대 사망, 공식 통계의 4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6788
④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아이들…아동 사망 줄일 대책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8881

[관련 방송] 시사멘터리 추적 ‘아무도 몰랐던 죽음들…아동사망의 진실’
https://youtu.be/LFF91LEZA-4

3층에서 엄마에게 던져졌다가 구조된 아기의 생전 모습. 아기는 엄마에게 돌려 보내져 숨졌다. (관련기사 아동사망 1편)3층에서 엄마에게 던져졌다가 구조된 아기의 생전 모습. 아기는 엄마에게 돌려 보내져 숨졌다. (관련기사 아동사망 1편)

■ 숨져도 감춰지는 아동학대의 비극…"아이들이 왜, 어떻게 숨지는지 실체도 모른다"

아이들이 죽고 있다. 구할 수 있던 어린 생명들이 오늘도 학대 끝에 스러지지만, 마치 세상에 없었던 듯 아무도 모르게 잊히고 있다. 대부분 집에서 보호자가 학대하다 보니 목격자나 증거가 거의 없고, 어린아이들은 피해를 알리기도 어려운 탓이다. 아이들이 왜, 어떻게 숨지는지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절실하지만 현행 제도는 부실하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는 사망신고서에 적힌 사인만 분류할 뿐이고,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도 범죄 혐의가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 40여 건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에 그친다.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박선권/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여러 요인이 분명 있을 텐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망원인'처럼 최종적인 사인만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자료만으로는 문제를 예방하기에 굉장히 제한적이죠. 현재 대응하는 제도의 한계예요."

해마다 몇 명의 아이들이 학대 끝에 목숨을 잃을까? 우리는 이조차 모른다. 공식 통계에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은 수사기관에서 범죄 혐의를 밝힌 수십 건이 전부이다. 0세부터 18세까지 한해 숨지는 아이들 2천여 명 가운데 실제 학대와 연관된 죽음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치조차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전체 아동 사망의 15% 정도인 부검 사례 3백여 건을 기반으로 개별 연구를 진행해 일부만 들여다봤을 뿐이다. 연구 결과, 한해 부검된 아이들 가운데 140~170명이 학대와 연관돼 숨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80%는 고립된 위기가정의 문제가 컸던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도움을 제때 받았다면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숨진 아이들의 기록이 살아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동 사망 전수 조사 제도의 필요성을 입증한 연구였지만, 제도 도입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얼마나 되는지 현상을 모르니 문제점을 진단하기도,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기도 어렵다. 과연 우리 사회가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연관 기사 : [추적/아동사망]③ “해마다 170명씩 죽는다” 숨겨진 아동학대 사망, 공식 통계의 4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06788

박선권/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우리 사회가 아동 사망 대책을 만들 때도 잔인한 가해 사건이나, 교통사고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자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해서 한계가 있었어요. 이런 것보다는 모든 아동 사망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상시적으로 대비해야 해요. 아동 사망은 그 어떤 것도 비극이고,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죠. 숨지는 모든 아이의 사례를 조사하는 '아동사망검토 제도'가 갖는 기대효과가 이런 거예요."


■ 미국, 40여 년 전부터 모든 아동 사망 조사…"한 명의 아이라도 더 구하려면 사회가 나서야"

우리와 달리, 미국은 40여 년 전부터 아이들이 숨지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망한 모든 아이의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아동 사망 검토' (Child Death Review)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료인과 법조인, 수사기관, 아동 복지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로 ‘아동사망검토 팀’을 꾸려 0세부터 18세까지 모든 아동 사망 사례를 상세히 조사해 예방책을 만드는 제도이다.

시사멘터리 추적 취재진은 미국 '아동사망검토'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 취재원을 통해 전문가들과 접촉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아동사망검토 팀으로 활동했고 관련 논문을 쓴 병리학자 '리드 퀸턴' 박사와 현재 텍사스 주 아동사망검토 팀에서 활동하는 '지니 슈튤츠' 청소년 보호감찰소 부소장이 그들이다. '아동사망검토' 제도의 효용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 제도 덕분에 수많은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통해 아이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지역사회가 파악했고 비슷한 죽음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죠. 안전하지 않은 수면 환경, 자살 예방, 교통사고 사망률 개선 등 많은 대처가 있었어요. 우리 지역의 많은 아동 사망, 텍사스 주 전체에서 수천 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강하게 확신해요."


■ 학대, 사인 미상, 교통사고, 자연사, 병사 등 모든 아동 조사…"예방이 목적이기 때문"

미국이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시작하게 된 건 1978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부터였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여러 카운티가 해당 제도를 도입하며 점차 확산했고, 2002년 미국 전역의 아동학대 실태와 위험요소를 살펴본 자문위원회가 아동 사망을 살필 종합적인 팀이 필요하다고 연방 정부에 권고하면서 미국 모든 주로 확대됐다.

현재 미국의 모든 주에서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운영하고, 44개 주는 관련 법도 만들었다. 법은 의료인과 법조인, 아동 복지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아동사망검토 팀에서 활동하도록 규정한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 아동사망검토 팀을 꾸리기도 하고 주 정부 팀만 두기도 하는데, 텍사스 주의 경우 둘 다 운영한다. 조사 대상도 아동학대 범죄뿐만 아니라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 교통사고 등 모든 경우를 포괄한다. 텍사스 주는 자연사나 병사로 분류된 아동 사망도 조사해 위험 요인을 파악한다. 예방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동사망검토는 어떻게 이뤄질까? 아동사망검토 팀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은 숨진 아이와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주기적으로 모인다. 이를 토대로 아이의 전 생애에 걸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사망에 이르렀는지 재구성하고, 어떻게 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지 논의한다.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저희 텍사스 주 베어 카운티는 검시관, 수사기관 관계자, 응급실 관계자, 교육자, 아동보호단체 관계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아동사망검토 팀에 참여해 매달 회의해요. 한 번에 15~20건의 아동 사망을 다루는데 다 마음 아픈 사건이죠. 학대, 자살, 익사 사고, 교통사고, 병사 등 모든 사망을 다 살펴요. 이런 사망을 예방하려면 지역사회가 뭘 할 수 있을지 방안을 찾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죠."

리드 퀸턴/ 미국 병리학자, '아동사망검토' 제도 관련 논문 저자
"아이가 숨지면 아동사망검토 팀이 모여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살펴봅니다. 태어날 때 문제가 없었는지, 가정환경과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등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요. 사망과 관련해서도 자세히 알아봐요. 경찰이 '이때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고 설명하면, 의료인이 '병원에서 이런 조치를 했다'고 넘겨받는 식이죠. 그런 뒤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수영장에서 숨졌다면 누가 아이를 지켜봤는지, 도움이 됐을 안전조치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논의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거쳐 아동사망검토 팀은 예방안을 만들고, 아동 사망 보고 시스템에 상세한 정보를 입력한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쌓인 데이터가 23만여 건에 이른다. 학대, 타살, 익사, 교통사고 등 모든 아동 사망 데이터가 모여있다. 주 정부는 이 같은 데이터와 각 지역에서 제안한 예방 권고안을 활용해 국가에 연간 보고서를 제출하고, 아동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거나 입법도 권고한다.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아동사망검토 팀은 조사한 데이터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비슷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아이와 가정에 무엇이 필요할지 권고안을 만들어요. 주 정부는 이 정보를 취합해 국가에 연간 보고서로 제출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변화나 입법을 제안하죠."


■ 아동사망검토, 얼마나 많은 사망 예방했나?…"지금도 수많은 아이 구하고 있다"

미국의 아동사망검토 제도는 얼마나 아이들의 사망을 얼마나 예방했을까? 전문가들은 학대부터 안전사고, 자살 등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게 숨진 아이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수많은 대책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현재도 수많은 아이를 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리드 퀸턴/ 미국 병리학자, '아동사망검토' 제도 관련 논문 저자
“아동사망검토 초창기인 90년대 중반 '아기를 재울 때 엎드리게 하지 말고 똑바로 눕혀야 한다'고 의사가 권고하도록 했어요. 이로써 침대에서 일어나는 영아 사망률을 50% 줄였죠. 현재 미국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차에는 후방 카메라가 있어요. 아동사망검토를 통해 후진할 때 아이와 충돌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보여준 결과죠. 이런 예시는 계속 들 수 있을 만큼 많아요."

지니 슈튤츠/ 미국 텍사스 주 및 베어 카운티 아동사망검토 위원
"자동차 안전, 수면 안전, 수영장 안전, 자살 예방 등 여러 정책 방침서가 발행됐어요. 학대 예방 방침서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출생 매칭 제도예요. 과거 학대 기록이 있는 부모가 아기를 낳으면 이 아이에게 학대나 방임이 일어나지 않도록 추가적인 지원을 제안하는 거죠.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사회가 모든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어요. 아동사망검토로 텍사스에서만 아이 수천 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확신해요."


■ 국회입법조사처, "17개 광역 자치단체에 아동사망검토 팀 도입" 제안했지만…진척은 없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아동사망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아동사망검토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아동 사망부터 살펴 원인과 예방책을 찾자는 게 골자이다.

박선권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뚜렷하게 인식되도록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게 좋다고 봤습니다. 17개 광역 시·도마다 사법기관, 의료인,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등 전문가로 이뤄진 팀을 꾸려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아동 사망 사례를 중심으로 우선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관련 내용이 담긴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사망조사 및 예방법'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지만, 진전은 없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아동사망검토와 관련해 법안 세 개가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아동학대 중심의 조사 활동을 강조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 사망 조사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하지만 의결이 되거나 하는 진전이 있는 법안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아동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아동 정책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과 인력이 투입돼야 해서 이에 대한 관심, 이해, 사회적인 합의가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 아이들의 죽음, 힘겹지만 자세히 봐야만 하는 이유…"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어른의 의무"

베일 아래 감춰졌던 아이들의 죽음을 추적한 끝에 드러난 진실은 참담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회의 방관으로 속절없이 스러졌지만 우리 사회는 그조차 온전히 직면하지 않고 있었다. 취재진이 쫓은 아이들의 흔적조차 드러난 일부일 뿐, 누구도 모르는 안타까운 비극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숨진 아이들의 비극을 힘겹지만, 자세히 살펴봐야만 하는 이유.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취재를 통해, 누군가는 연구를 통해, 누군가는 보도된 기사를 통해 아이들의 비극을 마주하고 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운 이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삶이었다. 숨진 아이들의 지난 삶을 괴롭더라도 온전히 직면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이야말로 뒤늦게나마 해내야 할 어른의 의무일 것이다. 고통 속에 짧은 생을 살다 떠난 아이들이 편안히 잠들기를, 이 땅의 어린 생명들에게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관련 방송] 시사멘터리 추적 ‘아무도 몰랐던 죽음들…아동사망의 진실’
https://youtu.be/LFF91LEZ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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